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손으로 만드는 광주 마을공동체](12)마을 커뮤니티공간 : 오월의 숲
사랑방·공동작업장…세대 간 ‘단절의 벽’ 허물다
들불열사기념사업회·합수 윤한봉기념사업회 공동 조성
독서모임 작은 도서관·아지트 역할 커뮤니티 공간 꾸며
자급자족 마을학교·영화관·공작소 등 공동체 복원 기여
2023. 03. 28(화) 20:46 가+가-

2015년 문을 연 이래로 지역 사랑방이자 공동 작업장, 주민들 간 소통의 장 역할을 톡톡히 해낸 ‘오월의 숲’은 앞으로도 의사반영을 통한 다채로운 활동을 마련, 마을 거점 공간 역할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사진은 ‘미니마을 목공소’ 활동을 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모습. <오월의 숲 제공>

종합버스터미널과 충장로·전남도청 등이 위치해 도심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과거의 영광을 지나 오늘날 구도심으로 전락한 광주 동구. 특히 무등산과 맞닿은 지산동에는 아파트보다 오래된 주택단지와 인근에 조선대가 위치해 대학생 등이 주로 거주하는 원룸촌이 많이 소재한다는 주거 특성이 있다.

고연령층과 대학생 등 청년층이 어우러져 사는 지산동은 큰 나이 차로 인해 별다른 교류 없이 살아왔으나, 지난 2015년 문을 연 사랑방이자 공동 작업장, 주민들 간 소통의 장의 역할을 하는 소중한 공간이 이 같은 판도를 바꿨다. 일 평균 20-30명,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 날에는 평소의 두 배에 이르는 50명의 다양한 연령대 학생·주민들이 발길이 닿아 늘 북적이는 이곳은 공유 거점 공간 ‘오월의 숲’이다.

오월의 숲은 지난 2015년 3월 광주의 영세 공단지역이었던 광천동 시민아파트에 시작된 지역 최초의 노동야학이자 5·18 민중항쟁 당시 주도적으로 투사회보 제작·배포 및 최후항쟁에 참여한 박기순·윤상원을 비롯한 총 7명의 들불열사들의 삶과 정신을 계승코자 설립된 ‘㈔들불열사기념사업회’와 5·18 민주화운동 마지막 수배자이자 평생을 5·18 정신 계승과 평화를 위해 힘써온 합수 윤한봉 선생을 기리는 ‘㈔합수 윤한봉기념사업회’가 함께 지산동의 한 건물을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이곳으로 이전함과 동시에 우후죽순 생겨나는 아파트로 인해 사라져가던 마을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에 뜻을 모았다.

동네에서 살아가는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어울릴 수 있는 거점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사라져가는 공동체 의식을 복구하는 것으로, 기존 거리에서 외치던 민주주의가 아닌 들불야학의 정신이었던 삶 속에서의, 골목에서의 민주주의로의 전환, 수준 높은 민주주의 들불 정신을 완성시키고자 한 것이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바로 오월의 숲이다.

누구나 언제든 발길이 닿는 대로 방문할 수 있도록 마련한 해당 건물은 현재 1층엔 독서모임과 독서토론회·낭독회 등이 이뤄지는 ‘작은도서관’과 3층의 영화 감상부터 요리까지 해 먹을 수 있는 아지트와 같은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됐다.

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과 젊은이들이 서로의 경험과 역사를 나누고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든 이 공간에서는 매주 영화모임·자수모임·목공모임·아날로그 음악감상 모임 등 다채로운 취미모임을 비롯해 장례식장의 성황으로 인해 간소화된 장례문화 속 고인의 삶·이야기를 공유하고자 기획해 10여명의 주민들과 사례발표까지 이어졌던 ‘나의 자서전 쓰기’ 활동과 콘서트·강연 등의 활동을 통해 말 그대로 발길 끊이는 일 없이 주민들과 학생들의 아지트 역할을 해내고 있다.

지난해 오월의 숲의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자급자족 마을학교 ▲마을영화관 ▲마을공작소 ▲‘혼자 또 함께’ 청소년 카페운영 ▲하루여행 등이 있다.

먼저 자급자족 마을학교는 지산동이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 동네인만큼 전등·수도 등이 고장 나도 마땅히 고칠 수 있는 여건이 안 돼 방치하고 있는 현상을 주목, 시작하게 됐다.

협력단체인 청풍목공소와 함께 공동 공구 공유를 비롯해 필요에 따라 간단한 수리부터 자체 제작까지도 가능토록 교육하는 ‘미니마을 목공소’와 1인 가구 증가로 일주일에 한 끼를 나눌 수 있는 공유 공동 밥상 ‘1인 가구 혼밥 탈출 프로젝트’, 간단한 바느질과 미싱 용구 사용 교육 등을 진행한 ‘바느질 미싱 교실’까지 주도적인 마을살이를 위한 필요한 자급자족 기술과 마을주민 상호 간 기술·노하우를 공유하는 마을 안의 작은 학교를 연 것이다.

