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 사회는 종군위안부에 대한 혼란스러운 논란과 역사 수정주의 시도들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인간 개인의 존엄을 훼손한 역사를 묻고 이를 아카이빙해 후세에 전달하기 위한 우리 시대의 노력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운다.

다음달 26일까지 갤러리 포도나무에서 열리는 안세홍·야지마 츠카사 사진전 ‘여섯개의 눈, 위안부할머니의 일상’이 바로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번 전시에서 관객들은 두 사진예술가의 지난한 노력을 느낄 수 있다.

전시 제목인 ‘여섯 개의 눈’은 안세홍과 야지마 츠카사라는 두 명의 사진예술가와 이들이 사용한 카메라를 상징한다.

기묘하게도 안세홍은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야지마 츠카사는 일본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그들 삶의 터전을 달리하지만, 동아시아 근대사에서 은폐됐던 위안부할머니의 존재를 찾아 오랫동안 사진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그들의 궤적은 일치한다.

전시 ‘여섯 개의 눈’은 한때 위안부였던 ‘존재’에 대한 기록이다. 동시에 사진들은 이 일에 전념한 두 사람의 발자취를 되비춘다.

사진 속 주인공은 자연스러운 삶의 공간을 배경으로 의식적으로 카메라에 시선을 두고 있다.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굳게 다문 입에서 조용히 흘러나오는 그들의 이야기다. 주변의 일상은 차분히 정돈돼 있다. 이부자리는 가지런히 개켜져 있고 조금 낡은 옷마저 단정하다. 이 여성들은 공간의 주인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도록 초대받았다. 사진은 이들을 종군위안부로 끌려갔던 생존자라거나 위안부 문제로 싸우는 투사의 틀에 가두어 보여주기보다 인격과 존엄을 지닌 개인으로서 온전하게 지금 존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사진예술가들의 이러한 재현은 인간 존재라는 실제적 사실에 근접한다. 이들의 직관적 접근은 위안부라는 국가 간 이해 혹은 소모적 논쟁 안에서 우리가 놓치는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하며, 현재의 모든 정치적 논란을 넘어서 삶의 모습들을 은폐하는 모든 복잡한 쟁점들을 불가사의하게 침묵하게 만든다.

전시의 일차 목적은 현대미술로서 안세홍과 야지마 츠카사 사진작업의 예술적 완성도를 보여주는 데 있다. 갤러리 포도나무가 속한 ‘가연지소’는 사진 속 일상의 배경을 연상시키는 가옥이다. 이곳에 설치된 사진들은 할머니들의 일상처럼 장소에 스며든다. 이러한 장소성은 관객들에게 할머니들의 일상을 마주하는 것처럼 작품에 대한 직관적 이해와 심미적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격려한다. 전시는 기록으로서 사진작업의 중요성을 다룰 뿐만 아니라 예술적 재현으로서도 관심을 갖는다.

전시를 보면서 갖게 된 질문을 함께 나누는 시간도 마련됐다. 다음달 3일 오후 3시 전남대 인문대 1호관 313호 현공세미나실에서는 ‘콜로키엄 : 예술 속의 위안부’라는 주제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강연이 펼쳐진다.

다음달 4일 오후 5시 갤러리 포도나무 가연지소에서는 안세홍, 야지마 츠카사 작가와의 대화가 예정돼 있다.

정현주 갤러리 포도나무 큐레이터는 “위안부 할머니 일상의 재현과 이를 기록하는 우리 시대의 책임을 예술 및 다양한 층위의 관점에서 질문하고 생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차후에도 이와 유사한 기획들이 지역의 미술행사에 자리 잡도록 이번 행사가 긍정적 사례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