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난장]‘노자와 베토벤’, 광주에선 왜 안 열리나 / 최명숙
2021. 09. 09(목) 19:40 가+가-

최명숙 현대병원장

휴가 삼 일째, 보슬비가 내리는 새벽엔 풀벌레 소리가 천지를 더 공명하는가 보다. 베토벤 바이올린소나타까지 다 집어 삼켜버린다. 산마루에 우뚝 선 한 그루의 나무는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다. 매우 희귀한 광경이다. 저런 나무는 참으로 귀하다. 저 높은 곳에서 끝까지 버티고 살아남음에 찬탄이 절로 나온다. 오랜 시간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아마도 저 산중의 대장 나무로 어린 나무들을 보호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빛 하늘이 툭 트인 이 작은 마을은 양산이다. 부산의 금정문예회관에서 열린 고고한 콘서트, 노자와 베토벤을 듣기 위해 왔다. 철학자 최진석교수와 오충근 마에스트로의 콜라보다. 이 둘은 7년째 철학과 음악의 만남을 도모해 오고 있다. 2013년 봄, EBS 인문학강의-노자에서 처음 본 최진석 교수는 시대를 일갈하는 멋진 사람이었다. 김용옥교수의 ‘노자와 21세기’를 들은 후 노자에 관한 책을 거의 열권 이상 읽었던 터라 그의 풀이가 궁금했었다. 유무상생을 풀이하고 늘 두가지의 반어법으로 생각하게 하는 그의 어조는 확실히 매력이 있었다. 무엇인가 폐부를 찌르는 반성모드와 가슴 속에서 다시 새롭게 불러 일으키는 힘이 있었다.

“내가 나의 주인으로 살아야한다. 우리의 영원한 주제가 아닌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나의 소명은 무엇인가? 평생의 주제를 과감없이 토해내는 그는 누구인가?” 등등의 화두를 내던지곤 했다. 그리고 우리는 7년 전 부산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노자와 베토벤’ 뒤풀이에서 만났다. 광안리 횟집에 앉아 데면 데면 호구 조사를 했다. 광주라는 같은 도시에서 같은 시대에 중고등학교를 나오고 나이도 같아 우리는 친구를 하기 했다. 말(?)만 친구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지만.

하의면 장병도에서 태어난 그는 함평에서 초등학교를 나왔고 살레시오중학교와 대동고를 졸업했다. 그때는 “음~ 심하게 촌사람이었군”하고 속으로 되뇌었음을 고백한다. ‘노자와 베토벤’은 춘하추동, 고진감래를 거치면서 계속되었다. 그 사이에 최교수는 건명원을 설립하여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위한 교육을 하겠다는 새로운 시도로 건명원을 운영했다. 학생들을 독특한 방식과 철학으로 교육하여 주변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60이 되던 해, 하의도 본인의 태자리에 절을 세 번하고 돌아와 삶의 키를 확 바꿨다. 교수직을 미련없이 던지고 그만 둔 뒤 고향으로 낙향해 집을 지었다.

사람이 훌륭하면 장소도 명소가 되는 걸까. 최진석 교수의 고향집은 함평의 유서 깊은 향교 근처에 있다. 자그마한 농촌 집 사이에 독특한 설계와 공법으로 ‘호접몽가’란 집을 지었다. 장자가 전공인 그와 어울리는 집이다. 또 함평이 나비축제로 유명한 것은 또 무슨 인연인지. 호접몽가는 멋진 공간이다. 공간은 사람이 숨을 쉬고 살아가면서 에너지로 채워진다. 모든 스토리는 공간의 사이사이, 그 ‘빔’과 ‘틈’에서 이루어진다. 이제껏 향후에도 많은 인재가 배출되어 민족에게도 국가에도 보탬이되고 그 개인에게도 특별한 공간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와 나는 이제 친구가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친구는 어려울 때 함께 하는 사람을 말한다. 함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고 공감해주는 사이라면 친구가 아닌가. 이 친구가 어제 멀리 부산까지 왔으니 끝까지 해야겠다고 한 말이 새벽에 나를 깨웠다.

“당신은 자기자신을 감동시키는 삶을 살고 있는가?” “오늘은 또 무슨 일을 해서 나를 감동시킬까?”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 나를 고요 속에서 공감시키게 할까?” 나의 삼개월 안식월의 화두를 던져준 친구에게 고개 숙여 감사하다. 그가 행한 ‘노자와 베토벤 콜라보 콘서트’는 언제 들어도 감동이 크게 인다. 이런 공연이 왜 광주에선 열리지 않을까. 그런 의문을 떨쳐내기가 힘들다. 그와 한 시대를 같이 살아가서 기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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