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3년째 접어들고 있다. 모두가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일상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집합금지·제한으로 축제 행사 회의가 취소되거나 축소되는가 하면, 비대면 온라인 생활은 우리에게 새삼 빠르게 다가왔다.

팬데믹 시대를 넘어 포스트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한 지자체들의 노력도 분주했다. 지역경제 기반을 지키기 위한 소상공인 지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처해 왔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 재난은 지방분권, 주민자치의 발전을 더욱 가속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 듯하다. 우리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정책이 기초지자체에서 나오게 된다는 것을 생활 속에서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작년 3월, 75세 이상 어르신의 백신 접종이 추진되었다. 당시 접종 동의서를 받기 위해 집집마다 방문하고, 버스에 탑승하는 어르신의 손을 꼭 잡고 나오던 이들, 접종을 마치고 이상 유무를 확인하던 그들은, 우리 곁에서 함께 웃고 생활하던 마을의 일원들이었다. 통장, 주민자치위원, 보장협의체위원이라는 직함보다는 우리의 이웃이고 벗이며, 마을에서 어려움을 함께 이겨낸 동지였던 것이다.

서구형 자치모델 ‘마을정부’는 어렵고 힘들 때 곁에서 든든히 지켜주는 내 삶 속의 가장 가까운 생활의 거점으로서의 마을을 말한다. 주요 생활 거점인 마을에서 쓰레기도 정비하고, 경로당도 수시로 방문하며, 공원의 미비점도 개선해 나가면서 빠르고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공공서비스 수요에 답하게 된다.

서구는 구청의 사무를 동에 단계적으로 이양하여 생활밀접형 공공서비스를 동과 마을 중심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다.

올해는 그 첫 단계로 ▲이면도로 청소·광고물 정비 ▲어린이공원 관리 ▲기초생활수급자 거주 여부 확인 ▲자연재난 피해신고 접수 처리 ▲공립 작은도서관 운영 ▲자율방범대 활동지원 등 17개 업무를 이양한다.

이를 위해 인력을 동별로 재배치하고, 70여 억 원의 예산편성권도 과감히 동으로 넘겼다. 주민총회를 통해 나온 마을의 주요 의제 실행을 위한 예산, 내가 낸 세금이 쓰일 곳을 내가 직접 정하는 주민참여예산제도 금액 증액으로 마을의 변화를 위해 고심하는 주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였다.

주민자치(위원)회는 마을정부의 기반이 되는 자치조직이다. 마을총회를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숙의한 후 마을에 필요한 사업을 선정하여, 다음 년도 실행계획으로 수립하고 예산 편성과 집행까지 수행한다. 그동안 다양한 마을사업으로 쌓인 민 관 협치 경험으로 마을정부가 주민자치(위원)회와 소통하는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같이 주민이 마을문제 의제를 발의하고 해결방안을 결정할 수 있도록 마을공동체 조직 활성화를 지원하고, 주민자치회 등 마을 단체들과 협업하여 동네 청소, 재활용 쓰레기 정비, 골목길 방역 등 주민 편의와 관련된 업무를 보조하도록 할 계획이다.

주민 스스로 마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민에게 많은 권한을 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처음 시도하는 정책인 만큼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주민들과 협업의 민 관 네트워크를 더욱 공고히 하여 새로운 변화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7년째를 맞고 있지만 아직까지 반쪽짜리 지방자치에 머물고 있다. 서구가 추진하는 ‘마을정부’는 높아진 주민 참여의식을 바탕으로 예산과 정책을 주민들이 결정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불과하다.

광주 서구만의 주민자치 모델인 ‘마을정부’의 기반을 견고히 다지고, 마을 문제 해결이 쌓여 간다면 서구의 주민자치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