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의 캔버스 산책]이 가을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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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09. 26(일) 19:58 가+가-

신철 作 ‘그대와’

가을이다. 있지도 않은 연인이 마치 익숙한 그 장소에 앉아 나를 그리워할 것 같은…. 또 계시지도 않은 부모님이 고향 집에서 내가 아이들 손잡고 오기를 기다리실 것 같다. 그리고 하늘만 바라봐도, 바람만 스쳐도, 이른 낙엽만 떨어져도 그저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게 가을이다.

미워했던 이에겐 미안하고 고마워했던 그에겐 더 미안해지는 계절이다. 이렇게 사는 것 마저 미안한, 가을은 참 못됐다. 그리운 사람들이 그 곳에서 늘 기다려 줄 것 같고 소년기에 흠모했던 그 아이도 그 시절 그 모습으로 거기에 있을 것 같은 그런 가을이다.

가을은 사람을 부끄럽게 하며, 철없는 자신을 보며 실소를 짓게 만드는 묘한 계절이다. 삶이 참 고마운, 그를 더 사랑해 주지 못했던, 못난 내 모습에 씁쓸한 마음을 달래보려 선술집에 앉아 막걸리라도 쭈욱 들이키고 싶다, 이 가을엔.

<양평에서 화가 신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