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균형발전 또는 국토 균형발전이 이번 대선에서도 단골 메뉴로 등장하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수도권 집중에 따른 과밀화와 양극화, 상대적으로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의 소멸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가 존망의 문제로 부상했다. 그동안 역대 정권에서도 국토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공약으로 제시하며 추진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을 제외하고는 임기 마지막까지 제대로 이행한 정부는 없었다. 선거 때 후보들이 내걸었던 국토 균형발전 공약은 시간이 지나면 슬그머니 연기처럼 사라지는 희망 고문의 연속이었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후보들이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청사진으로 메가시티 관련 발언과 공약을 내놓고 있다. 수도권 비대화로 인한 국토 불균형이 국가 경쟁력은 물론 국가발전을 저해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게 요지다. 메가시티는 지역연합이나 통합, 초광역경제권 구축 등으로 불리며 지난 2003년 이후 지금까지 거론돼 온 정책이다. 2003년 출범한 참여정부는 혁신도시를 추진했다. 현재 거론되는 메가시티는 이명박 정부 때로 ‘5+2 광역경제권’을 추진했다. 박근혜정부는 ‘지역행복생활권’개념을 들고 나왔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수도권 집중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심각해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민의 50%가 수도권에 살고 청년층은 56%가 수도권에 거주한다. 1000대 기업의 73.6%가 수도권에 있다. 임기 초반 국토 균형발전의 상징인 ‘혁신도시 시즌2’의 시동을 기대했지만 몇 차례 거론만 하다가 사라졌다. 남은 임기 동안 국토 균형발전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다. 수도권 집중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살고 싶은 도시의 기본 조건인 교통환경 조성과 문화시설 설립은 여전히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6일 국가균형발전 전략으로 ‘남부 수도권 공약’을 제시했다. 영남·호남과 제주를 묶은 남부권을 초광역 경제권으로 만들어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의 수도권 일극 집중체제가 비수도권 지역을 소멸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며 “수도권과 충청, 강원, 영남, 호남 등 다섯개의 권역을 2개의 초광역 단일경제권으로 묶어 지방분권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영남·호남 남부 수도권을 ‘경제 수도권’으로 만들어 돈과 사람이 몰려드는 기회의 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이 후보는 대통령 제2 집무실 설치, 국회 분원 추진, 행정부 추가 이전 등을 공약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달 24일 가진 한국지방신문협의회 인터뷰에서 ‘메가시티는 지방 행정 체제 개편과 같이 추진해야 하며 특별지방자치단체에 참가하는 자치단체 간의 유기적인 협력관계, 기존 자치단체와의 관계, 수행사무의 범위, 행·재정적 특례, 기관 구성방식 등 많은 과제가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지원조직을 강화하고 다양한 외국 사례 등을 검토해 성공적인 메가시티 정책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지방소멸 대안으로 수도권 규제를 논하는 것은 제로섬 관점에서 비생산적이며 수도권과 지방이 같이 발전하는 공존과 상생 방안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얘기에 그쳤다.

국토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핵심은 그동안 말로만 그쳤던 공약의 이행이다. 제대로 공약이 시행될 수 있는 실질적인 법적 제도적 기반마련에 누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느냐가 관건이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재임 때 보여준 이 후보의 추진력과 실행력에 주목하는 이유다. 지역 공약사업이 현실화하면 국가 균형발전은 이뤄지고 지방분권과 지역발전도 따라오게 된다. 수도권 집중화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지역소멸의 위기를 해결하기 어렵다.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느냐의 중대 기로이다. 균형발전과 분권 의지를 실행할 수 있는 지도자, 지역과 소통 능력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국토 균형발전 공약과 이를 이행할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