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쌍둥이 찬가 / 수필 - 고병균
2021. 08. 16(월) 19:09 가+가-
쌍둥이가 우리에게 온 지 97일째 되는 날이다. 내가 쌍둥이와 함께 기거한 것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쌍둥이의 하는 짓을 보면 예쁘다. 쪽쪽 우유 빨아 먹는 모습이 예쁘고, 새근새근 잠자는 모습도 예쁘다. 입술을 오물오물 움직이다가 웃기라도 하면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그러나 아기를 돌보는 일은 어려웠다. ‘아기는 울음으로 의사를 표시한다’고 말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분별하지 못해서 어렵다.

아기는 배가 고프면 운다. 머리를 내두르며 운다. 내 가슴으로 파고들기도 한다. 그럴 때는 어르고 달래도 소용없다. 팔을 휘젓고 발버둥을 한다. 그런데 엄마는 20분을 더 기다리라고 한다. 아기의 배가 고픈 것은 엄마의 기준이 아니다. 아기의 배꼽시계가 기준이다. 아기에게 20분을 기다리라고 하는 신세대 엄마의 육아방식이 나를 짜증 나게 한다.

아기는 잠들기 전에도 운다. 나의 할머니는 이런 것을 ‘잠뜻한다’고 말했다. 무식한 나는 그 신호를 이해하지 못한 채 안고 달랠 뿐이다. 아기를 왼쪽 어깨 위로 들쳐 올리기도 하고 왼쪽 팔로는 머리를 감싸듯 안고, 오른쪽 손으로는 엉덩이를 받쳐 들기도 하며 아기의 자세를 바꾸어준다. 그래도 아기는 몸부림이다. 이러면 나는 진땀을 뺀다. 외할머니가 띠로 아기를 품으면 마치 폭풍우가 지나간 듯 잠잠해진다. 평온을 되찾고 잠을 잔다. 참 신기하다.

기저귀를 갈아야 할 때도 칭얼거린다. 이것도 정해진 시간이 없다. 시도 때도 없다. 쌍둥이는 대부분 서로 다른 시간에 칭얼거린다. 어쩌다가 동시에 그러면 정신을 차릴 수 없다. 낮에는 그런대로 괜찮은데 밤이 되면 죽을 맛이다. 하율이는 아빠 엄마와 자고, 서율이는 외할머니의 껌딱지라 나와 함께 자는데, 어느 날엔가는 새벽 3시부터 아침 8시까지 기저귀 5개를 갈았다. 그날은 정신이 몽롱했었다.

아기 기저귀는 센서가 있는 최신식이다. 마른 상태에서는 기저귀의 줄무늬가 노란색인데, 소변이나 대변을 보면 파란색으로 변한다. 그것도 구별하지 못해 애를 먹는다.

하루 종일 시달리지만 아기가 잠들었거나 놀고 있으면 그렇게 예쁠 수 없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를 보고 흠흠 한다’고 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쌍둥이를 보는 순간 이 모든 것은 봄눈처럼 사라지고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쌍둥이는 나에게 웃음 바이러스다.

육아 도우미 선생님은 아기를 달랠 때 동요 ‘섬 집 아기’를 부른다. 조용하고 잔잔한 목소리로 부른다. 그러면 아기는 스르르 잠이 든다. 나도 따라 해보았다. 그러나 내가 노래를 부르면 잠들었던 아기가 도로 깨어나서 보챈다.

나는 노래 대신 ‘무럭무럭 자라라’ ‘아프지 마라.’ 등 아기를 향해 주문을 외거나 ‘하나님, 서율이를 사랑해 주세요.’ 하는 기도를 했다. 이것을 여러 번 반복했더니 리듬이 생겼다. 그것이 발전하여 동요가 만들어졌다.

‘서율아 서율아 무럭무럭 자라라.’ ♩♪♬

‘서율아 서율아 무럭무럭 자라라.’ ♩♪♬

‘하나님이 서율이를 사랑하시고~’

‘아빠와 엄마도 서율이를 사랑해!’

‘서율아 서율아 무럭무럭 자라서~’ ♩♪♬

‘하나님의 은혜로 행복하게 살아라.’

서율이를 안고 흥얼흥얼 이 동요를 읊었다. ‘무럭무럭’을 ‘튼튼하게’ ‘건강하게’ ‘지혜롭게’ ‘예쁘게’ 등으로 바꾸어가며 불렀다. 그런데 놀랍게도 보채던 서율이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마치 노랫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아버님, 하율이 좀 봐주세요.”

쌍둥이 아빠가 안고 있던 하율이를 나에게 맡긴다. ‘볼 일이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 그런다. 하율이를 받아 안았다. 베란다의 유리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노래를 불렀다. ‘서율’이를 ‘하율’이로 ‘무럭무럭’은 ‘건강하게’로 바꾸었다.

‘하율아 하율아 건강하게 자라라.’ / ‘하율아 하율아 건강하게 자라라.’

‘하나님이 하율이를 사랑하시고~’ / ‘아빠와 엄마도 하율이를 사랑해!’

‘하율아 하율아 건강하게 자라서~’ / ‘하나님의 은혜로 행복하게 살아라.’

노래하는 도중에 눈물이 복받쳤다. 도저히 계속할 수 없었다. 세상에 나오자마자 수술대에 오른 아기를 생각할 때 그랬고, 아기에게 젖도 물리지 못한 쌍둥이 엄마를 생각할 때 그랬으며, 아기 수발하는 일로 밤낮없이 수고하는 쌍둥이 아빠를 생각할 때 그랬다. 눈물이 하염없이 솟구쳤다.

하율이는 산부인과 의사의 빠른 판단과 소아과 의사들의 뛰어난 의술 덕분에 생명을 보존했다. 정말이지 이건 기적이다. 하나님의 은혜요 축복이다. 그래서 제목을 ‘쌍둥이 찬가’라고 붙였다.

이후로도 쌍둥이를 안을 때마다 ‘쌍둥이 찬가’를 부른다. 그러면 또 눈물이 나온다. ‘하나님이 하율(서율)이를 사랑하시고~’ ‘아빠와 엄마도 하율(서율)이를 사랑해!’ 이 대목을 부를 때 울컥하며 눈물이 솟구치고, ‘하나님의 은혜로 행복하게 살아라.’ 이 대목에서도 복받치는 눈물을 참을 수 없다. 칠순 늙은이의 주책없는 눈물이다.


※작가 약력
▲월간 ‘한비문학’ 수필 등단, ‘동산문학’시 등단
▲가오문학상 수필부문 대상, 이청준 소설 현장 기행문 공모 우수상
▲광주문인협회 이사, 동산문학 작가회 사무국장
▲일곡도서관 수필쓰기 교실 강사
▲수필집 : ‘학교,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소록도 탐방기’, ‘연자시, 가족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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