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길 / 김일태
2021. 09. 14(화) 20:52 가+가-

김일태 전남대 교수

지금 대한민국은 정치의 시간이다. 집권당은 대선 경선 후보들이 이미 본선 경선에 돌입하여 과반수 획득으로 당의 대선후보를 10월 10일 결정한다. 제1야당은 대선 경선후보들이 경선 버스에 탑승하여 1-2차 컷오프를 통해 4명으로 좁혀 최종 대선후보를 11월 5일 선출하는 스케줄이다. 군소정당과 무소속, 그리고 소위 제3지대 대선 후보들도 결연하게 집권의지를 속속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정치적 결단이 국민과 국가를 위한 후보들의 마음일 것이다. 모든 후보들은 코로나19의 위기에서도 국가와 국민이 버틸 수 있도록 국력을 배양시키고 경제를 부흥시키는 과감하고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시기이다.

정치가 언어의 매력을 담고는 있지만 여야 가릴 것 없이 막말과 네거티브, 흑색선전, 각종 의혹제기를 넘어서 고소·고발로 이어져 가관이다.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야권의 소위 ‘임차인’ 경선 예비후보는 부친의 농지 투기 의혹으로 대선 경선 후보직과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고 재빨리 의원회관 방을 빼고 정기국회 본회의도 불참하는 행태를 보였다. 결국 국회 본회의에서 사직안이 가결되었다. 그리고 야권의 유력 경선후보도 가족비리 의혹에 덧붙여 검찰 고발 사주 의혹으로 피의자로 입건되는 형상이다. 한편 여권의 유력 경선후보는 당의 가치와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의원직 사퇴로 배수진을 치고 의원회관 방을 정리하는 모양새이다. 과거 독재시대에는 의원직에서 제명당하는 것이 독재 저항과 민주회복의 길이었는데 이제는 반대로 본인이 정치적 및 도덕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정치인의 진정한 품격을 보여주는 행동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러나 대의민주주의에서는 유권자들이 투표시장에서 유권자들의 대표인 대리인을 선출직 정치인으로 선출하게 된다. 특히 유권자들은 국회의원 소환제가 없는 불리한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지역구 의정보고회에 참석하거나 시민단체의 모니터링을 통해서 의정활동을 감시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선출직 정치인들이 대선이나 지방선거에서 법률에 정해진 사퇴 기한에 앞서서 선출직을 사퇴하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런 행태는 유권자들의 의사를 무시할 수 있는 선출직 사퇴로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을 크게 훼손시킬 수도 있다.

어느 시대나 국가에서도 정치 지도자들은 국가가 위태롭거나 경제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자신을 희생하고 백성을 지키는 역할을 하여왔다. 난세의 춘추전국시대 맹자는 ‘진심장구(盡心章句) 하’편에서 “맹자왈(孟子曰) 제후지보삼(諸侯之寶三)이니 토지(土地)와 인민(人民)과 정사(政事)니”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백성의 삶이 피폐하고 국가 존망의 위기에서도 지도자들이 소중하게 지켜야 할 것이 영토, 백성, 그리고 올바른 정치이다. 또한 마키아벨리는 정치 지도자들이 “개인의 이익보다도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정략론)했고, “로마 시민이 어떤 공직에 앉거나 어떤 영광을 누리거나 가난이 불편한 적은 전혀 없었다”(피렌체사)는 청렴으로 로마가 융성한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구체적으로 ‘로마인 이야기’로 알려져 있는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문예춘추(文藝春秋)의 기고문(2007년 6월)에서 “국가가 존망의 위기에 처한 포에니 전쟁에서 카르타고의 한니발 군대와 전쟁하는 동안 로마의 지도층이 몸소 최전방에서 나아가 싸워서 한니발에게 로마 집정관(최고 통치자) 10명이 죽음을 당했지만 병역 의무가 없는 17세 미만이나 노예, 하층민을 일절 징용하지 않았고 지도층이 스스로 나라를 지킨다는 소임을 다했던 것이다”라고 지적하였다. 이것은 로마 지도자들의 희생에 의한 올바른 정치로 영토의 보전과 백성의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는 것을 여실하게 보여준 것이다. 또한 당시에 로마의 황제는 물론 지도층들은 15만 킬로미터 정도에 달하는 도로 건설과 보수 유지의 공공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이익의 공동체 사회 환원을 몸소 실천하게 된 것이다.

이제 모든 후보들은 자격과 검증의 시간이 다가오면 올수록 마키아벨리의 지적처럼 “유권자(민중)은 추상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잘못 판단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형태로 제시되면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능력을 갖고 있다(정략론)”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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