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표어는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적게 낳아 잘 기르면 부모 좋고 자식 좋다’는 식으로 될 수 있으면 아이를 적게 낳자고 권고하고 있다. 1970년대도 ‘하루 앞선 가족계획, 십년 앞선 생활 안정’‘딸 아들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1980년대도 ‘한 가정 한 아이 사랑가득 건강가득’‘낳을 생각하기 전에 키울 생각 먼저하자’ ‘둘도 많다 하나 낳고 알뜰살뜰’로 자녀 하나 낳기를 권하고 있다. 1990년대는 ‘선생님 ! 착한 일 하면 여자 짝꿍 시켜주나요’하다가 2000년대 와서 인구절벽을 걱정하기 시작한다.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 ‘아기들의 웃음소리 대한민국 희망소리’ ‘하나는 외롭습니다. 자녀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동생입니다’로 제발 아기 좀 더 낳자고 사정하기 시작한다.

저출산, 고령화를 여러해전부터 걱정했지만 막상 국내 거주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소식을 접하니 인구절벽이 실감난다. 외국인들 눈에도 우리나라 인구 감소는 큰 걱정거리다. 크리스틴 라카르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저출산 한국을 ’집단 자살사회‘로 규정했다. 무시무시한 경고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우리나라 총인구는 5천173만8천명으로 1년 전보다 9만1천명 줄었다. 총인구 감소는 정부 수립 이듬해인 1949년 센서스 집계가 시작된 이래 72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2019년 사망자가 신생아보다 많은 자연 감소가 시작된 데 이어 2년 만에 다시 국내 체류 외국인을 포함해도 인구가 줄어든 상황에 이르렀다. 통계청은 지난해 12월 총인구가 2050년 4천736만명, 2060년 4천262만명, 2070년 3천766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는 ‘장래인구추계’를 발표한 바 있다.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약 600년 후에는 마지막 한국인이 사망하고 한국이 소멸할지도 모른다.

이런 가정도 한가한 소리인지 모른다. 이런 전개는 현재 출산율에 근거한 것이라 그 시기가 더 빨라질지도 모른다. 통계청의 저위 추계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0.81명이었던 합계 출산율이 올해는 0.7명대, 내년에는 0.6명대로 떨어질 것 같다. 인구가 현 상태를 유지하려면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가 2.1명은 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1명 이하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다. 압도적인 꼴찌다.

이런 인구절벽은 지방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됐다. 통계청의 ‘2021년 국내인구이동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남·경기 등 다른 지역에서 21만3천명이 광주로 들어오고, 광주에서 21만9천명이 서울·경기 등지로 떠났다. 광주 인구 6천명(순 이동 인구)이 줄었다. 전남은 지난해 22만4천명이 전입하고 22만8천명이 전출해 4천명이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20대 인구이동을 보면 상황이 더 심각하다. 광주의 경우 2천600여명, 전남은 무려 1만명에 가까운 9천300여명이 타 지역으로 갔다. 다른 곳으로 떠나는 이유는 일자리와 교육문제다.

민선 8기 광주·전남 지방정부가 저출산 극복 대책과 함께 신경써야 할 부분이 바로 지역 청년인구 유출 방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원인을 찾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 특화를 바탕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특단의 청년인구 방지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잘알다시피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경제, 사회, 복지, 국방 등 국가의 모든 분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작년만 해도 2%대로 추정되던 잠재성장률이 현재 인구 감소 추세가 계속되면 2044년에 0%대로 추락할 전망이다.

정부는 2005년 관련 법을 제정하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지난 17년간 저출산·고령화를 막기 위해 수많은 대책을 내놨다. 38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붓고도 효과가 거의 없었다. 출산율을 높이는데에만 초점을 맞춘, 잘못된 진단과 처방의 결과다. 저출산과 고령화 등 인구 문제는 집값 폭등, 과도한 사교육비, 취업난, 양극화 등 사회 모든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이제라도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인구 감소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인구정책 변화를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일자리와 주택, 교육, 복지의 모든 국가 정책을 출산·양육 친화적인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 전체 직장 근로자의 81%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육아 휴직은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해도 대체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활용하기 어렵다. 중소기업 공동 또는 산업단지별로 어린이집을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부득이 휴직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자녀 양육과 돌봄에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주변에 결혼과 출산을 머뭇거리는 젊은이들에게 물어보면, 팍팍한 삶과 직결되는 집값 폭등, 양극화, 계층 사다리 실종, 과도한 사교육비, 취업난 등을 원인으로 얘기한다. 현재의 생활이 넉넉지 못하고 여건이 녹록지 않아 엄두를 못낸다는 것이다.

새 정부는 인구증가정책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경제활동인구 확충, 축소사회 대비, 고령사회 대비, 저출산 대응 등 인구 대책을 국회, 민간부문과 머리를 맞대고 완벽한 대책이 만들어 지도록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2030~2040년에 인구지진이 발생한다. 그동안 잘못된 처방전으로 비싼 약값을 치르고 효과가 없었다면 이제 처방부터 바로 잡아야 할 때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의 멸종국가가 되지 않으려면 올해부터 인구를 늘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