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한 그릇에 담긴 사랑 / 이현
2022. 01. 27(목) 18:39 가+가-

이현 아동문학가

“안 먹는다고? 좋아하는 거잖아.”

아무리 좋아했던 음식도 어느 순간, 고개가 절로 저어질 때가 있다. 입맛이 변한 것도 아니고, 맛이 없어서도 아니다. 음식을 보는 순간 떠오르는 얼굴과 느낌들이 어느 새 성큼, 내 안으로 들어와 앉는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그 날의 아픔과 상처들이 고스란히 전해져 삼킬 수가 없다. 음식과 함께 받았던 상처의 크기만큼이나, 시간이 지나야만 마주 할 수 있다.

생각만으로도 따끈한 마음 음식도 있다.

“국물이라도 먹어보자, 응?”

둘째를 분만하고, 위급한 상황을 겨우 넘기고 병실에 누워 있는 나에게 엄마는 미역국물을 내밀며 말씀하셨다. 한 숟가락, 한 숟가락…. 엄마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효도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애써 미역국물을 삼켰다. 어쩌면 이대로 영원히 사랑하는 딸을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꾹꾹 눌러 감추며 건네는 엄마의 미역국물은 눈물이었다. 어서 빨리 힘을 내 일어나라는 간절한 사랑의 바람이었다.

이렇듯, 우리의 일상에서 먹고 마시는 음식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영양분이며 마음 속 기억이다. 똑 같은 음식이라 할지라도 각자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는 음식에 대한 기억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음식을 나누며 함께 했던 사람, 주고받았던 말, 표정, 웃음과 함께 기억되어 맛이 되고 냄새가 된다. 좋은 기억의 음식일수록 또 다시 찾게 된다. 음식이 품고 있는 위로와 따스함이 그리워 자꾸만 먹게 된다.

“떡국 한 그릇 드실래요?”

우리의 마음 속, ‘떡국 한 그릇’은 어떤 의미일까.

새해 첫날인 설날에 떡국 먹는 풍속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떡국의 유래에 대해서도 오래된 문헌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정확한 때를 가리지 못한다. <조선상식문답>에서 최남선은 설날에 떡국을 먹는 풍속은 매우 오래된 것으로 상고시대의 신년 제사 때 먹던 음복(飮福) 음식에서 유래된 것이라 하였다. 섣달그믐이면 사람의 수명과 한 해의 풍년을 관장하는 세신(歲神)에게 가래떡으로 만든 떡국과 고기를 올렸는데, 이때 제사를 지내고 남은 고기와 가래떡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복을 빌었고, 이것이 설날 음식을 대표하는 떡국이란다.

조선 후기에 편찬된 <동국세시기>와 <열양세시기> 등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문헌에도 정조차례와 세찬에 없어서는 안 될 음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설날은 천지만물이 새로 시작되는 날로, 엄숙하고 청결해야 한다는 원시 종교적 사상에서 깨끗한 흰 떡으로 끓인 떡국을 먹게 되었다고 본 것이다.

떡국을 끓이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흰떡을 가늘게 빚어 눈사람처럼 가운데를 잘록하게 만들어 끓인 ‘조랭이 떡국’에 익반죽한 쌀가루를 도토리 크기로 둥글게 빚어 만든 ‘생떡국’도 있다. 육수를 내는 방법도 제 각각, 지역에 따라 가정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끓여내고 있지만 마음만은 하나다.

새해 첫날의 밝음의 의미로 흰 떡을 사용하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길고 긴 가래떡을 엽전모양으로 둥글게 썰어 팔팔 끓여 맛을 낸 육수에 퐁당. 서로의 복을 빌며 “보글보글!” 정성을 다해 끓여 내는 떡국 한 그릇은 일 년 내내 무병장수, 재물과 풍요의 복을 누리며 보내라는 사랑의 음식이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건네는 따끈한 마음의 응원이다.

“떡국 드세요!”

며칠 후면, 우리의 설날이다. 서로의 마음에 두고두고 기억되는 맛난 한 끼가 되었으면 좋겠다. 떡국 한 그릇에 사랑과 배려와 따스함을 담아, “새해 복 듬뿍 받으세요!” 서로의 마음에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따끈한 음식’ 나눔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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