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아들을 찾아 나서다 실종된 아버지를 꼭 찾아주세요.”

5·18민주화운동 이후 아버지를 보지 못하게 된 최승철(59)씨는 28일 오전 광주 서구 5·18기념재단 오월기억저장소에서 열린 ‘행방불명 비인정자 전수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아버지를 찾아 달라”고 호소했다.

최씨의 구술에 따르면 그는 1980년 5월18일 계엄군에게 끌려가면서 아버지와 생이별했다.

당시 최씨의 가족은 아버지 최영찬의 형(큰아버지) 집에서 함께 살았다. 아버지는 고물 장사를, 형제들은 광주공원 근처 국밥집에서 심부름을 하며 생계를 꾸려나갔다.

그러다 5월18일 광주공원 일대에 시위대와 학생들이 모여든 것을 본 최승철씨는 궁금증이 돌아 친구로부터 자전거를 빌려 현장으로 향했다.

최씨가 한참동안 바라봤던 현장은 군인들이 도착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군인들이 폭력을 행사하자 일대엔 비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고, 바닥은 학생들과 시위대가 쓰러지면서 흘린 피로 물들었다.

얼마 동안 계속됐는지 모를 무자비한 폭행을 끝낸 군인들은 현장에 있던 시민들을 군용차량에 실었다. 최승철씨도 그곳에 실려 상무대로 끌려갔다.

그날 저녁, 아버지 최영찬씨는 집에 들어오지 않은 아들을 찾으러 밖으로 나왔다.

최승철씨의 친구들로부터 “군인에게 잡혀갔다. 상무대로 간 것 같다”는 말을 듣고선 곧장 아들을 찾으러 갔다.

여기까지가 최영찬씨의 확인된 행적이다.

가족들에게 “상무대로 가서 군인을 때려죽이고서라도 아들을 찾아오겠다”던 최영찬씨는 그날 이후로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최승철씨가 상무대에서 나오기 전, 최영찬씨의 형 내외가 부자의 시체라도 찾기 위해 상무관에서 시신을 하나하나 확인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그러던 중 최승철씨는 시청 직원의 통솔 하에 상무대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왔지만, 아버지 최영찬씨는 그러지 못했다.

때문에 가족들은 지난 42년간 최영찬씨를 찾고자 관련된 소식이나 시체가 암매장 됐다는 제보가 있으면 곧장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여태까지 소득은 없는 상황이다.

이날 최승철씨는 “아버지가 사라진 후 상무대도 많이 찾아가고 노력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며 “경찰서와 광주시에 접수도 했고 형사들의 조사에도 임했지만 소식조차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지금 제 나이가 60이다. 아버지를 찾아야 효도를 할 것인데 자식된 사람이 아버지를 찾지도 못하고 있다”며 “머리가 깨질 것만 같다. 마음이 아프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부디 힘을 모아서 아버지를 이제 찾게 좀 해달라. 도와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