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 시작됐다. 상습침수지대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모래주머니를 제외하곤 임시방편의 정비에 큰 피해 없이 지나가길 바라며 가슴을 졸인다.

광주광역시 북구 문흥동 성당 인근 ‘우수저류시설’은 오는 2024년에나 설치가 완료된다. 지난 2020년 8월 집중호우로 자동차 20여대와 도로, 주택, 상가 등 건물 11동이 침수 피해를 당했지만 기본적인 관리마저 부실하다. 성당 담벼락을 따라 아파트 방면으로 향하는 배수로 군데군데는 낙엽과 쓰레기가 나뒹굴고 또 일부 구간은 이미 토사가 누적돼 물의 흐름을 막고 있다. 문흥고가 하부 지지대에 걸린 ‘침수피해 우려 구간’을 알리는 현수막이 무색해 보인다.

2020년 주택 62채가 침수한 서구 화정동 서석고 인근 주택가에는 수방용 양수기와 유량계가 구비돼 있고 보관함 바로 옆엔 사대(모래주머니) 200여개가 쌓여있을 뿐이다. 주민대책위는 근본적인 해결을 촉구하며 두 무릎을 땅에 꿇고, 두 팔을 땅에 댄 다음 머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하는 ‘오체투지(五體投地)’ 시위까지 벌였음에도 실질적인 변화는 없다고 지자체를 비판하고 있다.

주민들은 큰 곤욕을 치르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 하늘만 바라봐야 하는 처지다. 올해 장마기간에도 편히 잠자긴 글렀다며 한탄이다. 매년 침수가 발생하는데도 여전히 해법을 못 찾고 있다면서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신속하고 항구적인 대책을 약속해 놓고도 예산 타령이나 설계·행정절차 등을 들어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다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언제까지 ‘사후약방문’이어야 하나. 주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 너무 당연한 이치다.

장마와 함께 광주·전남지역에는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33도 이상의 높은 기온에,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유입되면 체감온도가 그 이상으로 치솟게 된다. 후텁지근, 불쾌한 날씨다. 상습침수지 주민들을 더 이상 짜증나게 만들어선 안 될 것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요즘이다. 예상 가능한 위험지역부터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도록 행정력을 발휘해야 한다. 자연재해 재난은 사전 예방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