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희네 꽃집에 들러
5만원에 국화 한 분 모셔왔다
수런거리는 작은 정원
국향 짙은 꽃숭어리 위에
너부시 내려앉은 호랑나비랑
한참 사랑에 빠져 드는데
딸네에서 막 돌아온 아내가
‘저녁 굶은 시어미 상’으로
-정원 것도 금새 필턴디 뭘라고 비싼 돈 들여서
-아니여, 요놈 보고 저 놈도 몸살 나서 빨리 핀당께
오후 새참 막걸리는 굶어야 하나,
죄 없는 잔디 모가지만
뽀닥뽀닥 깎는다
(시집 ‘눈섬’, 시와시학, 2017)

[시의 눈]

들여온 국화를 두고 아내와 남편이 나누는 핀잔과 화답에는 게미까지 있습니다. 화자는 국화 ‘꽃숭어리 위에 너부시’ 앉은 나비와 삼매경에 빠지지요. 아내는 정원의 국화가 곧 필 텐데 왜 사왔냐고 지천합니다. ‘요놈 것 보고 저놈 또한 몸살 나서’ 필거라 화자는 응대합니다. 이 능글맞은 대가로 새참 막걸리는 다 먹었군요. 절약의 표본 아내는 꽃을 두고 못마땅해 하지만, 사실은 딸의 안부라도 물어야 할 그가 꽃과 나비만 들여다보기에 더 밉직하기도 했겠지요. 시샘으로 필 가을꽃과 열매들을 적산해 봅니다. 몸체를 드러내는 ‘체로금풍(體露金風)’ 황금물결이 넘실대는군요. 국화색으로 물들인 머리를 길게 날리며 소녀들이 힙합 추듯 뛰어다닙니다. 꽃들도 화원을 나선다고 야단이지요. 햇살처럼 보채는 랩을 쏟아냅니다. 비갠 도시에 꽃과 사람이 음보처럼 촘촘해 지는군요. 그들의 호흡과 박자가 푸른 하늘에 교신합니다. 참, 구절초 핀 산책길에서는 비발디 ‘가을’을 들어야겠습니다. 김진태 시인은 영광에서 나 조선대 법대를 나와, 2014년 ‘한국문학예술’ 신인상으로 등단했습니다. 그는 소년기의 성장시, 성인기의 활유시, 현재의 풍자시로 생의 각 마디를 응조하는 서정 시인입니다. <노창수·시인>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