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2022년 첫번째 기획전을 연다.

오는 24일까지 열리는 프랑스 작가 조세트 메르시에(Josette Mercier)의 한국 첫 개인전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 중인 선혜영 작가의 노력으로 마련됐다.

이번 전시는 마르세유 출신인 조세트 작가가 1965년부터 2021년까지 지난 50여 년 동안 그린 작품들을 선보인다.

화면 안에는 그녀의 일생 대부분을 차지하는 남프랑스의 삶 이야기들과 작가의 시선이 담겨있다.

지중해 햇살과 더불어 풍부한 자연을 배경으로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프로방스의 풍경과 인간미 있는 일상 모습 속에 작가 특유의 유머가 스며들어 있다.

그녀의 그림 속에는 선명하고 다채로운 색채들이 가득하다. 또한, 의도적인 전통 원근법을 사용하지 않는 평면적인 공간 처리는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과 동화적 감수성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그녀가 추구하는 나이브테(naivete)다. 어떤 규칙에 구애 받지 않는 자유로운 순수함에 대한 지양이자 완전한 자기표현을 허용하는 예술가로서 그녀가 선택한 길이다.

조세트가 자신의 예술세계를 이야기할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작가는 ‘앙리 루소’다.

그녀의 작품인 ‘사자(12별자리 사자궁)1984’는 루소의 ‘정글 시리즈’ 작품들과 매우 유사하다.

원시적인 자연의 배경과 동물을 통해 초월적 시간을 그린 작품으로 일종의 오마주 그림이다. 나이브 아트에 대한 작가의 신념과 애정, 그리고 독창성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녀의 삶을 전반적으로 지배한 프로방스라는 시공간은 그녀만의 특유한 감수성을 나타내고, 이는 작가 내부의 회화적 감각들과 만난다.

유화의 재료를 사용해 선명함을 부여하는 색채들의 배치, 그리고 원초적인 화면의 구성을 통해 그만의 화면 규칙과 서술적 감성 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조세트의 그림들은 어떤 이에게는 프로방스의 향수를 자극할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언젠가 들려보고 싶은 곳일 것이다.

마르세유의 구 항구에서의 요트들과 그곳의 상징인 높은 언덕의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성당, 마르셀 파뇰의 산이라 불리는 갸흘라벙의 언덕과 오반느의 오래된 시계탑, 프로방스의 작은 시골 마을들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는 분수들, 세잔이 살았던 에스타크 집 옆의 성당, 뜨거운 여름날 광장에서 페탕크를 즐기는 사람들의 여유로움, 눈 내리는 프로방스….

그녀의 삶 자체라고 말하는 남프랑스에서 작가로서 조우했던 프로방스의 동화적 시간들로 관람객을 끌어들인다.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세트 메르시에는 마르세유 국립 보자르에서 수학했다. 1956년부터 살롱 드 앙데팡당에 작품을 출품한 이후, 1969년 그녀를 위해 쓴 장지오노의 서문과 함께 파리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로도 프랑스, 미국, 캐나다 등 다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 그녀의 작품들은 프랑스 라발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프로방스의 페탕크 놀이’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제공>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