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이라는 비상 시국에 통역 재능기부로 확진자 역학조사에 도움이 돼 보람을 느낍니다.”

광주지역에서 외국인 관련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수검사 등 코로나 확산 차단에 방역 당국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부분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들이었던 만큼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가운데, 외국인 통역 지원을 통해 역학조사와 전수검사 권유를 이끌어낸 ‘숨은 영웅’이 있어 지역사회 귀감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고려인 3세 청소년들로 구성된 ‘새날학교 통역지원단’.

새날학교 통역지원단은 광주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상황이 발생할 때 마다 광산구청과 보건소의 요청으로 통역 업무, 이른바 ‘임시 역학조사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들은 중·고등학생부터 학교를 졸업한 대학생 3명 등을 포함해 총 15명으로 구성됐다. 특히 광주시는 지난 8월부터 급증한 외국인 확진자 관련, 외국인 고용사업장에 대한 진단 검사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확산 고리를 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광산구 소재 외국인 검사 등으로 3만여명이 진단검사를 받았으며, 이중 외국인 확진자는 358명에 달한다. 검사를 받은 이들 대부분이 한국어는 물론 영어도 능숙하지 않아 통역 인력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외국인 사회복지 업무를 돕기 위해 구성돼 있던 구청 통역인력은 그 숫자도 적은 데다 생업에 종사하고 있어 역학조사에 투입되기란 쉽지 않았다.

이에 광산구청은 급히 고려인마을측에 도움을 요청했고, 고려인마을 광주진료소에서 한국인 의료진과 고려인 환자 사이에서 통역 경험이 있는 새날학교 학생들이 이번 선제검사 및 역학조사 업무에도 뛰어들게 된 것이다.

현재 새날학교 통역지원단은 외국인 선제 검사가 이뤄진 지난달부터 매일 2-3명이 조를 이뤄 한 명당 대여섯명의 확진자들과 전화로 소통해 구청 역학조사팀에 통역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 확산 차단이 급선무인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동선 파악이 중요한데, 특히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진단 검사와 역학조사가 쉽지 않았다.

새날학교 통역지원단은 검사 대상인 불법체류 외국인들과 방역당국 사이에서 소통 창구 역할도 해냈다.

대부분 불법체류 외국인들은 자신의 행동반경을 숨기는 등 보건 당국의 동선 파악이 쉽지 않았으나 코로나 확산 방지 차원의 검사라는 방침을 통역지원단이 명확히 전달하면서 원활한 검사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다. 통역지원단은 러시아어를 쓰는 부모님 아래서 한국어와 그 문화를 익히고 습득해 ‘고려인마을의 외교관’으로 불리울 정도로 광주와 고려인을 잇는 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

통역지원에 나서고 있는 김율리야(19) 학생은 “광주진료소에서 쌓은 통역 경험이 코로나19 확산방지에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뿌듯하다. 통역사에 대한 꿈을 가지게 된 계기였다”며 “하루 빨리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길 바란다”며 겸손해 했다.

/오승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