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498)
그대가 지금 사는 것은 이것을 향해 가고 있으니
2023. 04. 11(화) 19:31 가+가-
送人朝天(송인조천) - 동악 이안눌
落月落何處 蒼茫遼海西 (낙월락하처 창망료해서)
君今向此去 那得不悽悽 (군금향차거 나득불처처)
지는 달은 어느 곳으로 지는지
아득히 멀고 먼 바다의 서쪽으로
그대가 향해 가는 곳 슬프지 않을까.

세태의 돌아감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눴던 벗을 보내는 마음은 그 한이 깊었으리라. 자식을 먼 타향으로 유학을 보내는 마음도 또한 마찬가지였으리라. 남녀를 불문하고 임을 보내는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였음을 보여준다. 밤새워 가면서 막걸리 한 사발을 앞에 놓고 차마 헤어지기 싫어서 손목을 부여잡던 사람의 이별이리라. 지는 달은 지금 어느 곳으로 지는 것인가, 아마도 아득하게 머나먼 바다의 서쪽이겠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그대가 지금 사는 것은 이것을 향해 가고 있으니(送人朝天)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동악(東岳) 이안눌(李安訥:1571-1637)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1599년(선조 32) 과거에 급제했으며 이후 여러 언관직을 거쳐 예조·이조의 정랑으로 있었던 인물이다. 단천군수를 거쳐 1607년 홍주목사와 동래부사를 거쳐 1610년 담양부사가 됐다가 사직했다 한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지는 달은 지금 어느 곳으로 지는 것인가 / 아마도 아득하게 머나먼 바다의 서쪽이겠지 // 그대가 지금 사는 것은 이를 향해 가고 있을지니 / 어찌 우리가 다시 슬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이른 새벽에 임 보내면서’로 번역된다. 헤어지기가 섭섭하여 밤을 새워 정담을 나눴던 두 사람이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마구간에 매어두었던 말을 가자고 재촉하고, 임을 조금 더 있어달라고 보채는 마당에 어찌 다른 도리가 있을 수가 있으리. 끓어오르는 한 숨을 돌리면서 빼곡한 시지(試紙)는 검은 색으로 뒤범벅이 됐을 것이니.

시인의 상상의 달을 기준으로 한 시간을 가늠하려는 시통 주머니는 마냥 넉넉해 보인다. ‘지금 지는 달은 어느 곳으로 지는 것인가를 묻더니만 혼자의 추측으로 아마도 아득하게 머나먼 바다의 서쪽이겠지’라는 자기 합리화를 시도한다. 상당한 시간이 가서 이제는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묻어남을 연상하게 한다.

화자는 이제는 정감어린 후정 속에 서로의 이별의 정감을 담을 차례임을 알고 마냥 서운해 한다. 그대가 지금 사는 것은 이를 향해 가고 있을 것이니, 어찌 우리 슬프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를 묻고 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니 우리 그만 일어서자고 해놓고 그 손목을 끝까지 놓지 못해 못내 서운해 하는 뒷모습이 훤히 보이는 것 같이 착잡해진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한자와 어구

落月: 달이 지다. 달이 떨어지다. 落何處: 지고 나서 어느 곳에 있는가. 蒼茫: 아득하다. 먼 곳에 있다. 遼海西: 멀리 서쪽 바다에 있다. // 君: 그대. 사랑하는 임. 今: 지금. 向此去: 이곳을 향해 가고 있으니. 那得: 어찌~을 하다. ‘피동’의 의미가 있음. 不悽悽: 슬프지 않겠는가. 반어적인 표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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