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남다른 애정을 지닌 타 지역 출신 문화인 스무 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자가 발간돼 눈길을 끈다.

광주문화기관협의회가 지난해 12월 ‘광주에서 문화를 한다는 것’을 공동 발간했다.

각 기관의 추천을 받아 글을 쓰게 된 20명은 서울, 부산, 창원, 미국, 프랑스 등 타지역 출신이다. 광주에 터전을 잡아 활동하고 있는 독립큐레이터·애니메이션 회사 대표·미디어아트 작가·화가·가죽공예가·복합문화공간 운영자 등이며, 20대부터 5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그들이 광주와 인연을 맺고 이곳을 선택한 이유도 다채롭다. 창작스튜디오에 지원했다가 자리 잡은 김호락 대표나 임현채 작가도 있고, 아르바이트 혹은 업무상 방문했다가 정착한 가도균 무대감독이나 박재만 디제잉 아티스트, 친구와 동업하기 위해 정착한 댄서 겸 바텐더 박경빈 씨도 있다.

그들이 바라본 광주는 ‘사회적 아픔이 큰 도시이지만 그 아픔이 엄청난 힘(김안나)’이고, ‘연대와 공동체 같은 이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싸우기도 하지만 대화가 끊이지 않는 건강한 도시(윤석문)’이며 ‘깊은 아픔을 치료하는 강력한 치유의 힘이 있는 도시(조숙위)’다.

더불어 광주에 대한 아쉬움과 바람도 있다.

‘광주에 대해 좀 더 자유롭게 말하고 즐겁게 함께할 수 있는 분위기, 환대하고 환대받는 분위기가 됐으면…(이하영)’, ‘그래도 광주니까 울타리를 깨고 외연을 넓혔으면, 진정한 민주주의 성지로서의 자부심은 그렇게 더 넓혀지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임현채)’ 등 광주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턴십 과정으로 광주에 왔다가 결혼을 하고 정착한 가죽공예가 플랑드르 줄리아는 “골목골목 다니다보면 정말 예쁜 곳들이 많은데 다음에 가보면 하루아침에 다 사라져있다”며 “광주 사람들이 자기 도시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지켜 나갔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광주문화기관협의회는 “홀씨처럼 뿌리내린 귀한 분들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돼 문화중심도시 광주가 더욱 빛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