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고, 오르고, 또 오른다. 제수용품 차리기에도 버겁다. 조상님을 뵐 면목이 없다. 더도 덜도 말고 늘 한가윗날만 같았으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다양하게 음식을 마련하고 배 불리 먹고 신나게 노는 명절이 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세는 7개월 만에 꺾였으나 먹거리는 전년 대비 8.4% 상승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상차림 비용이 평균 31만7천142원으로 작년보다 6.5%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30만원대는 이번에 처음있는 일이다. 고삐 풀린 천정부지 물가다. 폭우와 폭염 등의 기상 악화가 이어진데다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과실·채소 가격은 추가로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축산·수산물 역시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예년에 비해 이른 추석으로 햇과일들은 변수가 많다. 각종 선물세트는 20% 이상 뛰었다는 한 조사 결과도 나왔다.

정부가 비축 물량을 풀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 서민들은 장 보러 나서는 것 조차 망설여진다. 애써 간단하게 장만한다 해도 간단치가 않다. 유례없는 고물가에 한숨소리가 높다. 상인들도 ‘대목’을 실감하지 못한다. 연휴 직후에는 라면, 우유 등 식품 뿐만 아니라 전기와 가스, 교통 분야까지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일부에서는 원재료 가격 분을 감안하고도 지나치게 과하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이래저래 죽을 맛이다. 갈수록 주머니 사정은 팍팍해지고, 더 이상 졸라맬 허리도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사회취약계층은 더욱 외롭다.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추석을 앞두고 2주(8월23일-9월6일)간 현금과 현물을 포함해 2억605만원이 기부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억2천260만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특히 요긴하게 쓰이는 백미나 생필품 등 현물이 175만원 상당으로 전년(3천만원)의 5.6%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매일 매일이 한가위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래도 1년 중 가장 풍성하고 넉넉한 날이다. 부족하더라도 정성을 가득 담아 차례를 지내고 알차게 보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코로나19 거리두기가 사라졌다. 즐거움은 배로 누리고 어려움은 반으로 나누길 바란다. 가족의 ‘찐사랑’을 확인하는 행복한 명절을 소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