위 활동이 주로 중년층과 고령층 어르신들의 인기를 끌었다면 초·중·고 학생층에게는 작은 도서관을 활용한 마을, 동네, 지역과 관련한 다양한 작업과 구상이 가능하도록 공유사무실 운영과 자체 세미나와 교육, 강좌 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한 ‘마을공작소’가 큰 호응을 이끌었다.

어른과 아이들이 어우러져 무언가를 만들고 소통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 해당 활동은 올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각 20회차로 진행, 20여명의 청소년과 중년층이 참여해 연필꽂이부터 선반, 스피커 울림통 등 각자가 구상한 디자인의 다양한 제품을 직접 만들어냈다.

또 스스로의 눈높이에 맞춰 사회문제 등을 발굴해 그것을 해결하고자 발로 뛰는 일 또한 해냄으로써 주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청소년이 자체적으로 쉼터이자 만남의 공간으로서의 ‘혼자 또 함께’ 청소년 카페를 운영함으로써 이곳을 방문한 대학생·주민들에게 직업설명 등 스스로 진로에 대해 설계해나갈 수 있도록 만든 것 또한 지난해 오월의 숲이 거둔 주효한 효과 중 하나다.

이밖에도 오월의 숲은 지난해에만 20회차에 200명 가량이 참가해 5·18에 대해 알아갈 수 있도록 관련 영화와 사적지, 당사자로부터 듣는 이야기마당 등을 펼친 ‘하루여행’과 인근 글쓰기 학원 선생님의 참여로 7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했던 ‘글쓰기 교실’ 등 마을 공동체의 활동 범위 확장에 대한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처럼 오월의 숲은 주민 상호 간의 교류 및 커뮤니티 기능 활성화를 비롯해 마을과 지역의 자원을 연결하는 기능과 청년들의 마을살이를 지원하는 안전망 구축을 온전히 이뤄냈다.

청년과 주민들로 이뤄진 운영위원회를 통해 공간을 운영하는 오월의 숲은 이에 멈추지 않고 올해도 다양한 의사반영을 통한 활동과 현재 비어있는 4층의 공간을 5·18 게스트하우스 공간으로 꾸며내고 목공수업·독서토론 등 다채로운 활동을 마련해 마을의 거점 공간 역할을 지속할 계획이다.


●김상호 오월의 숲 운영위원장 “소통으로 생활 속 민주주의 이룰 것”

김상호 오월의 숲 운영위원장

㈔들불열사기념사업회의 출범부터 함께해왔던 김상호(61·사진) 들불열사기념사업회 상임이사이자 오월의 숲 운영위원장은 오월의 숲이 문을 연 2015년부터 현재까지 이 공간을 책임지는 지기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고등학교 재학 당시 5·18 민중항쟁에서 부상을 당한 이후 일평생을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투신했던 그는 대규모 주거단지 아파트의 등장으로 점차 사라져가는 과거 세대와 미래 세대의 단절에 위기감을 느꼈다.

과거엔 한 아이가 태어나면 온 마을이 나서 다 같이 키웠으나 마을공동체가 사라지다보니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시간과 함께 어르신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기회까지 사라진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거리에서의 민주주의가 아닌 삶에서, 골목에서, 이웃에서의 민주주의를 만드는 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결실로 탄생한 것이 바로 오월의 숲이다.

그는 돌이켜보면 가슴 벅찬 일뿐만 아니라 진땀을 빼게 만들었던 우여곡절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김 위원장은 “무료로 공간을 이용하게 해준다는 말에 사이비로 입소문이 났던 것부터 저녁에 오는 사람들을 위해 문을 개방해놨더니 사건·사고에 휘말리게 된 것까지 이같은 공간 운영이 처음이어서 다양한 문제에 부딪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오월의 숲에 방문했던 청소년이 청년으로 성장하고, 또 그들이 기자·사회단체 활동가 등 광주 전역에서 제 역할을 해나가는 걸 보며 삶 속 긍정적 영향력을 미약하게나마 미쳤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오월의 숲을 통해 단절된 관계를 다시금 이어나가고 삶 속의 민주주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소원했다.

김 위원장은 “역사를 만들어왔던 과거 세대와 역사를 만들어갈 미래 세대가 단절되는 것이 현 사회의 가장 큰 문제다”며 “오월의 정신과 들불야학의 정신을 마을에 있는 이웃들과 미래 세대 청소년·청년과 함께 나누고 이어갈 수 있도록 이 공간을 유지하는게 꿈이다”고 환히 웃으며 덧붙였다.

/양시원 기자
양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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