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몇 살이니?”

생선을 손질하다 말고 궁금증이 일 때가 있다. 비늘하나 떼어내어 손에 들고 이리저리 살피다 어깨만 으쓱, 고개를 흔들고 만다. 한 생명으로 태어나 얼마만큼이나 살다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힘들지는 않았는지,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에서다.


물고기의 나이는 이석이나 비늘을 통해 알 수 있다.

내이(內耳)에 있는 이석은, 척추동물의 귓속에 있는 탄산칼슘 결정체로 몸이 기울어지는 정보를 뇌로 보내 균형을 잡게 하는 조직이다. 물고기의 이석도 물고기의 머리뼈 좌우에 존재하며 물고기의 평형감각 유지를 돕고 있다. 물고기가 나이를 먹으며 성장 함에 따라 이석도 성장하며 나이테와 비슷한 특징을 지닌 일정한 패턴을 만들어 낸다. 물고기의 이석과 비늘이 만들어 내는 일정한 패턴들은 물고기의 나이를 알게 하는 고마운 선물이다.


2013년, 호주에서 잡힌 물고기의 나이가 무려 ‘84세’나 된다는 놀라운 사실도 물고기의 이석에 있는 일정한 패턴을 통해 밝혀졌다. 바다 생태계가 잘 유지되고 있는지, 청정한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물고기의 연령대를 조사한 한 연구팀에 의해 최고령 장수 물고기로 찾아 낼 수 있었다.


물고기가 생존하는 평균 수명은 종이나 크기에 따라 다르다.

크기가 작은 은어나 송사리는 1년 밖에 살지 못하지만 대표적인 장수 물고기로 알려진 뱀장어의 평균 수명은 50살이다. 하지만 바다 생태계나 청정도 등, 물고기가 살고 있는 환경에 따라 물고기의 수명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물고기의 수명은 생태계 환경을 진단하는 지표로도 활용되고 있다. 물고기의 수명 변화를 추적해 해양 환경의 변화도 짐작 할 수 있다.


“나무도, 나무도 나이를 먹는다!”나무의 나이는 나이테를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동그란 나이’라는 동요 가사처럼 나무의 겉모습만으로는 나이를 알 수 없다. 나무를 베어야만 볼 수 있는 나이테의 개수를 통해 나무의 나이를 알 수 있다. 따뜻한 봄날을 시작으로 여름에 걸쳐 만들어지는 나이테는 햇빛이 강하고 물도 충분해 나무가 자라기 좋은 환경인만큼 부드럽고 연한 색을 띄는 반면, 가을과 겨울에 만들어지는 나이테는 햇빛이 적고 기온도 낮아 단단하고 진한 색을 띄게 된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분명한 나라에서는 일 년에 하나씩 고리 모양의 나이테를 만들어 내고, 나이테의 수를 세어 나무의 나이를 알 수 있다.


해마다 똑같은 모양의 나이테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

나이테의 폭이 유난히 넓은 해도 있고, 유난히 좁은 해도 있다. 비가 많이 오고 햇빛이 잘 들어 나무가 쑥쑥 자란 해에는 나이테의 폭이 넓고, 가뭄이 들거나 햇빛을 많이 받지 못해 나무가 자라지 못한 해에는 나이테의 폭이 좁게 된다. 나이테에 남아 있는 상처를 통해서도 나무의 상황을 알 수 있다. 나무가 몇 살 때 산불이 났고, 나무가 몇 살 때 해충의 피해를 받았는지 알 수 있다. 한 해, 한 해, 만들어진 나이테의 폭과 상처들을 보며 나무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다. 나무에게 있어 나이테는, 나무가 살아온 역사다.


2023년, 까치 까치 설날도 지났고 우리 우리 설날도 지났다.

이젠, 어떤 이유로도 외면 할 수 없는 2023년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모두 나이 한 살이 추가 되었다. 이왕 살아야 하는 만큼 즐거웠으면 좋겠다. 나중을 위한 준비도 필요하지만, 지금 현재의 건강과 행복도 외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2023년 12월31일이 되는 날, 올 한 해 참으로 잘 살아왔다며 방그레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이테의 모양만으로도 나무가 살아온 역사를 알 수 있는 것처럼, 지금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삶의 과정들 하나하나가 우리의 몸과 마음에 따스한 흔적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최상의 시간은 바로 오늘, 이 시간임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