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교육청 주최, 광주매일신문·광주시동부교육지원청이 공동 주관한 ‘학교폭력 예방 내실화를 위한 광주교육 토론회’가 지난 2일 광주시교육연수원 대강당에서 개최된 가운데 학교폭력의 대안과 예방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방안이 제안됐다. 이날 토론회는 장난 문화 속 학교폭력 변화에 따른 학교와 교육공동체의 역할과 과제를 짚어보는 자리로 민·관·학계 전문가뿐만 아니라 학교 현장의 전담교사와 학부모가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에서 제안된 사항은 학교폭력 교육의 내실화와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은, 책임지는 광주교육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편집자 주

◇주제발표=▲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학교폭력·소년법 교수
◇좌장=▲서순복 조선대학교 법학과 교수
◇토론=▲김성욱 비아초등학교 교사 ▲김수진 광주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장 ▲김치영 변호사 ▲신수정 광주시의회 교육문화위원장 ▲안영순 광주신용중학교 학생부장 ▲조병현 광주시동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


“학교폭력 예방 내실화는 사후 관계 회복이 중요”
●주제발표=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교수 ‘학폭 변화에 따른 교육공동체 과제’

‘학폭’ 용어는 1995년 대한민국 사회에 등장해 2011년 대구중학생 학폭에 이어 2017년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사건 이후 학생들 사이에서는 피해호소를 자극하는 기점이 됐다.

2018년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학폭이 사이버폭력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당시 학부모들이 스마트폰 문제로 국민청원에 글을 올리면서 교내 스마트폰 금지법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 드라마 ‘더글로리’를 통해 학폭이 사회적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인터넷 커뮤니티 중심으로 번지는 청소년들의 학폭 우울 사례 공유 현상인 ‘우울증 갤러리 신대방팸 사건’ 등을 통해 위로해달라는 문화가 발생하고 있다.

교육부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인용하면 2013-2022년 초등학생 피해응답률이 중·고등학생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가해 응답률과 목격 응답률도 초등학교에서 높다.

더욱이 초등학생 피해 응답률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학부모들은 학폭을 없애려면 스마트폰이 없으면 된다고 답변하고 있다.

2015년부터 학폭 가해자의 경우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학생들이 폭력을 장난이나 재미로 인식한다고 있다는 점을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특히 학폭 가해를 한 이후 심리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흥미롭고 재미있었다는 등 도덕적 판단 오류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학폭에 도움을 주는 교육 방향의 핵심은 청소년을 위한 교육방향이 먼저 설정돼야 한다.

학폭 가해 이유의 부재와 장난식 폭력의 원인은 소셜미디어로 인한 단순히 스마트폰 사용빈도 증가가 아니다. 사용 과정에서 파생되는 숏확행(짧지만 확실한 행복), 어그로 문화이며 숏폼 문화가 아이들의 문화가 정착된 것처럼 사고와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이지 않은 언어 폭력과 사이버폭력 등 학폭 사안의 인지 과정에서도 피해자의 피해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

사이버공간 속 학폭 예방을 위해서는 청소년의 디지털 안전, 디지털 권리 중심으로 디지털 민주시민 교육을 해야한다. 또한 온 가족이 참여하는 스마트폰 원칙을 만들고, 지역사회에서는 청소년 디지털 권리장전 등 관련 조례를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학교폭력 예방 정책 예산이 효과적으로 편성·사용되고 있는지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 학폭 담당 책임교사의 지위와 업무의 균형을 맞춰주고 보상 지원에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이 밖에 학교와 유관기관, 학교전담경찰관과 협력 등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다수의 힘이 필요하다.

학교폭력 예방 내실화를 위해서도 관계 회복 없이는 피해 회복과 가해 선도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무엇보다 관계 회복 중심으로 학폭 사후를 잘 살펴봐야 한다.


“학교폭력 전담 교사 지원 확대해야”
●김성욱 비아초등학교 교사

학폭 사안 처리 중 가해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답은 ‘장난이었다’, ‘다른 친구들이 하고 있어 놀이라고 생각해 아무 생각 없이 했다’ 등이다.

