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어머니로 살다 간 서서평, 그녀가 대한민국에 온지 올해로 110주년이 된다. 그녀의 이름은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매우 생소했다. 지인들에게 이야기를 하면 “서서평이 뭐냐”고 물어왔다. 아마도 물건 이름 쯤으로 알았던 모양이다. “다름아닌, 사람”이라고 하면 “중국사람?”하고 되물었다. 서서평 내한 100주년 기념행사를 양림동 오웬기념각에서 할 때 무려 1천명의 추모객들이 함께 했다. 그리고 서서평에 대한 추억을 회고했다. 사랑에 빚지고 믿음에 빚진 사람들이 아쉬움과 미안함에 몸과 마음을 다해 추모한 현장에 있으면서 찐한 감동을 받았다. 그 뒤 10년이 지난 지금 서서평 내한 110주년을 기획하거나 행사를 하는 곳은 찾아 볼 수 없다. 그게 정말 아쉽다.

-서서평, 그녀는 누구인가-
1880년 독일에서 태어난 서서평은 사생아였다. 외할머니와 11세까지 살았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친엄마를 찾아 미국에서 간호사 공부를 했다. 32세의 젊은 나이에 조선 땅에 첫 발을 내딛었다. 미국 남장로교에서 간호선교사로 선발됐다. 한때 군산 예수병원에서 일했으며 그 뒤 서울 세브란스병원 간호학교의 교사를 거쳐 광주 제중병원(현 기독병원 ) 간호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광주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녀는 독일과 미국, 전라도와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최선을 다해 온몸으로 살아냈다. 1934년 7월7일 광주시에서 최초 시민사회장으로 거행된 장례식엔 수 백명의 나환자들과 걸인들이 뒤따랐다. “어머니, 어머니”를 외치며 울부짖는 소리는 식장을 가득 메운 수 많은 기독교인들은 물론 예수를 믿지 않은 사람들과 지방 인사들과 전남지사 야지마를 비롯해 많은 일본인들까지 애도를 하였다. 보리밥과 된장국을 먹으며 한복에 남자 검정고무신을 신고 자신의 삶을 바쳐 조선을 사랑했던 것이다.

-광주를 위해 살다간 의인 -
양림선교 묘역에 자주 오른다. 빛된 삶을 살아낸 이들의 행적을 기억하고 싶어서 다. 그 중에 서서평이 있다. 서서평 묘역 앞에는 늘 꽃이 있다. 그녀를 흠모하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흔적으로 남아있고 그 물결은 계속되고 있다. 그녀는 신앙 안에서 의롭게 살면서 섬김의 삶을 통해 사랑으로 승화시켰다. 호남신학대학교 언덕에 오르면 선교사 묘역이 나온다. 거기엔 모두 26명의 선교사가 안치돼 있다. 그들은 광주에 온 이방인들로 나눔과 섬김, 희생과 사랑이 무엇인가를 직접 보여준 특별한 이들이다. 아무 조건 없이 광주를 위해 살다가 세상을 떠난 분들이다. 그들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다면 광주의 근대성은 더디 진행되었을 거다. 필자는 감히 그들이 없고서야 오늘의 광주를 만나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본다.

-양림의 선교정신과 맞닿아-
광주의 양림동은 특별한 장소다. 푸른 눈의 선교사들에 의해서 광주의 근대성이 시작된 곳이다. 1904년부터 미국 남 장로교는 양림동에 광주 최초의 서양식 병원(제중원)을 세워서, 과학적 의료기관의 초석을 놓았다. 또한 숭일학교와 수피아 여학교를 세워서 광주의 근대시민을 양성했다. 광주 근대 여성교육을 시작한 수피아는 계몽 여성교육을 실시했다. 전교생이 3월 만세운동과 광주 학생독립운동에 참여했다. 그리고 자유와 민주를 외쳤다. 독재와 억압에 저항하였던 것이다. 양림의 선교정신은 80년 5월의 광주 정신에 투영됐다.

지금까지도 눈이 시리게 아름다운 서서평의 사랑은 퇴색되지 않은채 빛나고 있다. 오늘도 호남신학교 언덕 빼기를 찾으며 그녀가 광주에 보여준 호기와 사랑과 헌신에 고개숙여 감사드린다. “서서평, 당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광주가 당당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당신이 보여준 사랑이 헛되지 않도록 잘 계승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