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곰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돼 철저하게 보호 받고 있다. 하지만 사육곰이라는 이유로 평생 갇혀 사는 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웅담을 위해 사육되는 곰들이 있으며, 이 곰들은 서너 걸음이면 끝나는 좁디 좁은 철창의 뜬장에서 생을 마감한다. 지난달 초 울산시 울주군 소재 농가에서 사육되던 곰 3마리가 탈출해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곰들도 사살된 사고가 있었다. 이에 대한 대책마련으로 이뤄진 환경부 전수조사 결과 현재 전국에서 사육되는 곰은 20농가 313마리정도로 파악된다.

평생을 좁은 철장 안에 갇혀 개 사료나 음식물 쓰레기를 먹으며 살던 사육곰 중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곰 2마리가 우치동물원으로 구조돼 현재 동물원에서 지내고 있다.

한마리는 생후 2개월 정도 된 어린 반달가슴곰으로 지난해 4월28일 경기도 여주에서 긴급 구조돼 우치동물원으로 이송됐다. 이 곰은 열악한 뜬장에서 지내던 중 같이 태어났던 다른 형제 곰들이 속절 없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던 슬픈 사연이 있으며 당시 환경부의 긴급 구조 결정으로 광주로 오면서 형제들 중 유일한 생존동물이 됐다.

또 다른 한마리는 전남 순천시 소재 농가에서 사육되고 있던 반달가슴곰으로 지난 1월6일 우치동물원으로 안전하게 이송됐다. 나이가 2살 전후에 입식된 이 곰은 13년간 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뜬장 에서 지내오다 농가의 사육포기로 구조가 결정되고, 이곳으로 오게 됐다. 이번 구조와 이송에는 영산강유역청과 전남 구례 국립공원연구원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다.

사육곰은 환경부의 2026년도까지 사육종식을 목표한 정책으로 차차 없어지겠지만 수명이 30여년 정도인 곰들은 대한민국에서는 아직 갈 곳이 정해지지 않았다. 환경부에서는 전라남도 구례군과 충청남도 서천군 등지에 곰 생추어리 건립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그곳으로 들어가 살기에는 남은 날들이 요원해 보인다. 반생애 이상 철창 속 뜬장 에서 지내온 그들에게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우치동물원 또한 지어진지 30년이 된 노후 된 동물원이지만 이곳에서라도 구조된 사육곰들에게 낙엽 밟는 소리를 들려주고 싶고, 눈이 온 뒤에는 흰 눈을 밟아 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곰들을 데려왔다.

올해는 우치동물원 곰사의 환경개선공사가 계획돼 있다. 평생 갇혀 지내던 사육곰들에게 아름다운 사계를 느낄 수 있는 생태동물원이자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길 기원한다. 그들의 남은 생은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으로 지속되길 바래본다. 개사료가 아닌 신선하고 맛있는 과일과 철장이 아닌 흙을 밟을 수 있는 보금자리와 자신의 오물 냄새가 아닌 꽃향기와 낙엽냄새가 느껴지는 안식처로 제공되길 바란다.

지난해 여주에서 구조된 사육곰의 이름은 ‘석곰’으로 지어줬다. 이번에 구조된 순천 사육곰은 아직 이름이 없다. 다정한 광주시민들의 제안으로 평생 불릴 수 있는 이름을 가질 수 있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