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시집은 5월을 겪은 분들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차명숙 선생님, 김옥희 어머님, 이소선 여사님 등 그들의 삶을 반추한 작품들이죠. 이 상은 제가 그 분들을 대신해 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5·18 문학상 본상 수상작으로 고영서 시인의 ‘연어가 돌아오는 계절’이 선정됐다.

고 시인의 ‘연어가 돌아오는 계절’은 5·18을 과거의 역사적 사건으로서가 아니라 현재 지속되는 생의 체험으로서 의미화하고 있으며, 역사적 사건을 자신의 삶으로 증언하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5·18문학상 심사위원회는 “당시 역사의 현장을 증언하고 그 정신을 현재에 창조적으로 열어가고자 한 문학을 중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가장 가치 있는 작품, 진정성 있는 작품을 선정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광주전남작가회의 소속으로 재작년 오월문학제 5·18 문학상 시상식 사회자로 나선 고 시인은 올해는 시상자로 행사에 참여한다.

“감회가 참 새롭습니다. 제 시집을 보시고 옛날 생각에 많이 우셨다는 분들도 계시고, 젊은 세대도 많이 공감을 하시더라고요. 오월정신이 광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교류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고영서 시인의 ‘연어가 돌아오는 계절’이 2022 5·18문학상 본상을 수상했다. 고 시인은 광주전남작가회의 소속으로 매년 오월문학제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은 망월동 구묘역에서 오월문학제 행사인 국립5·18민주묘지 참배 진행을 맡은 고 시인의 모습.

고 시인에게 5·18은 어떤 의미일까.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저는 가장 먼저 장소가 주는 상징성이 떠오릅니다. 현재 광주에 살고 있기 때문에 옛 전남도청, 전일빌딩 등은 모두 제 일상생활이나 다름 없어요. 그리고 오월을 겪었던 분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광주에 대한 이야기들을 조금 더 시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시인은 5·18을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광주에서 학교를 다니던 언니, 오빠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짱돌 하나 던지지 못했던 일을 후회하며 당시를 회상하는 오빠의 이야기 ‘그때 그 돌멩이 하나’, 돌아오지 않은 남편을 기다리는 김옥희 어머니의 ‘당신은 죽지 않았어요’ 등 시 구절들은 가슴 절절한 사연의 깊이를 가늠케 한다.

시집에는 광주의 오월뿐만 아니라 타국에서 살아가는 동포들의 이야기 또한 담겨있다. 표제작인 ‘연어가 돌아오는 계절’은 사할린에서 동포를 만난 뒤 이를 모티브로 써내려간 작품이다.

“4년 전 여름에 다른 작가들과 함께 사할린에 갔다가 교민들을 만나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어요. 고향에 돌아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들었죠. 그 곳 자작나무 숲 길을 지나며 자기가 태어났던 곳으로 돌아가는 연어들을 보며 시상을 떠올리게 됐죠.”

2004년 ‘달빛밟기’라는 작품으로 본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고 시인은 “광주매일은 제 고향과 같은 곳이다. 시인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존재다”며 “항상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려 한다.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고 시인은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이 어느 정도 매듭 지어지고 나면 또다른 시작을 해보고자 한다”며 “이번 시집이 개인 서정과 광주의 이야기를 함께 다뤘다면 앞으로 ‘광주의 시’로만 이뤄진 책을 한 권 내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시’란 어떤 의미인지 묻자 ‘숨이자 쉼’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시는 제 삶을 지탱해주는 힘입니다. 사는 게 힘들고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저를 붙잡아주는 그런 존재요. 수식어는 다 필요 없어요. 저를 소개할 수 있는 단어는 시인 하나로 충분합니다. 앞으로도 일상에서 휴식처가 돼줄 시와 함께 ‘시인’ 고영서로 꾸준하게 시작 활동을 이어가고 싶어요.”

고영서 시인과 오월어머니 김옥희 어머님(사진 上), 2020년 5·18문학상 시상식 사회를 보고 있는 고영서 시인.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