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작가 ‘눈 감고, 눈 뜬 오월의 사람들’展, 25일까지 메이홀
“지금의 광주는 오월 그날의 열사들이 이룩해 낸거죠”
광주항쟁 인물전기 삽화·병원 스케치 연작 등 100여점 선봬
2022. 05. 18(수) 19:52 가+가-

작품 ‘도청을 지킨 새벽의 전사들’ 앞에 선 이상호 작가

“광주의 5·18은 민주주의와 인간 존엄을 끝까지 지켜낸 의로운 저항이었습니다. 5·18이 끝난 후 광주는 대한민국의 양심이 됐어요. 이는 도청에 끝까지 남아 맞서 싸우다 산화한 분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5·18은 그렇게 역사가 됐습니다.”

광주정신 메이홀(동구 문화전당로 23번길 1)이 개관 10주년과 5·18 광주민중항쟁 42주년을 맞이해 이상호 작가 초대전을 마련했다.

‘눈 감고, 눈 뜬 오월의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오는 2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오월 광주, 오월의 사람들’이 그 주인공이다.

5월 광주항쟁과 6월 민주항쟁 그날의 증인이자 정신인 이 작가는 그의 신작과 함께 광주항쟁 인물전기 삽화, 정신병동에서의 스케치 연작까지 총 100여점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지난 17일 전시장에서 만난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도청을 지킨 새벽의 전사들’을 가장 소중한 작품으로 손꼽았다.

“다른 오월 작품들도 하나같이 의미 있지만, 저는 이 그림을 이번 전시의 주요 작품으로 생각해요. 민주주의를 위해 끝까지 도청을 지킨 열 여섯 분의 숭고한 죽음을 기리기 위한 그림입니다. 5·18에 있어 가장 소중한 분들이라는 걸 느꼈기 때문에 이 분들을 그리게 됐어요.”

‘도청을 지킨 새벽의 전사들’


올해 4월 그린 이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안타까운 사연도 잇따랐다.

“열사들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민주화운동기록관에 가서 이 분들의 사진을 구했습니다. 그 중 네 분이 거절을 하시더라고요. 그리지 말아 달라고요. 내 아들이 죽었는데 지금 와서 사진이나 그림으로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다고 하시더군요. 오월만 되면 고통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다시 한 번 느꼈죠. 광주의 5·18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걸요. 기록관과 가족 분들을 설득해 그렇게 열 여섯 분을 어렵게 그리게 됐어요.”

전시장 2층에서는 ‘도청을 지킨 새벽의 전사들’을 비롯해 5·18 당시 경찰국장이던 고 안병하 치안감의 모습이 담긴 그림 ‘총 쏘지 않는 사람’과 시민군 이정모의 전기를 담아낸 삽화 등 광주를 지켜낸 이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3층 카페는 작가의 방으로 꾸며졌고, 계단 벽면에는 지난해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일제를 빛낸 사람들’이 걸렸다. 4층 전시장에서는 병원에서 작업한 작가의 그림들을 볼 수 있었다.

‘총 쏘지 않는 사람’


1987년 걸개그림 ‘백두의 산자락 아래 밝아오는 통일의 새날이여’를 그렸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 구속 1호 화가가 된 그는 심한 고문과 구타를 당한 뒤 나주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이곳 4층에 있는 그림 60점이 병원에 있는 동안의 일기를 스케치로 남긴 겁니다. 이때까지는 일부러 그림을 공개하지 않았어요. 제 나름의 상처이고 오랜 시간 아팠기 때문이에요. 건강을 되찾고 나선 살아온 이력을 그림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에 이렇게 전시하게 됐습니다. 데생이나 크로키 같은 기초 미술을 찾아보기 힘든 때 이런 스케치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 것에 관객 분들이 새로움도 느끼시더라고요.”

어우러져 놀거나 싸우는 환우들의 모습, 거울에 비친 환자복을 입은 작가 자신의 모습 등이 소묘 그림으로 담겼다. 아울러 작가의 선친이 병상에 계실 적의 모습이 담긴 소묘 20점도 함께 전시돼 있다.

비록 눈은 감았지만, 오월의 사람들은 그의 그림을 통해 눈을 뜨고 있다.

국가폭력의 잔혹성에 물러서지 않고 진실을 외쳐온 그에게 있어 광주정신은 그날의 오월을 현재화하는 저항 정신이다.

“광주의 5·18은 저항 정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외세로부터의 저항, 그리고 민족 통일로 연결됩니다. 그때의 공동체 정신은 나눔이었잖아요. 주먹밥과 헌혈 등을 통해 하나의 공동체가 됐고, 이는 남북의 평화적인 교류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오월정신을 사회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시대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힘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바로 광주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최명진 기자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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