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손으로 만드는 광주 마을공동체](5)신촌원시인그림책마을
주민 이야기 담은 ‘그림책’ 공동체 활성화 이끈다
‘그림책’ 주제로 마을 발전 로드맵 수립
거리 활성화·주민 소통 체계 구축 주력
인형극 공연·긴급 돌봄·환경정화 호응
2022. 02. 06(일) 20:21 가+가-

신창동 일대 주민들로 구성된 ‘신촌원시인그림책마을’이 그림책을 통해 마을공동체 활동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한 마을활동가가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는 모습. <신촌원시인그림책마을 제공>

그림책을 통해 마을공동체를 형성하고 도심 속 행복한 가족 문화 조성을 위해 앞장서는 곳이 있다. 신창동 일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주축이 돼 활동하고 있는 ‘신촌원시인그림책마을’이다.

신촌원시인그림책마을은 광산구 신창동 광주보건대 인근에 위치한 마을이다. 신창동 외곽에 있는 상가 골목의 마을로 전 연령층의 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지내고 있으며 마을 내 2100년 된 선사유적지를 간직하고 있다.

주민들은 삶과 독서 문화 활동을 연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어린이 돌봄 활동, 어른 그림책 출판, 어르신 요가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대학교 인근에 위치한 마을 특성으로 1년에 절반은 골목이 텅 비어 있어 골목상권 활성화를 통해 사람 소리가 끊이지 않는 마을, 주민 간 소통하고 연합하는 마을로 변화를 꾀한다.


◇작은 관심으로 시작된 마을 활성화

신촌원시인그림책마을은 마을을 돌아보는 주민들의 작은 관심으로부터 시작됐다. 지저분한 거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주민 한 명, 두 명이 모여 자발적으로 마을 정화 활동을 전개했다.

마을 곳곳에 낡은 벽을 찾아 그림을 그리고 지저분했던 담장을 새롭게 정비했다. 주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거리 한 복판의 물웅덩이는 꽃밭으로 탈바꿈했다. 마을을 살피는 소수 주민들의 작은 관심이 실천이 되고 이는 곧 마을의 변화로 이어졌다.

마을 정화 활동으로 시작된 소수 모임은 점차 동참하는 주민들이 많아지고 마을 문제를 함께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2017년 5월 주민자치회를 결성했다.

주민들은 신촌마을이 타 지역보다 전체 인구 대비 어린이, 청소년,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 상대적으로 많은 점을 고려해 ‘그림책’을 주제로 마을 발전 로드맵을 수립했다.

마침내 2018년 7명의 마을활동가와 20여명의 주민자치회 회원들이 함께 뜻을 모아 ‘신촌원시인그림책마을’ 마을공동체를 본격 운영했다.

‘마을이 답이다’는 생각으로 사라져가는 마을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후세에 전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 이와 함께 ‘그림책’을 매개로 많은 외지인들이 마을을 찾게 해 침체된 골목 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주민 이야기 담은 그림책 6권 출판

신촌원시인그림책마을은 마을 내 도서관에서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과 심리적 안정감을 키우는 등 재능 계발, 사회 연계에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결혼 이후 임신과 출산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주부들이 모여 동네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꾸미고 자발적으로 재능 기부를 통해 학습지도, 예절교육 등 돌봄 지원부터 그림책 읽어주기, 그림책 제작·출판, 인형극단, 마을 견학 프로그램 등 활발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촌원시인그림책마을은 매주 토요일마다 동물 탈인형과 함께 하는 토요그림책읽기 활동을 진행해 아이들에게 독서 문화를 향유했다. 그림책을 시각화하기 위해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인형극단도 운영했다. 인형극에 사용되는 소품 제작부터 이야기 구성, 연극까지 모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협력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마을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림책 동화구연, 인형극 공연, 마술 공연, 푸드아트, 보물찾기, 김장 체험, 곶감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해 호응을 얻었다.

