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외벽 붕괴 사고와 관련,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물러나겠다고 했다. 전국의 수주 사업 현장에서 계약 해지 통보가 이어지고, 브랜드 퇴출 움직임에 따른 ‘임시방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참사 일주일 만에 기자회견 뒤 현장을 찾은 정 회장에게 실종자 가족들은 실질적 사태 해결에 대한 책임을 진 뒤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일부는 “피가 마른다. 빨리 데려다 달라”며 감정이 격해졌다. 예비 입주자들과 인근 상인 피해자들도 성토를 쏟아냈다.

현재 지하 1층을 비롯해 지하 4층에서부터 옥외부분 지상 2층까지 적치물을 제거하면서 수색작업을 펼쳤으나 1명만 숨진채 수습된 이후 5명을 구조하지 못하고 안타까운 시간만 흐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총체적 부실을 입증할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비난은 더 커지고 있다. 건설조노가 확보한 201동 일지에 따르면 35층부터 38층 천장(PIT층, 설비 등 각종 배관이 지나가는 공간)까지 5개 층이 각각 6-10일 만에 타설됐다. 겨울철에는 통상 2주가량 양생을 거쳐야 하지만 불량하게 진행됐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하층부 하중을 견디는 동바리(가설기둥) 등 서포트가 충분히 설치되지 않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불법 재하도급이다. 콘크리트 타설 업무를 전문건설업체와 계약을 맺었으나 붕괴 당시 장비 임대사업자의 직원들이 작업을 하는 등 대리시공 의혹까지 불거졌다.

아파트 건물 내부가 훤히 보일 만큼 커다랗게 구멍이 뚫릴 정도로 충격은 엄청났다. 지상 38층부터 23층까지 한 번에 무너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진 큰 잔해물이 뒤엉켜 지상층 내부나 지하층을 내려다보기 어려운 악조건에도 구조대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수색에 안간힘이다. 아파트 건설 전반의 이윤만을 앞세운 부실 공사에 대해 현대산업개발은 분명하게 해명해야 한다. 형식적이 아니라 진심을 다해 사과해야 하고 기업의 윤리와 진정성에 입각해 ‘죽을 각오로’ 수습에 임해야 하는 것이다.

비단 광주 뿐만 아니다. ‘못믿겠다’, ‘불안하다’며 다른 현장에서도 거세지는 질타를 새겨들어야 한다. 어처구니없는 대형사고가 반복됐다. 그런데도 대기업의 태도는 너무 안일하고 무례하다. 매우 실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