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남파랑길 57코스(여수 구간)
다도해가 그린 풍경화 감상하는 ‘지붕 없는 미술관’
2022. 04. 19(화) 19:38 가+가-

흐드러지게 핀 벚꽃 속으로 빠져든다. 바람이 불거나 차량이 지날 때는 꽃잎이 휘날리며 꽃비가 내린다. 우리에게 축복을 내려주는 것 같다.

자연의 봄 잔치가 눈부시다. 길을 따라 벚꽃이 하얀 띠를 이루며 흘러간다. 산비탈 밭에서는 핑크빛 복사꽃이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산비탈에 핀 하얀 산벚꽃이 초록색 신록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뤘다. 생명이 아니고서는 저처럼 아름다울 수 없다.

남파랑길 57코스는 여수시 화양면 원포마을 버스정류장에서 마을길로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원포마을경로당 앞을 지나 봉화산 등산로로 들어선다. 나무계단을 오르다가 뒤돌아보니 조금 전 출발했던 원포마을과 주변 농경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소나무 숲 아래에서 진달래가 꽃길을 만들어 우리를 안내한다. 가파른 길을 오르느라 등에 땀이 날 즈음 임도를 만난다.

임도 왼쪽으로 몇 발자국 다가가니 가막만 전경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여수반도 화양반도와 돌산도 화태도·월호도·개도·제도·백야도로 둘러싸인 가막만 전경이 펼쳐진다. 오전시간이라 역광으로 바라본 가막만과 여러 섬의 모습이 몽환적이다. 남파랑길 정식 코스는 이곳에서 임도를 따라가게 돼 있지만 우리는 봉화산 정상으로 가는 산길을 선택했다. 다도해 풍경을 가장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봉화산 정상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임도에서 봉화산 정상까지는 300m에 불과하다.

봉화산 정상에는 백야곶봉수대가 원형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백야곶봉수대는 조선시대 동쪽의 돌산도 방답진 봉수대와 응하고, 서쪽 고흥 팔영산 봉수대와 응했으며 장흥 천관산, 진도 여귀산 봉수대를 거쳐 서울 목멱산(남산)까지 연결됐다.

봉수대 위에 올라서자 사방으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다도해를 이룬 남해바다는 천혜의 절경이다. 이곳 봉화산에서는 여수의 365개 섬 대부분을 조망할 수 있다. 여수의 섬뿐만 아니라 경남 남해도, 고흥반도와 나로도까지도 다가와 예쁜 풍경화가 그려졌다.

봉화산에서는 여수의 365개 섬 대부분을 조망할 수 있다. 여수의 섬뿐만 아니라 경상남도 남해도, 고흥반도와 나로도까지도 다가와 예쁜 풍경화가 그려졌다. 이 그림 속에는 가막만과 장수만, 여자만이 모두 그려져 있다. 다도해가 그린 풍경화를 감상할 수 있는 봉화산은 ‘지붕 없는 미술관’이다.


이 그림 속에는 가막만과 장수만, 여자만이 모두 그려져 있다. 다도해가 그린 풍경화를 감상할 수 있는 봉화산은 ‘지붕 없는 미술관’이다.

봉화산에서 고봉산으로 가는 능선길에는 벚꽃이 피어있다. 진달래와 산벚꽃도 산뜻하게 빛깔로 길손을 맞이한다. 능선길 곳곳에 다도해를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전망처가 있어 자꾸만 멈춰 선다. 활처럼 휘어지는 장수해변을 앞에 두고 조발도 둔병도 낭도 적금도 같은 섬들이 에메랄드빛 바다와 어울려 절경을 이뤘다. 여자만 뒤로 팔영산을 비롯한 고흥의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그림의 완성도를 높였다.

활처럼 휘어지는 장수해변을 앞에 두고 조발도 둔병도 낭도 적금도 같은 섬들이 에메랄드빛 바다와 어울려 절경을 이뤘다. 여자만 뒤로 팔영산을 비롯한 고흥의 산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그림의 완성도를 높였다.


아름다운 자연은 아름다운 마음을 창조한다. 저 거대한 자연을 바라보고 있으니 허망한 욕망이 물러가고 맑고 소박한 자연의 향기가 채워진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임도를 만난다.

이 임도는 봉화산을 들리지 않고 봉화산 8부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남파랑길 57코스 정식 경로다. 이곳 활공장에서도 고흥반도와 다도해를 이룬 장수만 여자만이 아름답게 조망된다. 활공장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자유롭게 날고 싶어진다.

고봉산 정상에서는 전망대 역할을 하는 2층으로 된 팔각정이 기다리고 있다. 팔각정에서 보는 조망 또한 시원하다.

