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 세계 역도 선수권대회 4연패를 달성한 전 국가대표 장미란 선수가 남긴 말이다. 최선을 다하기 위해선 ‘할 수 있다’는 용기가 뒷받침돼야 한다.

올림픽 메달 중 ‘가장 무거운 메달’이라고 불리는 역도. 역도는 단순한 스포츠로 보일 수 있지만 엄청난 신체 능력과 정신력을 요구하는 종목이다. 폭발적인 근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중력과 뛰어난 기술은 물론, 투쟁심도 필요하다.

대한민국 역도의 역사는 깊다. 현재와 같은 역도가 첫 선을 보인 것은 1928년 ‘역기’라는 칭호를 갖게 된 이후다. 1945년 8월15일 광복 이후부터 ‘역도’로 개칭됐다.

특히 장미란 선수는 2004년 제28회 아테네 올림픽 무대에서 여자 역도 사상 첫 메달인 은메달을 따냈다. 2008년 제29회 베이징 올림픽경기대회에서는 금메달을 들어 올리는 새 역사를 썼다.

올해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루키들이 첫 올림픽에 참여해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아쉽게도 역도 종목에서는 메달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Z세대(2000년 이후 출생 세대) 선수들이 과거 세대와 달리 올림픽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며 국민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처럼 ‘즐기는 올림픽’으로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무거운 메달에 도전하는 목포(무안오룡초, 전남체육중) 출신의 역도 올림픽 꿈나무가 있다. 주인공은 전남체육고 2학년 조민재(18)군이다.

조군은 7년 째 역도와 사랑에 빠져 있다. 역도를 처음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다. 학교 육상대회에 출전했다가 우수 선수를 발굴하러 다니던 코치들의 눈에 띄어 입문했다.

당시 조군은 역도라는 종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코치의 제안에 인터넷을 통해 처음 접했다. 조군은 어렸을 적부터 축구와 태권도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고 좋아했지만 역도 운동에 흥미를 가진 뒤 오롯이 역도에 꽂혔다.

학기 중에는 수업 후 야간에 훈련했다면 방학 기간에는 기숙사에서 합숙 훈련할 수 있어 방학 만을 오매불망 기다릴 정도다.

조군은 올해 개최된 제102회 전국체육대회에서는 역도 61㎏급 3개 부문(합계, 용상, 인상)에 출전해 전남도 선수단 중 첫 3관왕을 기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지난해에는 ‘전남도 으뜸인재’로 선정되기도 했다. 조군은 “한 분야의 최고가 되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으뜸인재’라는 좋은 사업을 알게 돼 꿈을 향해 가는 좋은 발판이 됐다”며 “운동선수는 부상과 컨디션이 중요한데 ‘으뜸인재’로 선정돼 치료와 몸 관리 등 기량을 한층 더 올릴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역시 수많은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매일 훈련 일지를 작성해 자세가 좋았던 날의 느낌과 균형 감각 등을 상세히 적어 감각을 유지했다. 또 잘못된 점은 보완할 사항과 주의해야 할 부분을 꼼꼼히 메모해 실수를 줄여나갔다.

훈련 일지와 많은 연습량 덕에 중학생 시절 전국소년체육대회 3년 연속 3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19 장기화로 훈련을 못할 때는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하며 시합에 대한 감을 잃지 않도록 노력했다. 국제대회에 나가 소통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스스로 영어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할 수 있다’는 게 조군의 가치관이다. 가능성이 희박한 일에도 ‘할 수 있다’고 마음먹으면 자신감이 생기고 시합 때도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조민재(당시 중학교 3학년)군이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56㎏ 중학생 신기록 달성 뒤 최우수선수상 수상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년 한국 중고역도연맹회장기 대회에서 조민재군이 역기를 들기 전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조군은 매 경기 전 ‘할 수 있다’는 주문을 외우고 경기에 임한다. 그는 “역도라는 종목은 심리적인 부분도 있는데 ‘못 한다’는 부정적인 생각보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자신감이 올라가 더욱 더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군은 세계적인 선수들의 기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장미란 선수다. 조군은 “장미란 선수는 운동을 늦게 시작했는데도 세계 무대에서 엄청난 성적을 내고 세계신기록도 세웠다”며 “역도를 그만두고도 장미란재단을 만들어 역도 발전에 앞장서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장미란 선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는 대회에 출전하고 훈련을 거듭할수록 아시안 게임, 세계선수권, 올림픽 금메달 획득이라는 목표가 확고해졌다.

조군은 “내년 마지막 고등학생으로서 끝까지 후회 없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후 국가대표가 돼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들어 올려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역도 저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현재 올림픽 국가대표가 목표지만, 더 나아가 은퇴 후에는 후배 양성과 체육인 복지를 위해 대학 교수와 IOC위원을 꿈꾸고 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후배 양성은 타지역이 아닌 전남에서 할 계획을 갖고 있다. 조군은 “전남에 역도 실업팀이 많이 없어 아쉽다”며 “먼 미래에 역도 선수를 은퇴하고 전남에 역도 실업팀을 창단, 실업팀 감독을 맡아 또 다른 체육 엘리트를 육성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임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