자격증 과정을 통해 그림책 지도사를 배출하고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참 잘 살았구나’, ‘웃음꽃이 피었지’, ‘밥이 되는 마을’, ‘날아라 미소야’, ‘우리는 점박이 삼총사’, ‘사실 난, 동생이 좋더라’ 등 6권의 그림책을 직접 제작해 세상에 알렸다.

마을 주민들의 일생과 경험을 소재로 이야기 구성부터 그림 디자인까지 그림책 제작·출판 전 과정을 주민이 함께 완성했다. 그림책은 신촌원시인그림책마을 작은 도서관에 비치, 대여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그림책 제작·출판, 인형극단, 마을 견학 프로그램이 주요 사업으로 추진됐지만 인원 제한으로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잠정 축소·중단됐다.

이에 지난해에는 코로나19 긴급 돌봄 지원을 강화했다.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고 간식도 챙겨주는 등 맞벌이로 인해 놓치기 쉬운 끼니를 돌봄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폭력성 언어 사용이 주는 악영향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소학을 통한 기본 예절교육도 실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지난해 새롭게 추진한 ‘줍깅’ 프로그램을 통해 신체·정신 건강을 회복하는 등 환경 정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걷기 지도사 양성 과정’을 거친 마을활동가가 아이들을 인도해 신창동 공원 일대를 순회하며 1시간30분 동안 쓰레기를 주우며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교육하고 있다.

신촌원시인그림책마을은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지속 발굴해 그림책 제작·출판 활동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통해 주민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따뜻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 주민자치 역량 강화를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류상선 신촌원시인그림책마을 대표는 “앞으로도 마을 어르신들이 기록한 동네의 일상, 주민들이 살아온 흔적 등 마을의 모습을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주민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소통과 협력체계를 구축,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신촌원시인그림책마을’은 2020년 광주 진흥고·수문초교·신창동이 공동 진행한 ‘이한열을 찾아라’ 행사에서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민주주의 역사이야기 인형극을 선보였다.



류상선 신촌원시인그림책마을 대표

[인터뷰]류상선 신촌원시인그림책마을 대표 “책 읽는 소리 끊이지 않는 행복마을 꿈꿔요”

“대학생들의 방학 기간에는 골목 상권이 침체돼 마을에 활력이 사라집니다. 그림책을 매개로 연중 내내 거리가 활기를 띠고 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소통하는 행복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류상선 신촌원시인그림책마을 대표는 마을공동체 운영 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류 대표는 “마을공동체를 통해 마을 활성화 계기가 마련돼 보람을 느낀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신촌원시인그림책마을은 선사유적지가 있는 광주의 첫 마을로 원시인이 문화를 만나 현대인이 된다는 의미에서 이름 지어졌다.

류 대표는 잊혀지고 사라지는 삶의 추억들을 간직하고 기억하고 싶었다. 평범한 주민들의 삶을 그린 이야기를 그림책에 담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류 대표는 “젊은 신혼부부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 특성상 일반 책보다 그림책을 활용하면 전 연령층에게 쉽게 읽힐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그림책 특화마을을 만들었다”며 “그림책을 통해 독서 문화를 장려하고 행복한 가정 환경을 구축하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림책은 어린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문화 매개체”라며 “젊은 부부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하며 그림책을 읽어주고 이러한 시간들을 통해 가족이 하나되고 소통하는 등 독서 활동으로 행복 문화를 형성하는 마을을 꿈꾼다”고 덧붙였다.

신촌원시인그림책마을 구성원들이 만든 그림책에는 마을 주민들의 희로애락이 담긴 소소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류 대표는 “마을 어르신들을 만나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책으로 낸 작품이 대부분”이라며 “한 분의 인생이 잊혀지지 않고 하나의 이야기로 나올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 신촌원시인그림책마을을 통해 책 읽는 마을, 책 읽어주는 마을을 조성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올해도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하며 코로나 상황이 완화돼 공동체 활동이 질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마련되길 소망한다.

류 대표는 “코로나 상황이 완화되면 마을 견학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주요 사업의 구체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신촌마을 주민들이 함께 똘똘 뭉쳐 마을공동체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변은진 기자
변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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