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화정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붕괴 이후 1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 그 날 그 시간에 멈춰 있다. 특히 명백한 인재(人災)임에도 누구 하나 인정하지 않은 현실에 분노가 치민다. 먼저 시공사인 HDC 현대산업개발와 하도급 가현건설산업 등은 재판 과정에서 네탓 공방만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앞으로 1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처분 역시 차일피일이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위반 행위가 적발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처분을 내려야 한다. 애초 국토교통부의 강력한 조치 방침에도 관할 서울특별시는 영업정지가 아닌 과징금으로 대체 부과, 솜방망이라는 비판을 샀다. 더구나 지난해 12월 2차 청문회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돼 의문을 낳았다. 면피성 요식 행위라는 지적이다.

재시공까지도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3월부터 전면 철거가 시작될 예정이나 매일 쏟아지는 비산먼지로 생존권을 잃어버린 인근 상인들은 보상은 고사하고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철거는 천장, 건물 벽체, 코어와 기둥 순으로 위에서부터 한 층씩 내려오는 식으로 작업하며 비산먼지나 주변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일시 중단되지만 우려가 클 수 밖에 없다. 철거 마무리는 2024년 말, 재시공 완료 시점은 2027년 말인데,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김이강 서구청장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활한 협상과 보상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또 국회에서는 중대 건설사고 위험을 높이는 구조적 요인을 규제하고 시공사 책임을 강화하며 불법 하도급을 근절하기 위한 법안들이 앞다퉈 발의됐음에도 제대로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있어선 안 될 사고가 발생했지만 변한 게 없다. 가장 기본인 책임 소재 규명부터 제자리걸음이다. 희생자 유족과 입주예정자, 상인들의 고통은 현재형이다. 화정아이파크 붕괴는 앞선 참사와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인재다. 총체적 부실, 완결판이다. 엄중한 처벌을 통해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역할해야 한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제반 노력을 강력하게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