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고통 받는 생명들이 늘어가는 오늘날, 동물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꾼 세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눈길을 끈다. 동물학자 사이 몽고메리의 초기작이자 대표작 ‘유인원과의 산책’(돌고래刊)이다.

사이는 무명 시절부터 이 책을 위한 취재 계획을 세우고 1980년대 후반 취재와 인터뷰들을 바탕으로 1991년 호턴미플린 출판사에서 처음으로 이 책을 출간했다.

이후 추가로 취재하고 조사한 새로운 내용들을 담아 2001년과 2003년 책을 새로 출간, 수많은 독자들에게 ‘최고의 책’으로 꼽혔으며 2023년 서울시 교육청 심층독서·토론 프로그램 쟁점도서로 선정되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게 됐다.

제인 구달과 다이앤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의 삶과 연구, 그리고 그들이 관계를 맺었던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탄, 이 동물들이 살고 있는 아프리카와 보르네오 우림에 대해 입체적으로 소개하는 책이다.

인간과 동물들이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오늘날, 이 책은 우리에게 모든 선입견과 당위를 뛰어넘어 인간이 동물, 자연과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할지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탐구하고 행동하도록 만든다.

제인 구달(1934-), 다이앤 포시(1932-1985), 비루테 갈디카스(1946-) 세 명의 여성 영장류학자들은 고등교육기관에서 과학적인 훈련을 오랫동안 받은 적은 없지만 동물을 연구하는 일을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제인 구달

다이앤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

이들은 나름의 연구 방식과 방침을 창조해냄으로써 그 누구도 성취하지 못했던 뛰어난 과학적 발견을 해냈다.

저자인 사이가 명명하듯 이들은 과학자이기 이전에 동물들의 양육자이자 보호자이기도 했고, 또 동물들의 생존과 행복을 위해 싸운 운동가이자 나아가 동물들과 높은 수준으로 교감하고 그것을 인간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교육하는 샤먼이기도 했다.

이들의 연구방식은 대중적 관심만큼이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모두 관찰의 대상인 동물에 이름을 붙여주며 특별한 관계를 맺었다. 계량적인 방법 대신 동물들의 행동을 이야기처럼 기록한 것도 이들이 공유한 특징이었다.

제인 구달은 소아마비에 걸린 침팬지들을 구하기 위해 백신과 치료제로 개입했고, 침팬지들에게 바나나를 공급해 비판을 받았다. 다이앤 포시는 밀렵꾼들, 원주민들과의 관계에서 폭력을 서슴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비루테는 논문이나 저작물 등의 출간이 부족해 오랫동안 비판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외부의 비판에도 자신들만의 길을 가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사이는 이들의 삶을 손쉽게 낭만화하지도 않고 세간의 비난을 앵무새처럼 인용하지도 않는다. 연구대상에게 깊이 공감하면서도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집요하게 이들과 이들을 둘러싼 환경을 파헤쳐 이 책을 써냈다.

저자인 사이는 책 서문을 통해 “이 세 명의 여성이 유인원과 인간에 관한, 그리고 동물과 인간에 관한 우리 관점을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들이 동물과 맺은 관계를 통해서였다”며 “이 책을 쓴 것도 그 관계, 이 여성들의 역량과 성과를 보여주고 그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다”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