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먹고 쓰는 거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방향으로 소비하고 싶어요.”

최근 건강한 삶을 지향하고 소비를 통해 자신과 신념을 표출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 :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산됨에 따라 MZ세대를 중심으로 ‘비건(Vegan : 채식주의자)’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비건은 음식부터 의류, 화장품 등 동물을 착취해서 만든 제품의 소비를 지양하는 사람을 뜻하며 광주에서도 비건 제품만을 판매하는 베이커리와 음식점이 속속 문을 연 것은 물론 화장품·식품업을 비롯한 다양한 업계에서도 연이어 비건 제품을 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22일 오전 방문한 광주 광산구 소재 베이커리.

이른 오전부터 식빵·치아바타·소금빵 등 매장 내 마련된 16가지 종류의 빵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한 고객들이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다른 베이커리와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이곳의 차별점은 사장 배해정(41)씨가 자신 있게 내놓은 빵 속 재료에서 찾을 수 있다.

매장 입구에 붙은 ‘동물성 재료 0%·순 식물성 재료 100%’ 안내문처럼 우유·계란·버터 등의 재료는 빼고 쌀가루, 통밀, 유기농 원당, 천연 발효종 등 엄선된 건강한 재료로만 가득 채워 넣은 점이 이곳의 특징이다.

배 사장은 “최근 건강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환경오염으로 인해 계란·견과류 등에 알러지가 있는 아이들도 증가 추세”라며 “비건 베이커리를 통해 건강하고, 먹어도 속이 편한 맛있는 빵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건 빵을 판매하는 베이커리 이외에도 비건 케이크, 비건 반미 등을 판매하는 곳이 MZ세대들의 관심에 힘입어 광주에서도 속속 문을 열고 있다.

비건에 대한 관심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2021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 비건식품’에서도 볼 수 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채식인구는 약 150만명으로, 매년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채식주의자들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동물권, 환경보호 등 윤리적 가치가 혼재돼 있는 것이 특징으로 건강에 좋고 개인적 신념이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는 의식을 기반 삼아 일명 MZ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에서 채식주의자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aT는 분석했다.

커지는 비건 시장에 화장품업계에서도 비건 전용 브랜드와 제품을 확대하는 등 분주한 모양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9일 립밤·선크림 등 전 제품이 비건 인증을 받은 비건 전용 메이크업(식물성 화장품) 브랜드 ‘프레시안(freshian)’을 선보였다. 환경주의에 관심이 많은 2030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다.

비건 화장품은 통상 제조 및 가공 단계에서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고 동물성 원료를 배제한 제품으로 앞서 아모레퍼시픽도 비건 브랜드 ‘이너프 프로젝트’를, 애경산업의 경우도 ‘에프플로우(F.FLOW) 브랜드를 앞세워 비건 인증 제품을 늘리고 있다.

식품업계도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달 24일 복합탄수화물을 사용하고 우유나 버터 등 동물성 재료는 전혀 사용하지 않은 ‘락토프리 비건 식빵’을 출시했다.

아울러 국내 밀키트(간편 조리식)시장 1위 업체인 프레시지도 최근 자회사 테이스티나인의 채식 전문 간편식 브랜드 ‘헬로베지’에 프레시지의 대체육 사업을 결합, 국내 채식시장을 본격 공략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풀무원과 농심도 지난달 말 각각 서울 삼성동 코엑스와 잠실 롯데월드 몰에 잇달아 비건 레스토랑을 여는 등 비건 시장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대학생 윤모(24)씨는 “최근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식습관부터 소비 등 생활 전반에 걸쳐 비건을 실천하고 있다”며 “기업에서도 비건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는 것을 보며 사회를 바꾸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도 비건 소비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