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태어나 지방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필자에게는 서울은 ‘버스가 자주 오는 도시’ 였다.

마을버스가 5분에 한 대씩 오고, 지하철로 도시 전체를 누빌 수 있으며, 밤 11시가 넘어도 끊기지 않은 대중교통 등은 필자가 서울에서 받은 첫 인상이었다.

지난 8월 강기정 광주시장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Y프로젝트’(영산강·황룡강 권역 Y벨트 익사이팅 사업)이 윤곽을 드러냈다. 광주시 추가경졍예산안을 심의 중인 광주시의회 상임위원회가 8월24일 관련 사업을 위한 용역 예산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광주시 신활력추진본부 친수공간과 또한 9월 영산강 ·황룡강 권역 내 기존 문화·관광자원 현황을 조사하는 한편 새롭게 개발할 수 있는 자원이 있는지 외부 용역을 진행 하며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강 시장은 예비후보 시절부터 ‘익사이팅 광주를 만들기 위한 5대 신활력특구’ 공약을 발표하면서 영산강 익사이팅벨트를 만들겠다고 말한 적 있다. 더해 최근 강 시장은 “이제 복합쇼핑몰 사업제안을 공식화하겠다”며 “관련 부서와 구청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운영, 적부판단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대 대선 기간 동안 윤석열 대통령의 ‘복합쇼핑몰 건립’ 공약이 역대 (국민의 힘 계열) 보수정당 후보 사상 최초 광주지역에서 10%가 넘게 득표하며, 광주의 정치인들은 너도 나도 ‘유잼도시’를 만드는데 앞장서겠다 말한다.

대통령이 특정 지역에 복합쇼핑몰을 약속하고 시장은 복합쇼핑몰 건립 제안서를 기한 없이 접수받는다고 한다.

이 기묘한 정치적 풍경 뒤에는 지방 청년인구 감소라는 위기에 대응해야하는 광주시의 다급함이 묻어나 있다.

유권자를 소비자로 위치시키며, 도시의 미래를 그리지 못한 채 사안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도 없는 지방도시의 현실이 여기에서 나타난다.

지난 2월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4분기 및 연간 지역경제 동향’을 보면 20-29살 청년이 지난해에만 광주 2천644명, 전남 9천256명 등 총 1만1천900명이나 타 지역으로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광주에서는 2018년 3천361명, 2019년 2천588명, 2020년 2천679명 등 유출 인구가 감소·정체 상태지만, 전남은 2018년 7천983명, 2019년 8천522명, 2020년 1만944명으로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이른바 청년들의 ‘탈(脫)지역 현상’ 이 가속되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의 탈 지역 현상 원인으로 가장 많이 꼽는 것은 바로 일자리다. 광주의 20대 고용률은 2018년 54.6%에서 해마다 하락해 2021년에는 49.6%로 집계됐다.

인구문제는 지자체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이다. 그러나 그 원인에 대해 누구도 제대로 된 진단과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교통 정치 경제 문화 등의 인프라 구축 등도 수도권에 50% 이상이 집중된 상황에서 광주는 일자리도, 재미도 없는 도시다. 복합 쇼핑몰을 건립하며 소비를 촉진하고, 놀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유잼’ 도시가 되는 길일까. 그리고 청년들은 이 도시가 단순히 재미가 없어서 떠나는 것일까?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방도서 간 가장 큰 격차는 인프라와 일자리다. 그렇기에 소비는 정주의 필수요건이 될 수 없다.

지방에 살아도 내 삶이 안정적으로 유영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들이 필요하다. 청년을 생애주기별로 분류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일을 하는 청년부터 노동 시장 바깥에 있는 청년들까지 아우르는 체계적인 청년 정책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소비 중심의 정주 여건이 아닌 졸업 이후 마땅한 공동체가 없는 청년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공익적 청년 공동체를 지원하는 대책 또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