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명량대첩 축제는 9월30일부터 10월2일까지 3일간 진도·해남 울돌목 일원에서 개최된다. 30일 야간 개막식에서는 최신 ICT 신기술을 활용한 MR(혼합현실) 해전재현과 일자진 드론 쇼를 볼 수 있다. 특히 이날 ‘범내려 온다’로 잘 알려진 이날치 밴드 초청공연과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을 울돌목 불꽃쇼도 선보인다. 또한 이순신 동상과 판옥선에 빛과 조명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는 야간에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울돌목페스타, 명량 빛을 품다’라는 주제로 개최되는 명량대첩축제는 이 가을 최고의 축제며 명량대첩 현장은 역사적으로 전남도민과 깊은 관련이 있는 곳이다.

명량바다는 1597년 선조 30년 정유년 9월16일 전라도 백성들과 수군들이 연합으로 이 땅을 유린한 왜적들을 몰아낸 역사현장이기 때문이다. 왜적들은 화약무기로 무장하고 훈련된 정예병으로 임진왜란 5년 동안 전국을 유린한 침략자들이었다. 선조실록 94권 11월 10일 기록에서 선조 임금은 중국 명나라 제독 총병부에 급박한 전쟁 상황과 명량대첩을 소상하게 알렸다.

조선의 운명이 꺼져가는 풍전등화의 상황에서 전라도민이 이룬 명량 승리가 국운을 결정지을 정도로 컸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전남도민들의 역사적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곳 바다가 명량이다. 이 가을 이 축제에 함께 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하겠다.

선조실록에서 그날 이순신은 전남 해상에서 전라우도 수군절도사 김억추와 전선 13척, 초탐선 32척을 수습해 진도와 해남의 물목인 울돌목을 차단했다. 왜적의 전선 133척이 이진 앞바다로 돌진하자 수사 김억추, 조방장 배흥립, 거제현령 안위 등이 병선을 정돈했다. 울돌목에서 벽파정 앞바다 사이에서 대포로 적선을 격파하고 적선 11척은 차례로 명량 바다에 가라앉았다. 적선 중 적장 마다시(馬多時)는 안택선의 큰 배에서 우보와 홍기를 세우고 청라장을 두르고 여러 적선을 지휘했다. 녹도만호 송여종과 영등포만호 정응두 등이 잇따라 적선을 깨뜨렸다. 이어서 벽파정 앞바다에서도 적선 20여 척을 격파했다.

왜군이 명량에서 상대한 조선군 판옥선은 루이스가 쓴 일본사에 등장하는 해상에서 가장 무서운 조선 전선 판옥선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패주한 왜적 선단들은 자신들의 동료 시신도 수습할 겨를이 없이 도망하기에 바빴다. 울돌목 주변 해상과 바위섬은 사살된 왜군의 붉은 피로 물들여 오늘날까지 명량 바다 언저리 바위섬은 ‘피섬’으로 불리고 있다. 피섬 사방에는 왜적의 시신으로 바다를 가득 메웠다. 진중에 투항해 온 항왜는 비단옷을 입은 시신을 살펴보고 “안골포의 적장 마다시 시체다”라고 소리쳤다.

조선수군은 명량대첩에서 적장 마다시의 사살과 화문의·금의·칠함·칠목기 등을 노획했다. 한산도가 무너진 이후부터 남해를 종횡하던 왜적들은 이날 명량바다 해안가 부유물이 되어 둥둥 떠 다녔다. 왜적의 주력부대가 패퇴하고 적선이 서해로 진입하지 못한 시점에서 전라도민들은 왜구들의 주검을 거둬 무덤으로 만들었다.

명량대첩은 전라도민의 뜨거운 참여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라병사 이복남 부대가 해산돼 고향으로 돌아가던 길에 합류한 전라도민들은 너나없이 가족들을 뒤로 하고 이별하면서 “자 우리 대감(이순신)이 오셨다. 이제 너희들도 안 죽을 것이다. 천천히 찾아오너라. 나는 먼저 대감 따라 가겠다”고 하면서 명량으로 향했다.

가는 곳마다 수군을 재건하는데 조력자가 되기로 결심한 전라도민들이 뒤를 이었다. 이른 조생종 홍시를 들고 나온 구례 손인필과 손응남, 면화를 보냈던 곡성 여여충, 점심을 준비한 압록 사람들, 숙소를 내준 석곡 신대년, 아침을 장만한 창촌 사람들, 화살과 무기를 전한 순천 사람들, 총통을 만든 상동마을 정사준, 돌격장인 순천 이기남, 길가에서 늘어서 환영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낙안 사람들, 음식과 술을 들고 나온 사람들 모두가 남도 사람들이었다.

창고에 봉인도 뜯지 않고 그대로 식량을 보존해 군량을 전한 조성 사람들, 지치고 아픈 군사를 머물 수 있게 위로한 박실 사람들, 칼과 활을 만들어 함께 나선 보성읍성 사람들, 계략을 알려준 보성 안중묵, 해상방어에 앞장선 보성 전방삭과 최대성, 군량을 들고 나선 강진 김덕복·김응추·김억추의 일가족, 향선을 이끌고 온 장흥 마하수, 일문 13명의 충신이 된 장흥 변홍달, 적진을 누비며 정보를 전달한 해남 임준영, 군수물자를 전한 진도 조응량 등 모두가 “우리 이순신 장군이 오셨다”라고 하면서 명량으로 죽음을 무릅쓰고 따라 나섰다.

실로 이순신은 후원을 아끼지 않았던 수많은 전라도민들이 있었기에 왜적을 물리 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선전관 박천봉이 전달한 “조선수군을 폐지하라”는 명령을 거부하고 “지금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전선이 있습니다”라고 장계를 올리고 명량으로 향한 것도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이순신은 전라도에서 군관, 활, 편전, 병졸, 화약, 대포, 식량, 군선을 후원받아 이진, 어란포, 벽파진, 명량을 향하여 본격적인 해상 활동을 시작했다.

전라도민들이 죽고자하는 마음으로 싸워 승리한 필사즉생(必死則生)의 해상 이곳이 명량 바다다. 이 가을 울돌목일원인 명량대첩 축제장에서 그날의 통쾌한 해전을 디지털과 미디어아트를 융합한 새로운 모습으로 재현해볼 수 있다. 또한 진도와 해남에서 준비한 다채로운 지역공연과 다양한 체험행사도 특별한 볼거리인 만큼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즐거움을 만끽하는 축제의 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