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493)
그대 생각하는 마음만은 다함이 없건만
2023. 03. 07(화) 19:13 가+가-
旅燈(여등) -상촌 신흠
旅館殘燈夜(여관잔등야) 孤城細雨秋(고성세우추)
思君意不盡(사군의불진) 千里大江流(천리대강류)
여관방에 삭혀지는 등불만 깜박이고
외로운 옛 성에는 가랑비만 내리는데
이 마음 그대 생각에 강줄기로 흐르네.

사대부들이 여행을 떠나면 각 지역에 요즈음으로 말하면 모텔이나 호텔과 같은 시설이 있었던 모양이다. 말이 호텔이지 주막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으리라. 풍류깨나 읊었던 한량이라면 기녀와 수작하며 밤새워 정담이라도 나눌 수 있으련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가물거리는 촛불만 바라보며 지새운 밤의 정적은 찬물을 끼얹은 듯했으리. ‘여관방에는 시들어가는 등불만 깜박이고, 외로운 옛 성엔 가랑비만 내리고 있다’면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그대 생각하는 이 마음만은 다함이 없건만’(旅燈)으로 제목을 붙여 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상촌(象村) 신흠(申欽:1566-1628)으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다. 1594년 이조정랑으로 역적 송유진의 옥사를 다스린 공로로 가자(加資)되고 사복시첨정으로 승진됐던 인물이다. 광해군 세자책봉을 청하는 주청사 윤근수의 서장관이 돼 명에 다녀와 군기시정에 제수됐던 것으로 알려진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여관방에는 시들어가는 등불만 깜박이고 / 외로운 옛 성엔 가랑비만 내리고 있구나 // 그대 생각하는 이 마음만은 다함이 없건만 / 천리나 될 만큼 멀리 흐르는 강줄기처럼’이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여관방에 켜있는 불’로 번역된다. 흔히 여심(旅心)이라고 한다. 식솔들이 곁에 있을 때는 중요성과 사랑의 진실을 모르다가도 혼자 먼 타향을 여행한다면 밤 베개는 외로울 수밖에 없다. 이런 시심을 그리는 시상이 많았으니 사람인(人)자가 가리키고 있는 것처럼 사람은 혼자서 살기는 많이 외로울 수밖에 없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시인의 시상 주머니는 여관방에서 말동무가 돼 줄 사람은 없고, 말없이 친구가 돼 줄 덩그런 그 무엇을 깜박이는 등불밖에 없었음을 말해주는 넉넉한 시통 주머니를 본다. 여관방에 시들어가는 등불만 깜박이고, 외로운 옛 성엔 가랑비만 내리고 있다고 했다. 한 사발의 막걸리일망정 상대와 말동무가 됐다면 반가울 수밖에 없으련만 그렇지 못함이 은근하게 배어나온다.

화자는 따스한 임 생각에 꿈에서나 만날 수 있을만한 기대감을 갖고 그리움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대 생각하는 이 마음은 다함이 없건만, 천리나 될 만큼 멀리 흐르는 강줄기처럼 마음을 향해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여로’(旅路)’라는 표현도 그리 낯설지는 안 했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시들어간 등불 깜박 가랑비만 내리는데, 이 마음은 다함없고 천리 흐른 강줄기만’이란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시조시인·문학평론가 ㈔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한자와 어구

旅燈: 여관방에 켜있는 등불, 殘: 시들어 가다. 燈夜: 밤의 등잔불. 孤城: 외로운 성. 細雨秋: 가을에 내리는 가랑비. 가을비가 내리다. 思君: 임금을 사모하다. 임금 생각. 意不盡: 뜻을 다하지 못하다. 千里: 천리나 되는 먼 길. 大江流: 큰 강이 흐르다. 큰 강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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