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은 바다와 육지의 절충지역으로 원시적인 생명성이 유지되고 잉태되는 곳이다. 수많은 생물들의 보금자리인 우리나라 서남해안 갯벌에 풍부한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육지가 바다를 만나는 점이적인 환경에 기인한다. 육지의 가장자리를 차지하며 가장 낮은 곳에 자리하는 갯벌에 풍부한 영양염류를 함유한 유기물이 뭍에서 모여들어 농축된다. 주기적인 조석으로 산소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생물다양성과 생산성이 가장 높은 해양생태계의 보고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갯벌은 5천여년 전부터 한반도에서 공급된 퇴적물과 해수면 상승, 조류와 파도, 리아스식 지형이 평형을 이루며 형성되었다. 한민족 5천년의 역사와 함께 한국인의 숨결과 몸속에도 고스란히 스며들어와 있다. 우리의 갯벌, 이 갯벌에 대한 관심이 최근에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의 갯벌’이 지난해 7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체계적인 세계유산 통합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추진하려는 ‘세계자연유산갯벌보전본부’의 건립사업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시민사회는 아름다운 금수강산, 생명의 보고인 바다와 갯벌을 보전하려고 숱한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그동안 노력의 성과라면 갯벌의 잠식을 막아내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렇지만 망가지고 버려진 것들 앞에서 쓰린 마음을 추슬러야 했던 일들도 적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습지와 갯벌이 멸실 되고 본래의 형질을 잃어버린 일들을 마주했던가. 그런데 이번에는 갯벌 보전을 위한 ‘갯벌 세계자연유산보전본부’를 자기 지역으로 유치를 위해 각 지자체마다 총력행정을 펼치겠다는 낯선 풍경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2021,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통합관리 추진(안)’을 통해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센터를 설립하겠다고 했다. 1차 등재지역인 서천군과 고창군, 신안군과 보성군, 순천시 등 4곳에 건립하여 적절한 유산별·지역별 교육·홍보·관광 활성화의 거점으로서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 간다는 정책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유산 등재 지역마다 방문자센터를 두고 유산지역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통합본부를 두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통합본부를 어디에 둘 것인가는 세계자연유산으로 2009년 등재된 ‘와덴해 갯벌 공동사무국’ 사례를 참작해 볼 수 있다. 더하여 등재 기여도와 추후 자연유산 확대를 위한 보전과 관리를 위한 최적 조건을 고려하면 될 일이다. 2003년부터 갯벌의 세계유산 가능성을 논의한 이래 전남갯벌은 2008년 최초로 신안갯벌이 갯벌도립공원을 지정받았다. 이후 전국 최대면적의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고, 세계유산의 90.4%가 등재되었다.

갯벌에서 자꾸 넘어지는 행동으로부터 유래한 ‘뻘짓’이란 말이 있다. 사람들의 허튼짓을 탓하는, 노력의 부정적 효과를 의미하는 말이다. 시간 낭비와 시행착오를 연상시킨다. 최근에 유산등재 지역별로 펼치고 있는 보전본부 유치 활동이 ‘뻘짓’이 아니길 바란다. 우리의 갯벌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관리하려는 열정의 일환이라면 세계자연유산 한국 갯벌의 중심이 어디인가를 직시하면 된다, 이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하여 헌신한 갯사람들과 갯마을들이 어디에 모여 있는지만 살펴도 될 일이다.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가 아닌, 유산 등재지역 사람들의 아름다운 의지를 하나로 모우는 모습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