북서쪽으로 몇 개의 낮은 산봉우리들 너머로 여수시내와 가막만, 돌산도 등이 다가온다. 벚꽃길로 이어진 봉화산이 손에 잡힐 듯하고, 봉화산 뒤로 백야도와 개도·월호도는 물론 금오도까지도 모습을 드러낸다. 장수만과 여자만 사이에 떠 있는 섬들은 여전히 아름답다.

섬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리움이 솟구친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항상 내 마음속 샘물처럼 간직된 고향에 대한 그리움, 영혼에 대한 그리움이 그것일지도 모른다.

능선 산길을 따라 걷다가 이목리와 안포리를 연결하는 도로에서 남파랑길과 재회한다. 도로를 따라 이영산 남쪽 고개를 지나자 여자만이 시야를 독차지한다. 가막만에서 시작하여 장수만을 거쳐 여자만 구역으로 들어선 것이다. 발아래 산골짜기의 다랑이논들과 해변에 솟은 낮은 산봉우리들이 우리의 마음을 소박하게 해준다.

산전삼거리에서 산전마을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여수자매로캠핑장을 지나자 벚꽃터널이 등장한다.

이곳 자매로에는 주변 다른 곳보다 늦게 핀 벚꽃이 벨트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 속으로 빠져든다.

꽃은 인간을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우리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가 된다. 바람이 불거나 차량이 지날 때는 꽃잎이 휘날리며 꽃비가 내린다. 우리에게 축복을 내려주는 것 같다.

전동마을로 내려가는 좁은 길을 따라 한 굽이를 돌아서니 조그마한 저수지가 있다. 막 피어난 신록이 저수지 물위에 비친 모습이 신선하다. 전동마을 앞 두 그루 느티나무가 당당하다. 연두색으로 채색된 고목이 전동마을의 봄을 화사하게 해준다. 주변 농경지에서는 양파를 많이 재배하고 있다. 이미 수확을 마쳤거나 수확을 앞두고 있다.

해변은 구미마을-이목리-서연리-연말마을로 이어지면서 타원을 이룬다. 산을 등지고 바다를 마당삼은 해변마을들이 고즈넉하고 평화롭다.


전동마을을 지나자 다시 여자만이 모습을 드러낸다. 해변은 구미마을-이목리-서연리-연말마을로 이어지면서 타원을 이룬다.

산을 등지고 바다를 마당삼은 해변마을들이 고즈넉하고 평화롭다. 고흥반도와 여수반도 화양반도에 감싸인 여자만이 거대한 호수 같다. 지금까지 바다를 높은 곳에서 바라보며 걷다가 바로 옆에 두고 걸으니 바다가 이웃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목리-서연리로 이어지는 해변. 지금까지 바다를 높은 곳에서 바라보며 걷다가 바로 옆에 두고 걸으니 바다가 이웃처럼 친근하게 느껴진다.


해변길은 연말마을 앞에서 다시 언덕으로 오른다. 언덕을 넘자 소서이마을이 도로 아래 해변에 자리 잡고 있다. 여자만에 떠 있는 여자도도 조망된다. 다시 도로를 따라 대서이재라 불리는 고개를 넘어선다.

대서이마을로 내려가는 도로와 임도가 갈리는 삼거리에서 임도 숲길로 방향을 잡는다.

임도는 산비탈을 구불구불 돌아가면서 조금씩 고도를 높여간다. 이곳 임도에도 벚나무가 길안내를 자처한다. 벚꽃 핀 임도 숲길은 천천히 걷기에 그지없이 좋다. 종종 걷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해발 150m 쯤 되는 고개를 넘어서자 시야가 트이더니 서촌마을이 내려다보인다. 마을 앞으로는 넓은 들판이 펼쳐진다.

여수시 화양면에서는 가장 넓은 들판이다. 서촌마을 골목길을 지나 마을 앞 정자에 도착한다. 정자에 앉아 한숨을 돌리고 나자 다도해를 이룬 가막만, 장수만, 여자만과 소박한 해변마을길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남파랑길 57코스는 화양반도 가장 남쪽에 있는 산에 올라 다도해 풍경을 가장 아름답게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가막만과 장수만 여자만을 모두 바라볼 수 있는 코스다.
※코스(정규코스) : 원포마을 버스정류장→봉화산 임도→고봉산 임도→이목-안포 도로→산전삼거리→이목리→서연해변→대서이재→새에덴국제기도원→서촌마을 버스정류장
※코스(봉화산 고봉산 경유코스) : 원포마을 버스정류장→봉화산→고봉산→이목-안포 도로→산전삼거리→이목리→서연해변→대서이재→새에덴국제기도원→서촌마을 버스정류장
▶거리 : 17.8㎞
▶소요시간 : 5시간 30분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원포마을 버스정류장(여수시 화양면 셋돔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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