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가야만’ 하는 길이다 / 이현 아동문학가
2022. 01. 06(목) 19:56 가+가-

이현 아동문학가

“그러니까, 여기가….”

혼자서 차를 몰고 움직여야 할 때마다 걱정이 앞섰다. 잠깐 하는 사이 어느새 길을 놓쳐 다른 길로 들어서기 일쑤였고, 같은 길을 몇 번이나 뱅뱅 미로 속에 갇힌 듯 맴돌곤 했었다. “지금 계시는 곳이 어디신가요?” 길을 알려 주기 위해 묻는 말에도 답 할 수가 없었다. 이정표도 없는 한적한 산길이나 들길에 들어 서 있다 보니, 어디라고 정확히 설명할 수가 없었다. 이정표가 있다 해도 별 소용이 없었다. 이정표를 중심으로 길 안내를 받아도 자꾸만 길을 잃고 딴 길로 가기를 반복했다.

“30미터 앞에서 우회전 하세요.”

그러다가 만난 내비게이션은 나에게 신이 내린 축복의 선물 같았다. 자꾸만 ‘30미터’를 놓쳐 다른 길로 들어서도 걱정되지 않았다. 몇 번을 반복해 틀려도 조금도 답답해하지 않고 친절히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덕분에 마음 편히 운전할 수 있었다. “어? 여기가 어디지?” 하지만 편안함도 잠시, 나는 어느새 완전한 길치가 돼있었다. 몇 번 이나 오가는 길도 헤매기 일쑤,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다녀야했다.

우리의 인생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똑 같은 시간에 잠을 자고, 똑 같은 시간에 일어나 집을 나서 하루를 보내는 일상에서는 특별히 마음 쓰지 않아도 괜찮다. 일정한 틀 안에서 정해진 길을 따라 열심히 걸어가면 된다. 행여 길을 잃을까 봐, 딴 길로 들어설까 봐, 전전긍긍 마음을 졸일지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만큼 어깨도 으쓱, 힘이 난다. 또 다른 길에 대한 열망은, 이 핑계 저 핑계대며 꼭꼭 묻어 둔 채 말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똑같은 길을 반복해 가는 것은 아니다. 입학하고, 졸업하고, 직장을 얻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퇴직하고…. 어느 순간 우리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길 위에 서야 할 때가 있다. 자의든, 타의든.

얼마 전 남편이 33년 6개월 동안이나 몸담고 일했던 직장에서 퇴직했다. 남편의 첫 번째 계획은 제주 올레 길과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다. 각기 다른 여러 갈래의 길고 긴 길이니만큼, 만만치 않은 여정이 될 것이다. 남편은 길을 따라 걸으며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남편에게 그 길은 어떤 의미가 될까. 아마도 남편은 많은 것들을 그곳에 버리고 올 것이다. 길이 있어 걷기도 하지만, 누군가 걷다 보면 또 다른 길이 만들어 지는 것처럼, 남편이 살아오면서 느끼고 경험하고 체험한 모든 것들은 바람 되어 길 위에 스며들 것이다. 길 위에 스며들고 스며들어 또 다른 누군가의 길이 되고 힘이 될 것이다. 누구보다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온 만큼, 남편만의 길을 만들 것이다. 그래서 응원한다. 그 길이 어떤 빛깔이든, 어떤 모양이든.

또 다시 한 해가 시작됐다.

우리는 모두 또 다른 꿈을 안고 각기 다른 새해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올해는 또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설렘과 두려움의 시작이다. 다시는 올 수 없는 찰나의 순간들을 뒤로 한 채 쉬지 않고 걸어가야 하는 만큼, 열심히 나아가야 한다. 가끔은 길을 잃고 헤맬 때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발버둥을 쳐도 그 자리에서 뱅뱅, 앞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다. 막다른 골목길에 들어서 아무도 모르게 꺼억, 울음을 쏟아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확실한건, 우린 모두 숨 쉬며 살아가는 내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천천히 제대로 멋지게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걸음걸음이, 또 다른 의미와 가치가 되기 위해. 모두의 임인년을 응원하며. “어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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