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세계의 온 인류가 크나큰 진통을 겪고 있다. 이럴 때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저 하늘을 맘껏 나는 참새 한 마리보다 못하고, 형형색색 자태를 뽐내는 국화꽃보다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지구촌이 한 가족으로 함께 숨 쉬며 달나라에 가고, 몇 초 안에 세계 속의 정보를 공유하는 IT의 세상이다. 하지만 하루에 수많은 사람이 죽어가는데도 구제할 수 없다는 안타까운 사실은 우리 인간이 더욱 겸손하면서 자연에 순응하고 거역하지 말며, 동식물도 내 몸처럼 사랑하고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럴 때일수록 면역력이 부족한 노인들은 타인과의 거리 두기에 신경을 써야 하고 매일 꾸준한 운동은 필수라고 생각해 우리 부부는 공기 좋은 산책로를 돌며 몸을 추스른다. 어느 날 산책하며 도올 김용옥 선생의 논어 이야기를 들었다. 집에서 닭을 기르면서 어미 닭에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면서 어미 닭이 21일 동안 물도 마시지 않고 알을 품어 병아리로 변신시키는 인내심, 10여 마리가 넘는 새끼병아리에게 온 힘을 다해 먹이를 물어다가 먹이고 적으로부터 보호하는 모습, 스스로 살아가도록 훈련하는 어미 닭에서 부모의 참모습을 보았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아내에게 물었더니 우리도 자식들에게 어미 닭과 같은 역할을 해보잔다. 급히 양동시장에 들러서 미나리 홍어 무침, 열무김치, 파김치, 시금치 무침, 오리탕, 게장, 반찬거리를 올망졸망 사 들고 와서 아내는 부지런히 요리 솜씨를 뽐냈다. 나도 청양고추를 다듬고, 마늘, 생강, 양파를 부지런히 손질하고 세척을 도왔다.

광주에서 사는 아들들은 퇴근하여 만든 반찬을 가져가기로 하고, 서울에 사는 딸내미들에게는 우체국 택배로 6시 안에 부쳐야 하니 정신없이 서둘렀다. 마감 10분 전에 우송을 완료하고, 이마에 땀을 훔치며 허리를 폈다. 아들들은 우리가 즐기는 싱싱한 과일을 사 들고 와서 입이 귀밑에 걸렸다. 딸들에게서도 부모님의 정성과 사랑의 반찬 선물을 잘 받아 맛있게 밥을 먹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해 왔다.

천국에 계신 어머니의 말씀이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평소에 어머니는 “효도는 부모가 반 효자가 되어야 한다.” 반찬을 담아 주니 자식들이 과일을 사 오고 우리들 옷이며 생활용품을 사서 보내면 친구들에게 효자, 효녀라고 자랑하고 싶듯이 어머니도 내가 사간 먹을거리나 며느리가 사 보낸 옷들을 입으시며 우리 며느리가 만든 먹을거리는 내 입맛에 최상이며, 며느리가 사준 옷은 너무도 잘 어울린다며 동네 친구들에게 자랑하셨다. 어머니는 늘 이 불효자 내외를 효자, 효부로 만드셨던 것 같다.

농사를 지어 쌀 방아를 찧어 와, 손익계산을 해보면 도저히 이해타산이 맞지 않았는데도 어머니는 매년 그 일을 하시면서 무농약, 무공해 식량을 사랑하는 손자, 손녀와 아들 내외를 먹이겠다고 우기셨던 것이다. 배추를 길러서 김장거리를 장만해 주시면 부대비용이 훨씬 더 들어갔다. 기르며 고생하시는 노고에 나는 휴일까지도 반납하고 시골에 내려가 일손을 거들어야 할 때는 싫은 마음에 투덜거리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니의 사랑을 가볍게 생각했던 불효 막급했던 지난날들이 정말 후회스럽고 부끄럽다.

‘주역’에 “아비는 아비답고, 자식은 자식답고, 형은 형답고, 동생은 동생답고, 남편은 남편답고, 아내는 아내다워야 집안의 도가 바르게 되리니, 집안을 바르게 함에 천하가 안정되리라.(父父子子兄兄弟弟夫夫婦婦而家道正 正家而天下 定矣)” 하였다.

<신중재 약력>
▲전 서광초 교장, 가톨릭신문사 명예기자
▲수필문학 등단, 광주문인협회 이사
▲수필문학, 한국수필가, 징검다리수필 회원
▲제10회 빛고을 백일장 대상, 부정맥공모전 장려상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문학박사, 전남대 교수 역임 ▲중앙일보 신춘문예당선

<평설=박덕은 문학평론가>

신중재 님의 수필 ‘父母가 반 孝子’에서의 서술자는 새끼병아리를 키우는 어미닭에게서 부모의 참모습을 발견한다. 그래서 시장에 가서, 이것 저것 반찬거리를 사와, 요리를 해서, 서울에 사는 딸과 가까이 사는 아들들에게 나눠준다. 아들들은 과일로 보답하고, 딸은 고마운 마음을 보내온다. 서술자는 자연스레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떠올린다. 불효자 내외를 효자와 효부로 만들어 주었던 어머니, 무농약과 무공해 먹거리로 사랑을 베풀었던 어머니, 새삼 그립다. 어머니의 사랑을 가볍게 여겼던 그 시절을 후회하면서, 아비는 아비답게 자식은 자식답게 집안을 바르게 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평생 흙을 만졌던 어머니, 자식을 키워내고 짱짱한 내일을 키워낸 어머니가 반 효자였던 것이다. 허리가 구부정해도 호미를 내려놓지 못한 어머니의 내리사랑이 반 효자였던 것이다. 孝를 뿌리내리게 하는 것은 어머니의 고단한 하룻길에서 시작됐던 것이다. 이 수필은 우리가 알고 있는 효도에 대한 정의를 부모의 내리사랑에서 시작한다고, 또 부모의 버거운 하룻길이 자식에게 가닿을 수 있도록 부모가 반 효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자식을 키우기 위해 정작 자신의 무릎뼈에 바람이 들고 겨울이 들어서는지도 몰랐을 텐데, 다 큰 자식을 위해서도 또다시 그 무릎뼈로 흙을 만졌을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 앞에 가슴이 먹먹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