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부모와 아이들 간의 격차는 시간의 차인 것 같아요. 빠르고 간편한, 요즘 아이들의 문화적 특징을 부모님들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거죠. 여기엔 스마트폰의 영향이 큽니다. 아이들이 온라인에서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부모님들이 디지털 역량을 길러야 합니다.”

요즘 사회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아이들의 적응 속도 역시 빠르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들의 이러한 변화를 뒤쫓기 역부족이다. 더구나 사이버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이는 부모와 더 큰 격차를 벌이며 온갖 상상하지 못할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여기저기서 부모를 위한 조언들은 넘쳐나지만, 이론만 가지고는 아이들의 안전을 붙잡을 수 없다. 내 아이를 다 알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아이를 향한 지속적인 관심만이 내 아이를 지킬 수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대장님’으로 불리며 오랜 시간 학교 밖 아이들의 ‘어른’으로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서민수 경찰관의 두 번째 책 ‘이론만 빠삭한 부모, 관심이 필요한 아이(시소刊)’가 출간됐다.

10대 청소년을 키우는 부모, 아이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교사라면 반드시 읽고 실행해야 할 내용을 실은 책이다.

학교폭력과 소년법 전문가인 저자는 이번 책에서 ‘부모는 잘 모르는 아이들 앞에 닥친 현실’과 ‘아이들을 위협하는 각종 범죄에 대처하는 법’을 아낌없이 담았다.

책의 1부에서는 현재 10대 아이들 앞에 닥친 환경적인 요소들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 2부에서는 요즘 아이들의 점점 험악해지는 놀이문화, 3부에서는 사회의 위험으로부터 아이를 지키는 방법들과 부모가 인지해야 할 범죄 유형, 4부에서는 이러한 세상에서 가족이 가져야 할 역할과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부모의 태도에 대해 설명한다.

“스마트폰에 대한 인식을 먼저 바꿔야 해요. 디지털 환경에서의 아이들의 활동을 조금 더 섬세하게 살피는 게 필요합니다. 오프라인에선 아이의 행동이 보이기 때문에 무엇을 하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보여요. 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부모가 더는 개입할 수 없는 환경이 생겨난 거죠.”

서민수 경찰관

서 경찰관은 아이의 자율성을 손상시키지 않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해 부모와 아이가 함께 가족 표준 스마트폰 사용원칙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초등생의 경우 엄마, 아빠가 언제든지 스마트폰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하고, 중고생부터는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되 자녀, 부모 간 상호 소통이 이뤄져야 해요. 앱이나 구독 리스트 등에 대해 서로 대화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야 합니다.”

그는 아이들을 부모 세대와는 완전히 구분되는 새로운 세대 그 자체로 인정해줄 것을 강조한다.

“숏(short) 콘텐츠가 아이들의 전반적인 디지털 문화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게임뿐만 아니라 말과 습관, 생활양식까지 짧아지면서 사이버 범죄 또한 그런 경향을 띠고 있어요. 사이버 도박이나 실시간 게임도 아주 찰나의 순간이지만, 분명한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스마트폰도 결국 아이의 성장과 돌봄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부모님의 태도인 것 같아요. 아이들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을 이해하고 디지털 환경에서의 공감대를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저자인 서민수 경찰관은 경찰인재개발원에서 학교폭력과 소년법 담임 교수요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0년째 청소년 자치단체 ‘청.바.지’를 운영하며 매일 새벽 2시까지 소셜미디어로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