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동에서]참 얄궂은 운명
김종민 논설실장
2023. 02. 16(목) 18:28 가+가-

김종민 논설실장

광주전남연구원은 ‘출범한 이래로 30여 년간 광주·전남의 지역경쟁력 제고를 위해 경제·산업, 도시·지역계획, 문화·관광, 행·재정, 교육·복지, 환경·생태, 농수산 등 다양한 분야의 현안을 체계적으로 조사 연구해 정책을 제시함으로써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해오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싱크탱크이자 상생의 상징적인 기관이다.

민선 8기 광주시와 전남도는 초광역 협력에 방점을 둬 왔다. 강기정 시장과 재선에 성공한 김영록 지사는 지방선거 기간 정책 협약을 맺고 반도체 등 첨단 미래산업 공동 유치, 광역철도·고속도로 등 교통망 확충, 물류·인적자원·관광 등 교류 협력 확대, 경제·행정·생활권 통합 등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이 중 행정통합을 목표로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선거 초반부터 일관된 기조로 효용성을 인정하고 실천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였다.

광주전남연구원이 제5대 원장 공모 절차를 전격 중단하면서 개혁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일단은 산업구조와 생활환경 등이 상이한 광주와 전남의 정책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분리에 무게가 실려있는 모습이다. 강 시장과 김 지사도 공감대를 갖고 있고 지방의회에서도 일부 필요성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의회 내 반대도 만만치 않고, 시민사회에서도 입장을 내놓으며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다.

광주전남연구원은 1991년 전남발전연구원으로 출범했으며 1995년 광주시가 출연해 광주전남발전연구원으로 통합 운영하다 2007년 분리 수순을 밟았다. 도시와 농촌의 특성에 맞춰야 한다는 논리가 자리했다. 전남도청의 무안 남악지구 이전, 시·도 간 이행 상충 등도 작용했다. 당시는 박광태 시장과 박준영 지사 시절이었다.

이후에 2015년 민선 6기 윤장현 시장과 이낙연 지사는 ‘더 먼 미래, 더 큰 스케일’을 위한 상생 1호 사업으로 추진해 다시 합쳐졌다. 통합 연구원 부지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에 두고 지금에 이른다. 재분리는 강 시장이 지난해 10월 “통합 운영이 맞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자 전남도의회가 공론화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시·도민들은 광주전남연구원이 실제로 나눠질 것인지 여부와 함께 기능과 역할의 재편에 주목하고 있다. 재차 갈라서느냐, 활성화를 모색하느냐다. 분리될 경우에는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작은 연구원 2곳으로 남게 되고 출연금은 각각 35억원으로 축소된다. 박재영 원장이 퇴임 인사에서 밝힌 바, 박사급 47명에 출연금 75억원의 충남연구원처럼 광주와 전남 모두 작지만 강한 연구원으로 육성해야 한다.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잃을 게 더 많은 ‘소탐대실’에 대한 우려다. 연구원이 위치한 나주시는 윤병태 시장 입장문을 통해 존립을 강조했다. 시·도가 우여곡절 끝에 이뤄낸 합의 정신의 결과물이자 혁신도시 성과 공유 등 미래 상생발전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상징이라는 것이다. 광주시의회에서도 단순 용역기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시대 정신’으로 인식,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마당에 역주행 행보라는 해석도 있다. 특히 각자의 사정이 판이하게 다른데도 단순히 대구·경북 사례를 따라하는 것도 문제 삼는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공청회 등 심도있는 논의, 지역 내 충분한 의견 수렴이 전제돼야 한다. 내부 구성원의 생각도 들어야 한다. 혁신을 바란다면 전략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때문이다. 또 전국 지자체 연구원에 비해 예산과 인력 면에서 열악한 현실을 개선, 체급을 키우려는 노력도 지속해야 할 것이다. 자유로운 연구활동을 위한 독립성 확보 등 위상 강화도 중요하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과 지방선거 민주당 참패 이후로 호남 고립이 심화되고 있다. 광주·전남이 ‘원팀’으로 현안사업 및 정책 추진에 나서도 부족할 판이다. 초광역 단위 협력이 더 절실해졌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기울어진 운동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인 때문이다. 인구 감소, 사회 양극화 해법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상생이 말처럼 쉽지 않다. ‘1천년의 역사’를 공유하는 한 뿌리, 생활 공동체이면서도 각기 정치·경제적 이해에 따라 입장을 달리해 거리가 멀었다. 야심 찼던 ‘새해의 계획’이 가치를 잃고 지켜지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주민의 요구라는 핑계로 지역의 이기심만 붙들고 각자도생을 선택한 결과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가 유일한 결실이라는 비아냥도 들린다. 민선 8기 상생 1호로 사활을 걸고 있는 반도체 특화산단 유치에도 적잖이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8년 전 통합 과정에서도 ‘꼭 그래야만 한다’는 합리적 설득, 정당한 명분이 부족해 한바탕 홍역을 치렀을까 돌아보게 된다. 이번에는 분리해야 한다는데,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광주전남연구원은 광주·전남의 ‘미래’와 시·도민의 ‘행복’을 함께한다는 비전을 내걸고 있다. 중차대한 업무를 맡은 연구원이 자꾸 거센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참 얄궂은 운명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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