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5년 ‘철강왕’ 카네기(Andrew Carnegie)는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에 카네기철강회사(현재 U.S. Steel)를 설립했다. 이후 ‘철의 도시’라 불린 피츠버그는 20세기 초반 한때 미국 전체 철강제품 소비량의 60%를 생산할 정도로 미국 내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산업도시 중 하나로 성장했다. 그러나 산업의 역사가 그렇듯이 이 철강산업도시도 1970년대 이후 미국 경제의 탈산업화, 그리고 유럽 철강산업의 변화, 그리고 한국 등 후발 철강공업국가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그만 쇠퇴일로를 걷고 만다. 피츠버그는 소위 러스트벨트(Rust Belt)로 전락했으며, 인구 70만명의 도시는 1970년대 후반 인구 30만의 도시로 축소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피츠버그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더 이상 가망이 없어 보였던 이 도시를 부활하게 한 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도시 쇠퇴에 강한 위기감을 느낀 피츠버그시는 1983년 펜실베니아 주정부가 경제계와 지역 내 대학 간 산학협력거버넌스(BFP) 구축을 목표로 실시한 사업에의 참여를 계기로 도시부활프로젝트를 시작하였으며, 인구감소와 도시소멸을 극복하기 위해 주로 3가지 도시발전방향을 설정했다. 첫째로 도시 내 카네기멜론대학과 피츠버그대학은 사업을 공동으로 유치해 주로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개발과 창업을 지원했다. 그리고 의료와 바이오 분야에 특화된 연구개발을 진행한 피츠버그대학병원(UPMC), 그리고 카네기멜론대학은 기존에 보유한 인공지능과 로봇공학, 컴퓨터사이언스 분야에서의 세계적 경쟁력을 토대로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의 연구소를 유치해 산학협력을 활성화했다. 동시에 시정부와 경제계, 그리고 대학들은 독자적인 협력거버넌스를 구축해 신규 산업 개발 및 일자리 창출을 연계함으로써 ‘하이테크도시’를 이뤘다. 둘째로 첨단산업과 더불어 도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청년친화형 도시를 위해 산업폐기물로 파괴된 하천환경을 살리고, 수변공간을 정화 및 공원을 마련한 동시에 레저시설, 스포츠경기장 등을 구축하는 등 ‘환경도시’로의 전환을 도모했다. 셋째로 기존 철강산업시기의 운송수단인 인클라인 등 철강산업 ‘유산’을 관광 코스로 개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피츠버그시가 이룬 성공의 배경에는 범시민적 협력과 연대가 있었다는 점에 크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정부의 지원과 대학의 산학협력을 넘어 1944년 피츠버그의 시민사회의 주도와 학계·전문가들의 참여로 설립된 민관협의체 앨리게니 회의(Allegheny Conference)는 도시부활에 중요한 싱크탱크의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경제위기가 심화된 1980년대에 이 협의체는 피츠버그의 <21세기 전략>을 제시하고, 도시의 산업진흥과 살기좋은 도시만들기 운동을 주도했다. 살기좋은 도시만들기에는 교육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2019년 한국을 방문했던 머피(Tom Murhpy) 전 피츠버그시장는 피츠버그시가 “과거 제철소 노동인력수요로 교육에 대한 낮은 열정을 첨단 산업개발의 방향에 적합한 고급 일자리 창출 교육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한 것이 성공요인이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시정부는 신규사업기회를 찾는 기업과 대학들을 위해 후원과 더불어 교육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더불어 시민들은 기존의 교육세 외에 자발적인 기부금을 통해 학교시설을 개선했으며, 교사들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이주를 주저하는 외지인들의 확신을 강화시켰다. 그 결과 철의 도시에서, 녹슨 도시 러스트벨트로 전락했던 피츠버그는 환경도시, 낮은 교육열에서 인구가 다시 모이는 교육도시이자 첨단과학도시로 부활하는 데에 성공했으며, 현재는 고학력자들이 많이 모이는 브레인벨트(Brain Belt)가 됐다. 나아가 2010년 포브스지는 피츠버그를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하기도 했다. 피츠버그 르네상스(Renaissance)는 대학과 연구기관 등 고등교육뿐만 아니라, 시정부의 정책과 더불어 범시민적 연대와 협력이 이루어낸 성공이었다는 것이다.

출산율 저하에 더해 지방의 인구가 점점 더 가파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현상에 대한 전 사회적 대응을 촉구하는 정당한 목소리가 많다. 그리고 최근에 들어 그 위기감은 더욱 팽배해지고 있는 실정임에도 구체적인 대안마련에는 정책적 나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 긴 호흡으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을 예방 혹은 극복할 대안을 마련하려면 <시민적 연대와 협력>으로 성공한 피츠버그의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