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민주화운동 사랑방 ‘봉심정’](9)최철
유인물 통해 시국 상황 전달·민주 의식화 앞장
전남대 서클 맷돌 창립… 기독교 등 전국 운동권 연계
민청학련 유인물 등사…“봉심정, 민주운동가 연결고리”
2022. 07. 13(수) 20:19 가+가-

최철은 전남대 74학번으로 광주일고 ‘광랑’ 서클 활동을 시작으로 70년대 학생·기독교 등 전국 운동권을 연계해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다. 사진은 1968년 여름방학 때 농촌봉사활동을 진행하는 최씨(왼쪽에서 일곱 번째)와 ‘광랑’ 멤버들. <최철 제공>


“함성지 재판을 매일 방청하고 선배들의 뒤 꼭지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민주화운동의 길 따라 걷고 있더라고…허허.”

최철(70)씨는 전남대 74학번으로 맷돌 서클을 창립하고 이양현, 정상용, 윤한봉, 김정길, 김상윤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반유신 운동과 민주화를 위해 청춘을 내던졌다.

글씨를 잘 쓴다는 선배의 조언에 따라 유인물 등사를 담당하게 됐고 손글씨로 한땀한땀 8절지에 빼곡히 쓴 유인물을 통해 학생과 시민에게 시국을 전하고 민주 의식화를 선동했다.

또한 광주일고 운동권 선후배들의 연락책을 맡아 ‘일고책’으로 운동가들의 소통을 책임졌다.

최씨가 민주화 길로 들어선 것은 고등학교 무렵이다.

광주일고에 입학한 그는 독서클럽 광랑 10기에 가입하고, 4·19혁명 직후 전 세계 동향과 사회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쏟아진 책들을 통해 독서토론을 하며 시대의 흐름을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

광랑은 일주일에 한 번 토론회를 하고 여름방학 농활 활동 등을 하면서 지식을 쌓았다. 당시 고현석, 정상용, 이양현, 김희택, 정찬용, 정용화 등 광랑의 주요 인물들은 삼선개헌 반대시위를 모의했고 이에 정치교사들과의 마찰을 겪으며 민주화 의식을 고양했다.

고등학생 1학년 재학시절 광랑 1년 선배인 고아석의 소개로 김정길을 만났고, 봉심정에 수시로 드나들며 그는 광주권 사회운동가들을 접하게 된다.

그를 운동가의 길로 직접 들어서게 한 것은 73년 함성지 사건 재판 방청이다.



당시 유신헌법이 공표되면서 함성지 사건은 이에 반대하는 전국 학생들의 불만이 고조돼 강압적 상황에 대한 시국 토론장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산동에 거주하던 최씨는 5분 거리에 위치한 법정을 매일 찾아 함성지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방청했고, 방청이 끝나면 참여한 사람들과 함께 모임을 갖고 밤새도록 시국과 민주화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박석무, 김정길, 이강 등의 재판 방청을 통해 치열한 논쟁이 펼쳐지는 현장에 푹 빠져 자연스럽게 선배들을 따라 민주화 운동길로 들어선 것이다.

이후 최씨는 꾸준히 운동권에 함께 하며 등사와 일고책을 맡았고, 이에 따라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해야 했다.

그는 민간인이지만 군법으로 다스려 국방부로 끌려가 조사와 재판을 받았고 대법에서는 자연스럽게 재판을 상고 포기, 교도소에서 11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75년 석방 후 최씨는 제적생 신분으로 메시아(맷돌) 서클을 창립했다.

맷돌은 독서토론 등을 통해 역사의 올바른 인식을 심는 것을 목표로 후배를 가르치고 민주 의식화 인물을 양성하기 위해 조직됐다.

긴급조치 9호에 따라 학생 운동의 구속이 더욱 심해졌고 활동 여지가 줄어들자 양림교회 청년회와 대학교 서클을 연결시켰고, 계림교회 등 타교회와의 연합운동도 진행했다.

아울러 서울과 연결하는 EYC, KSCF, 전남대 기독학생회 등 양림교회 청년회를 활동 하면서 포괄적이고 전국적인 학생·청년 운동을 이어간다.

최씨는 “하도 여기저기 활동을 많이 하니까 정보과 형사들은 나를 일명 ‘똥파리’라고 불렀어. 나는 조직을 연결하는 연결책이었지”라고 회상했다.

조봉훈, 김영종, 이세천, 정등룡 등 전남대 선후배들과 함께 항상 봉심정 등을 찾으며 서클 트레이닝에 매진했다. 이는 멤버들의 단합과 정신수양의 일환으로 이를 통해 자기 극복과 의지를 키워 나갈 수 있었다.

봉심정은 반정부 발언 등을 과감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으로 도청과 감시를 피해 걱정 없이 찾고 그곳을 찾는 모든 이들은 커뮤니티를 형성해 만남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후로도 그는 유인물 등사와 연결책으로 활동했지만 79년 장남으로 가족의 생계를 챙겨야 해 취업을 하면서 도드라지는 활동은 할 수 없었다.

최씨는 “봉심정은 어느 서클, 조직 활동을 하든지 간에 찾아갈 수 있었고 밤새워 논의 할 수 있었던 공간이다. 농민운동을 하던 사람은 농민회 등과 학생운동을 하던 이들은 학생들과 관련자, 문화운동 등 모든 사회운동가들이 찾아 다방면으로 활용됐다”면서 봉심정의 공간적 의미를 밝혔다.

이어 “수많은 민주인사들이 찾아 셀 수 없는 토론이 이뤄졌기 때문에 이곳의 복원 필요성과 역사의 가치는 두말할 것 없다”고 강조했다.

/오복 기자
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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