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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계절 여름이 왔다. 독자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여름 여행지는 어디일까? 필자에게는 결코 짧지 않았던 9박10일간의 터키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친근한 인사와 말투 그리고 서툴지만 낯설지 않았던 한국어까지….

우리나라를 형제의 나라라 여기는 터키에서 한국인들에 대한 태도는 꽤 우호적이었다.

게다가 열기구를 타고 바라봤던 터키의 풍경들, 동·서양의 경계답게 정반대의 문화가 한 데 섞인 터키의 문화유산들은 다채롭고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고 예뻤던, 하기아 소피아 대성당과 그에 버금가게 맛있었던 음식 등 관광지 이곳저곳의 잊지 못할 풍경들이 아직도 기억 속에 많이 남아있다.

이렇게 여행은 삶을 재충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사실상 처해진 작금의 현실은 벌써 두 해째 코로나로 인해 어디를 다닌다는 것도 힘들어진 상태다.

조금은 주춤세를 보였던 코로나로 하반기에는 조금 여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던 터지만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확진자 증가와 다시 강화된 수칙들로 인해 또다시 여름 피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그렇다고 휴가를 심심하게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더위에 지친 독자들을 위해 특별히 해외여행의 기분을 느낄 수 있을 만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을 소개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루브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 ‘모나리자’를 모르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무려 40조억이라는 작품가는 물론이거니와 이 작품을 그려낸 르네상스의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까지 조그마한 작품 하나에 담긴 이야기가 참 많은 작품이다. 이 작품의 소장처가 바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다.

그런데 박물관의 위치를 보자면 특이하게도 프랑스의 심장부를 점거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는데, 이는 루브르의 기원과도 연관이 있는 부분이라 하겠다.

루브르 건물은 원래 12세기 말 당시 프랑스 왕 필립 2세가 노르망디 공화국을 지배하고 있던 잉글랜드 왕국의 공격으로부터 도시를 방어하기 위해 세운 요새였다고 전해진다. 그 뒤 14세기 샤를 5세에 이르러서는 요새에서 왕이 거주하는 궁전으로 용도가 변하게 됐다.

이후로는 줄곧 왕들이 기거하는 곳으로 사용되던 루브르는 1682년 태양왕 루이 14세가 새로운 거주지를 베르사이유로 정하자 비워지게 됐고, 루브르는 왕가의 후원 아래 예술가들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변모하게 된다.

왕립아카데미는 물론 최초의 살롱전이 개최됐던 이곳은 프랑스 혁명 기간인 1793년 8월 537점의 회화작품을 선보이며 마침내 정식 미술관으로 오픈하게 된다.

이탈리아 버금가는 예술의 도시 파리에는 루브르를 제외하고도 기차역을 개조해 만든 독특한 오르세미술관과 현대미술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퐁피두 센터까지 둘러볼 곳이 많이 있다.

그중 고대부터 19세기 신고전주의까지의 작품이 주로 소장 돼있는 루브르는 리슐리외 관, 쉴리관, 드농관이라 이름 붙은 3개의 전시관이 총 5층에 걸쳐 선보이고 있다.

전시관의 이름은 프랑스의 발전을 가져온 역사적 인물들로서 루이 13세의 재상이었던 리슐리외와, 앙리 4세의 재상 쉴리 그리고 루브르의 초대 관장인 드농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라서 그 의미 또한 매우 깊다.

3만6천 개가 넘는 작품수도 수지만 워낙 넓은 장소 탓에 미술관을 하루 만에 관람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래서 대부분이 가이드와 함께 몇몇 작품을 핵심적으로 보고 관람을 마치는데, 제대로 관람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시간 안배와 보고 싶은 작품을 미리 골라 계획을 세워 구경하는 것이 루브르를 재밌게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니 참고하면 좋겠다.

루브르의 건물은 전시동도 물론 중후하고 아름답지만 이 건물의 시그니처는 아무래도 ‘ㄷ’자 형태의 건물 중간에 자리한 유리로 된 피라미드가 아닐까 싶다.

루브르라는 이름만 들어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이 갈색 유리가 덥힌 뾰족 건물이기 때문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作 ‘모나리자’ <위키피디아 검색>

그리고 또 하나 시그니처로는 세계적인 명소답게 매년 루브르를 관광객들로 인산인해 이루게 하는 데 한몫을 해내고 있는 작품 ‘모나리자’를 빼놓을 수가 없겠다.

가로 53㎝에 세로 77㎝로 결코 크다고 말할 수는 없는 작품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작품 속 모델이 된 여인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다빈치가 누구를 모델로 삼았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미술사를 최초로 정리했던 바자리의 ‘미술가 열전’이란 책에 우리가 흔히 서양미술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계무역 등으로 발전을 이룬 피렌체의 당시 상인이던 프란체스코 델 조콘도의 아내를 그렸다는 의견인데 바자리에게 과장을 하는 기질이 있어 믿거나 말거나이긴 하다. 또 하나는 다빈치의 동성 연인이었던 모델 살라이라는 설이 있기도 하다.

사실 모나리자는 10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많은 명작들 중 하나로 그다지 주목받지는 못했던 보통의 그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술관에서 작품이 분실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당시 급작스럽게 매체로 자리 잡고 있던 신문에 사진과 함께 여기저기 대서 특필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다.

한동안 행방이 묘연해진 작품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수사를 진행하던 중 유명화가 피카소가 범인 명단에 올라 이슈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범인은 미술관 내부 직원으로 밝혀졌는데 사연인즉 자신의 고향이자 다빈치가 태어난 이탈리아로 다시 그림을 옮겨 놓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후문이다.

사실 모나리자를 그린 다빈치 태생은 원래 이탈리아이다. 그렇기에 작품 모나리자의 고향 또한 도둑의 말처럼 이탈리아가 맞겠지만 그와 그림에 관한 설명을 듣는다면 아주 조금은 망설여지지는 않았을까?

당시 신분에 대한 제약이 심했던 이탈리아 문화 탓에 서자였던 다빈치는 제대로 된 정규교육조차 받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를 불쌍히 여긴 아버지가 도제교육을 받도록 베로키오 공방에 보냈고 수준급의 실력과 행보를 보였지만, 출신의 문제로 이탈리아에서는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 그 뒤 우연한 기회에 프랑스 국왕 프랑수아 1세에 눈에 들어 그의 후원을 받으며 프랑스에 정착해 살게 된다.

죽을 때도 프랑스 왕의 품에 안겨서 죽었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왕의 총애를 받은 다빈치는 프랑스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고, 비록 이탈리아에서 그려지기 시작했던 모나리자도 프랑스에서 완성된다. 그리고 후사가 없었던 그가 죽자 자연스럽게 작품들은 프랑스의 소유가 돼 버렸다.

이현남 <전남대 미술이론 박사수료>

게다가 그림을 한번 분실한 루브르 측은 이후 해외에서 딱 2번의 전시 이외에는 모나리자의 외부 반출을 막는다. 이렇게 다빈치의 사연과 모나리자의 분실사건 등이 이슈가 되고 소문을 낳자 모나리자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매겨지기에 이르고, 유럽의 많은 박물관 중 하나일 뿐이었던 루브르는 그야말로 조그마한 그림 덕에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줄을 잇는 명소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편견 없이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 한나라의 문화경제마저 영향을 끼칠 정도로 조그마한 작품 하나가 갖는 파급력은 가히 대단하다. 우리도 우리 문화를 있는 그대로 보고, 장점을 살려 문화유산을 보전하고 발굴해 내는 데 힘을 더욱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