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민주화운동 사랑방 ‘봉심정’](13)박현옥
“학생·시민 모두 한마음으로 자유 위한 투쟁”
루사·KSCF 통한 유신항거…전남대교육지표 사건 정점
YWCA 활동 일반시민 의식화…“민주역사는 한줄기”
2022. 08. 15(월) 20:17 가+가-

박현옥(66)씨는 전남대 75학번으로 입학해 유신체제 속에서 루사, KSCF, YWCA 등을 활동하면서 학생운동을 넘어 일반시민의 의식화 민중운동에 힘썼다.

“자유를 위한 투쟁은 당연했다. 고등학생, 대학생, 일반시민은 모두 한 마음으로 시대 속에 깨어나길 원했다.”

박현옥(66)씨는 유신체제 속에서 루사, KSCF, YWCA 등을 활동하면서 학생운동을 넘어 일반시민의 의식화 민중운동에 힘썼다.

1975년 전남대 영문과에 입학한 박씨는 교내동아리인 독서토론반(루사) 사회과학 스터디와 KSCF 활동을 시작했다.

정보과 형사와 상담지도관의 감시 속에서 반국가단체로 지목된 전남대 서클은 대외적 공식활동이 불가능했다. 이에 박씨와 장석웅, 이세천, 조봉훈, 김은경 등은 기독교 운동권으로 결집해 유신타도를 위한 전국 청년 조직으로 활동했다.

상황은 자연스럽게 교내를 넘어 교외로 활성화됐고, 종교단체 모임에는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이 더 많은 양상을 보였다.

이는 사회활동을 위해 장소 확보가 가능한 기독단체로 민주화운동권 사람들이 흡수됐기 때문.

신광교회, 한빛교회, 양림교회 등에서 민주운동가들은 모임을 가지면서 조비오 신부, 조아라 여사 등의 지원 아래 민주화 운동을 이어갔다.

민청학련 이후 KSCF는 노동, 농민, 현장(사회운동)을 중심으로 노동현장에서 사회조사 활동과 야학을 진행했다.

박씨는 KSCF에 속해 반유신 유신독재 항거 방향과 전술을 연구했다.

1976년 KSCF 소속 김영종의 주도로 4·19 문학반 시위가 일어나면서 조직이 드러났고 박씨는 제1사찰대상이 됐다.

그는 YWCA에 속해 조아라 회장 아래서 유신독재 대항 활동을 꾸준히 이어갔다.

서클 개념아래 최초로 남녀공학청년회가 꾸려졌고 6월 항쟁 본부 등 고등학생, 대학생, 일반인, 학교밖의 모든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진보적 철학을 가진 목사와의 스터디, 함석헌의 연구강연 등이 진행됐다.

대중강좌에 집중한 YWCA 강연은 일반인이 누구나 들을 수 있도록 개방했기 때문에 도청 앞을 오가는 모든 문화인, 문학인, 정치인, 사회단체, 기자 등이 어울려 민주화 파급력을 가질 수 있었다.

강연회에 참여한 전국 민주인사들은 강의료 없이 자비로 방문했고, 광주 청년과 시민을 위한 문화, 정치, 사회, 반유신, 민주화를 주제로 뜻깊은 강연을 선보였다.

YWCA강당에는 매번 400-500여명의 일반 시민이 모여 만석을 이뤘고, 광주시민들의 민주역량은 커져만 갔다.

대중강연은 정보국의 압력에도 조아라 여사 등 기독교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대중을 선도하고 조직·의식화 하는 작업은 봉심정에서 이뤄졌다.



박씨는 “그 곳은 민주화운동을 하던 모든 세대의 결집 장소”였다고 회상했다.

교내 서클 등은 학습모임을 통해 자율로 공부하던 것을 토대로 봉심정의 민청학련 세대(김정길, 이강, 박세정, 윤강옥, 윤한봉)와 심도 깊은 토론을 이어갔다.

시가지에서 떨어진 봉심정에는 영문과 직속선배인 김남주가 기거하고 있었고, 교육학 이론서, 권위주의 체제에 도전하는 사상을 담은 민중운동에 대한 서적을 읽고 정세분석에 돌입했다.

또한 민중운동을 위한 현장 조직과 의식화 작업의 전술을 담은 책을 통해 선배들과 함께 운동권이 나아갈 방향을 구축했다.

1978년, 박씨는 전남대 교수들의 ‘우리들의 교육지표’ 공표 이후 전남대·조선대·기독학생회와 연계해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유인물을 작성한다.

대규모 시위인 만큼 가리방으로 한장한장 만들 여유가 없어 YWCA에 부탁해 회원지 인쇄소에서 대량 인쇄에 들어갔다.

이는 최초로 인쇄소에서 나온 대량 유인물이다.

박씨는 노준현 등과 역할 분담 후 녹두서점 김상윤에게 상황을 전하고 연락망을 풀가동했다.

전남대교육지표 사건은 유신체제 이후 최초 대규모 가두시위로 학생들은 전남대 도서관 점거 농성(단식투쟁)에 돌입했다.

박씨는 이 사건 주모자로 색출돼 수사과 옆 밀실에 끌려가 아침 동이 틀때까지 각목 등으로 심한 구타를 당해야 했다.

그는 까맣게 피멍이 든 상황에도 이를 악물고 죽는다는 각오로 단 한마디도 뱉지 않았다.

이 사건은 전국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방학이 끝나고 9월 개학 땐 전국 대학교 학생들 모두가 시위에 돌입했다. 이 때 전국 학생 1천여명 이상이 구속됐고, 이는 유신종말의 시작이었다.

박씨는 “4·19, 한일합병반대, 민청학련, 긴급조치9호 세대는 엄혹한 상황 속에서 민족의 역사와 미래를 써나간 하나의 줄기”라면서 “의병활동부터 학생운동까지 민족의 미래가 어두울 때 민초가 일어났듯,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은 뿌리깊고 세대와 세대로 이어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의미로 세대와 세대를 잇는 역할을 한 봉심정은 의미깊다”면서 “봉심정은 작은 소그룹들이 모이는 좁은 장소였지만 그 결과는 창대했다”고 평가했다.

/오복 기자
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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