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아이파크 붕괴]“사퇴는 책임 회피…사태 해결 후 처벌 받아라” 분노
화정아이파크 붕괴 7일째…정몽규 회장 "사퇴"
실종자 가족·예비 입주자 대표회의, 무책임한 사퇴 울분
정회장 “사고 수습·재발 방지 최선…약속 꼭 지키겠다”
2022. 01. 17(월) 20:30 가+가-

타워크레인 해체 앞서 안전진단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7일째인 17일 오전 구조·안전 분야 전문가들이 높이 120m 대형크레인에 연결한 작업대를 타고 기울어진 타워크레인 해체에 앞서 안전진단을 하고 있다./김애리 기자

“분통이 터져 죽겠습니다. 수색에 손 떼고 예산만 지원하세요”

17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HDC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이 직접 사고 현장을 찾아 사과 의사를 밝혔지만, 실종자 가족들로 구성된 ‘피해자 가족 협의회’와 ‘예비입주자 대표회의’ 는 “제발 (실종자를) 찾아달라“고 일제히 울분을 토했다.

광주 각계도 정 회장의 사퇴가 책임 회피라며 문제 해결 이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사고 7일 차인 이날 오전 서울 용산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산업개발 회장직 사퇴 발표를 한 정 회장은 오후 4시40분께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다.

정 회장이 실종자 가족대기소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가족들은 “사고 난 지 얼마가 지났는데 지금 왔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실종자 가족은 “가족들은 피가 마른다. 혹여라도 (실종자가) 살아계시면 어떡하냐. 허송세월 일주일이 다 갔다”며 울분을 토했다.

“일주일 동안 믿고 기다렸는데 구조 준비도 안 됐다”며 “저희 많은 거 바라지 않는다. 인생이 다 결딴나고 있다”며 울분을 토하거나 “가족들은 정말 피가 마르다”고 항의하는 가족도 있었다.

가족들 앞에 선 정 회장은 5분여 동안 가족들의 성토를 들으며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하겠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또 다른 실종자 가족은 감정이 격해진 듯 “이 시간에 빨리 가서 찾아달라”, “(가족을 찾아서) 앞에 데려다 달라”며 악에 받친 소리를 내기도 했다.

사고 현장 주변에 있던 화정아이파크 예비 입주자들과 공사 현장 인근 상인 피해자들도 정 회장을 향해 성토를 쏟아냈다.

“사건을 해결하고 사퇴하라”고 외치면서 정 회장의 사과문 발표가 한 차례 중단되기도 했다.

피해자 가족 협의회 대표 A(45)씨는 “고개를 몇 번 숙이는 건 ‘쇼’에 불과하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나갈게 아니라 실질적인 사태 해결을 총괄 책임지고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난 학동 참사 때에도 고개를 숙였으나 그때와 달라진 모습은 없었다”며 “지금 현 상황에 대해선 사과 몇 마디로 둘러대면서 물러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세워서 국민을 우롱하고 어디선가 또다른 피해를 양산하겠다는 걸로 판단된다”고 비난했다.

정몽규 HDC 회장이 17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을 찾아 사과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정 회장은 취재진 앞에서 사과문을 낭독했다.

그는 “지난 여름(학동 참사)과 이번 사고 때문에 저희가 광주에 커다란 누를 끼치게 됐다”며 “책임지는 차원에서 사퇴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여기 온 이유는 사퇴를 하더라도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고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것을 약속드리기 위해서”라며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도 사고 수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드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어떠한 경우라도 책임은 면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약속은 꼭 지키겠다”며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약속드리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사과문 낭독을 위해 모습을 드러내자 현장에 있던 화정아이파크 예비입주자협의회 관계자들은 “책임지고 나서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들은 정 회장에게 “안전진단을 책임지고 사퇴하라”며 면담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이번 사고는 지난 11일 오후 3시46분께 화정아이파크 2단지 아파트 한 개 동 23-38층 외벽과 내부 구조물 일부가 무너져 내리면서 발생했다. 공사 작업자 6명이 실종됐고 1명은 다쳤다. 실종자 중 1명은 수색 4일 차인 14일 지하 1층에서 사망한 상태로 수습됐다.

/안재영 기자
안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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