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504)
서로 이렇게 만나 우연하게 한번 취하고 보니
2023. 06. 06(화) 19:09 가+가-
題蔣明輔江舍(제장명보강사) - 미수 허목
江水綠如染 天涯又暮春(강수록여염 천애우모춘)
相逢偶一醉 皆是故鄕人(상봉우일취 개시고향인)
강물이 물들인 듯 푸르기만 하고
하늘의 끝에서는 또 봄이 저물고 있네
우연히 취하고 보니 이 모두 고향이네.

친지가 강가에 집을 짓고 살았던 모양이다. 강가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은 물을 좋아해서 그런 곳에 집을 짓고 산다하기 보다는 맑은 바람과 청아한 공기가 좋아서 집을 짓고 산다는 이야기를 더러 한다. 더운 여름에 강가에 나가 발을 담그는 재미는 더없이 좋고, 틈틈이 낚시하는 재미는 낙원을 방불케 했을 것이다. 강물은 마치 물감을 뿌린 듯이 물들인 것처럼 푸르고, 타향의 하늘 끝에는 또 봄이 저물어 온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서로 이렇게 만나 우연하게 한번 취하고 보니(題蔣明輔江舍)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미수(眉叟) 허목(許穆:1595-1682)으로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학자다. 1650년(효종 1) 이후 정릉참봉·내시교관·조지서별좌·공조좌랑·용궁현감 등에 임명됐으나 부임하지 않거나 곧 사직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1657년 공조정랑·사복시주부를 거쳐 1659년 장령에 임명됐던 인물이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강물은 마치 물감을 뿌린 듯이 물들인 것처럼 푸르고 / 타향의 하늘 끝에는 또 봄이 저물어 오누나 // 서로 이렇게 만나 우연하게 한번 취하고 보니 / 이 모두가 마치 고향 사람만 같은데’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장명보의 강가 집에 붙여 / 고향 사람 이렇게’로 번역된다. 시인은 고향 연천에서 멀리 떨어진 강원도 삼척부사를 지내던 그 때이거나, 삼남(三南) 지방을 두루 유람하던 중 저물어가는 봄을 보내며 지은 시가 아닐까 생각되는 작품의 내용이 들여다보인다. 강물은 파란데 먼 타관에서 봄을 보낸다. 우연히 아는 사이인 장명보를 만나 그의 강가 집에서 함께 술 마시며 취한다.

시인은 여름이 되어 보아라. 온 대지가 파란 물감을 뿌린 듯이 파랗고, 하늘을 쳐다보면 또 그렇다. 유유히 흐르는 물도 같다. 온통 파랗다는 시상은 넉넉해 보인다. 강물이 물들인 것처럼 푸른데, 하늘 끝에 또 봄이 저문다고 했다. 세상이 온통 은초록 금초록으로 떡칠을 하는 모습에 시인의 감동적인 시상은 가만히 멈추지 못했던 모습이다.

화자는 친자와 만나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처음 만나는 사람 모두가 고향 사람같이 등이라도 칠 양으로 반가움을 금치 못한다. 서로 만나 우연히 한번 취하고 보니, 모두 고향 사람이라 했다. 아마 몇 사람 더 동석했을 것 같다. 이렇게 정겹게 만나 술잔 들며 이야기를 나누었음으로 보인다.

※한자와 어구
江舍: 강가에 지어 놓은 집. 강가의 별장쯤으로 이해할 일. 江水: 강물. 綠如染: 푸른 물로 물들인 듯하다. 天涯: 하늘가. 又: 또. 暮春: 저무는 봄. // 相: 서로 逢偶: 우연히 만나다. 一醉: 한 번 취하다. 皆: 다. 是: ~이다. 혹은 이것이. 故鄕人: 고향 사람이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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