또 다른 이유는 피해자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며, 가정의 기능이 축소되고 다양한 가족 형태 및 다문화 학생 비율이 늘어가는 등 문화 갈등도 있다.

이러한 학폭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또 공감과 의사소통 등 역량이 중시되는 교육 과정을 통해 교사에 의해 주체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으며 학교 현장에서 학교폭력 업무와 예방 교육을 할 수 있는 인적·물적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



“가·피해자간 관계 회복에 적극 동참”
●김수진 광주경찰청 계장

최근 5년 간 전국 학폭은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증감을 반복해 왔으나, 2022년 일상회복을 기점으로 2023년 현재 증가세에 있다.

경찰은 학폭 피해의 심각성을 재차 강조하고 경각심 제고를 위해 학폭 예방교육을 실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학생들이 피해를 당할 경우, 이를 신고할 수 있도록 연습이 필요하다. 정순신 아들 사태에 의해 학폭 가해학생 엄정 조치 등 학폭 예방대책이 강화됐다.

특히 경찰은 범죄피해자 심리평가 제도를 학폭에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의 보호와 가·피해자간 관계 회복을 위해 관계 지원 회복단 활동에도 적극 동참하겠다.



“학폭 초기 조사에 전문성 강화 필요”
●김치영 변호사

학폭 초기 조사의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기초조사가 미진해 가·피해 학생 측 모두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다.

학교에서 기초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면 전문 조사위원을 배정해야 한다.

특히 학폭대책심의위원회의 개선이 필요한 점은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저학년 학생에 대한 학폭대책위 회부는 자제돼야 한다고 판단된다.

저학년 학생들의 학폭은 비교적 경미한 사안이 대부분이다.

이에 심의하고 처분을 내리는 것은 사회관계 형성 방법을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 잘못된 사회관계 관념을 심어줄 수 있고, 그 자체가 트라우마로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방교육 쉽게 접근…체계 구축 주력”
●신수정 광주시의회 교육문화위원장

코로나19 이후 학폭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모든 학교급에서 신체폭력이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다 사이버폭력의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유의 깊게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정부에서 마련된 대책과 함께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학폭 발생빈도, 유형을 면밀히 검토해 우리 상황에 맞는 예방대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현재 마련된 광주시 조례를 재정비해 정부의 방향성과 지역 실정에 맞는 학폭 예방 및 지원 정책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

또 교원과 학생, 학부모 모두 올바른 인성, 가치관, 사회성이 확립될 수 있도록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쉽게 접근하고 교육 받을 수 있는 체계 구축, 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적 마련에 주력하겠다.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프로그램 절실”
●안영순 광주신용중학교 학생부장

매년 증가하는 행정업무 등의 상황에서 학폭이 발생한다는 것이 학교 현장에서는 가장 슬픈 현실이다.

하지만 각급 학교에 실시하고 있는 교육 과정 속에 녹아 있는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계획적으로 잘 운영한다면 분명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 3월 권역별 학생생활부장협의체를 통해 논의된 학폭 담당 업무 교사로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학부모의 서툰 판단과 정확하지 못한 판단으로 문제를 어렵게 만들어 ‘학교가 잘못하고 있다’는 선입견으로 접근해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학폭은 사회문제인 만큼,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프로그램 활성화가 무엇보다 뒷받침돼야 한다. 아울러 학부모의 예방교육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학급 당 학생 수 적정화 방안 모색을”
●조병현 광주동부교육청 국장

학폭은 학생들간 심리적·신체적 갈등에서 발생한다.

이에 학폭을 줄이기 위한 대책은 학급 당 학생 수의 적정화와 학교 규모의 적정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학생과 선생님이 편안함과 친밀감을 느낄 수 있을 때 학폭은 줄어들 것이다.

가해 학생에 대한 불이익이 커질수록 사안 조사의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비해 학교의 대응 능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이 전담 책임교사를 해줬으면 하는 대목이다.

학교전담경찰관의 역할이 더욱 기대되며 사건에 개입해서 관계 회복에 개입을 해야한다고 본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온 동네가 나서야 한다’고 하는 데 학교에 맡겨둘 게 아니라, 사회 전체가 나서 돕는 거버넌스가 마련돼야 한다.

/정리=김다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