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454)
하늘이 쩡쩡 울어도 울리지 않으니 말입니다
2022. 05. 10(화) 19:08 가+가-
만년에 지리산 자락에 산천재를 짓고 학문을 성숙시켰기에 지리산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 남달랐다. ‘지리산(頭流山) 양단수(兩端水)를 예 듣고 이제 보니 / 도화(桃花) 뜬 맑은 물에 산영(山影)조차 잠겼어라 / 아희야 무릉(武陵)이 어디뇨 나는 옌가 하노라’라고 했다. 지리산을 사랑하는 마음이 들어있다. 한글 시조 뿐이랴. 청컨대 천석들이 저 종을 한번 보시게, 크게 두드리지 않는다면 소리가 없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智異山(지리산) / 남명 조식
청컨대 천석들이 저 종을 보게나
크게 안 두드리면 소리가 없다는데
두류산 꼭 닮았는지 울리지 않으니.
淸看千石鐘 非大扣無聲
청간천석종 비대구무성
爭似頭流山 天鳴猶不鳴
쟁사두류산 천명유불명

하늘이 쩡쩡 울어도 울리지 않으니 말입니다(智異山)로 제목을 붙여 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남명(南冥) 조식(曺植: 1501-1572)으로 조선 중기의 대학자다. 1561년 지리산 기슭 진주 덕천동으로 이거해 산천재를 지어 죽을 때까지 이곳에서 머물면서 강학에 힘썼다 한다. 1566년 상서원 판관을 제수 받았으나 이후 왕을 만나 학문의 방법과 정치 도리에 대해 논하고 그냥 돌아왔다 한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청컨대 천석들이 저 종을 한번 보시게나 / 크게 두드리지 않는다면 소리가 없다고 할 수 있지 않게나 // (이는 마치) 두류산과 꼭 빼서 닮았지 않았겠나 / 하늘이 쩡쩡 울어도 울리지 않으니 말입니다’라는 시상이다.

위 시제는 ‘지리산을 보면서’로 번역된다. 지리산(智異山·地理山)을 두류산(頭流山) 혹은 방장산(方丈山)이라고 했다. 금강산, 한라산과 더불어 동방의 삼신산으로 알려진 산이다. 지리산의 다른 이름인 ‘두류산’은 ‘백두산(白頭山)이 흘러내려(流) 맺힌 산’이란 뜻이란다. 이렇게 보면 북의 최북단이 백두산에서 남의 최남단인 지리산으로 뻗친 태백산맥으로 통하는 산이라는 뜻으로 해석한다면 억지가 아닐지 모르겠다.

시인의 시상은 ‘청유형’ 한 마디를 앞에 놓더니만, 종(鐘)이라는 엉뚱한 시적인 대상상관물을 도입하면서 원관념인 지리산을 대비해 보인다. 청컨대 천석들이 저 종을 한번 보시게나, 크게 두드리지 않는다면 소리가 없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라고 했다. 저 종의 생김새는 말할 것도 없이 소리까지도 닮았음을 비교하려는 의욕을 보이려는 속셈이다.

화자는 이제 본격적인 후정의 심회를 한껏 쏟아 부을 태세를 갖추고 있어 보인다. (종의 소리는 마치) 두류산과 꼭 닮았지 않겠는가 하는 물음에 이어 하늘이 울어도 산은 울리지 않으니 말일세 라고 했다. 묵직하고 듬직한 지리산의 품위를 돋보이게 한다.

※한자와 어구

淸: 청유형, ‘청컨대’ 쯤으로 해석함이 좋음. 看: 보라. 명령형의 문장 표현임. 千石鐘: 천석의 종. 非大: 크게 울리지 않는다. 扣無聲: 두드려도 소리가 없다. // 爭似: 마치 ~과 같다. 頭流山: 두류산. 지리산의 이칭. 天鳴: 하늘이 울다(흑은 울리다). 猶: 도리어. 반어적인 표현임. 不鳴: 울리지 않는다. <시조시인·문학평론가(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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