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가 광주·전남의 미래다](12)함유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해양환경전공 교수
“기후 예측 시스템 개발 이상기후 선제 대응”
이세돌 vs 알파고 대국 보며 딥러닝 기법 공부 시작
AI 딥러닝 활용 엘니뇨 예측 성능 비약적으로 높여
우수 국가 연구개발 100선·젊은 과학자 선정 성과
“지역 대학 대기학과 전무 전문가 양성 안돼 아쉬워”
2021. 07. 20(화) 20:16 가+가-

전 세계적으로 폭염·폭우·폭설 등 다양한 이상 기후 발생과 지구 온난화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앞장서고 있는 가운데, 함유근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개발한 ‘인공지능 딥러닝 기법을 적용한 엘니뇨 예측 시스템’이 이상기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연구를 진행 중인 함 교수.

해마다 기록적인 폭우와 폭설 등 다양한 이상 기후 발생으로 전세계가 기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인적·물적 피해를 입고 있는 사례는 이웃나라의 문제가 아닌 지역사회와 대한민국이 당면한 과제이기도 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 양상을 정확히 예측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그만큼 지구과학 분야 연구가 중요시되고 있다.

기후 전문 연구를 통해 국가 기술 경쟁력 강화와 후학 양성으로 연구자의 길을 걷고 있는 젊은 과학자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함유근(40) 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 해양환경 전공 교수(서울대 대기학과 박사)가 주인공이다.

함 교수는 열대·중위도의 다양한 기후 현상 연구를 하는 과학자다. 다양한 기후 현상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예측 시스템을 구축하는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동아시아 봄철 가뭄 발생 원인을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극 지역 해빙의 변화가 동아시아·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중이다.

“현재 기상청을 비롯한 많은 국제 기관들이 주기적으로 계절 예측을 수행하고 있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많은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쳐 기후 예측 성능을 높이기 위해 ‘딥러닝 기법’을 세계 최초로 도입한 결과, 기상 이변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기후 현상인 엘니뇨 예측 성능을 비약적으로 높이는데 성공했습니다.”

함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가뭄, 홍수, 폭염 등 다양한 기상 이변을 일으키는 엘니뇨 예측 모형에 인공지능(AI) 딥러닝 기법을 적용했다.

이로 인해 엘니뇨 예측 기간을 기존 12개월 미만에서 18개월로 확장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향후 기상·기후 현상 예측에 인공지능이 도입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등 선도적인 연구로 평가받는다.

함 교수가 개발한 이 시스템은 기상청 엘니뇨 예측에 참고 자료로 활용될 정도로 안정적인 예측 성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기후 예측은 대부분 전지구 기후 모형을 이용해 이뤄진다. 전지구 기후 모형은 실제 지구를 본딴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예측 오차가 나오지 않게끔 전지구 모형의 해상도를 높이기에는 현재 컴퓨팅 자원이 너무 부족해 기후 모형 예측 오차가 발생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함 교수는 이미지 인식에 탁월한 성능을 보이는 인공지능 딥러닝 기법을 개발했다.

AI 기법 중 하나인 ‘합성곱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을 기후 예측에 활용하기 위해 전지구 해수 온도장을 입력장으로 주고 엘니뇨 발생 여부를 결정하는 인자가 있는지 학습시켜 예측을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관측된 데이터만을 활용한 예측에 비해 예측 성능이 유의미하게 향상됐음을 의미한다.

기존 기법의 경우 10% 안팎의 분류 오차가 있다. 반면, 딥러닝 기법은 오차를 3% 안팎으로 줄이며 성능을 입증했다.

이 같은 높은 활용도를 인정받아 함 교수의 연구는 ‘2020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꼽혔다. 관련 연구는 네이처지에도 게재됐다. 함 교수는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한국연구재단 및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함께 선정한 ‘젊은 과학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과학저널 ‘네이처’지에 논문을 게재한 함 교수 연구팀은 2019년 11월 ‘이달의 전남대인’으로 선정됐다.

또한 함 교수는 인도양, 대서양이 태평양 엘니뇨에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상호 작용을 했음을 규명해 순수 기초·인프라 분야에서 최우수 성과에 선정되는 등 주목받고 있다.

함 교수가 인공지능 딥러닝 기법을 기후 예측에 대입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2016년 3월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보면서부터다.

“바둑을 전혀 둘 줄 몰랐지만 알파고의 행마에 감탄하는 해설자들을 보면서 딥러닝이 뭔가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딥러닝 기법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기상청 기후 예측과의 지정 과제를 수행하게 됐는데 딥러닝 기법을 도입한 것이죠.”

학창 시절부터 기초 과학 분야를 선호했던 함 교수는 지구환경과학부에 입학했다. 평소 동경했던 통계학을 접목, 기후 안에 숨어있는 자연 규칙을 찾는 기후 과학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본격적인 연구자의 길을 들어서면서 2010년부터 3년 동안 미국 메릴랜드(Maryland)에 있는 나사 고다드(NASA Goddard) 우주항공센터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당시 함 교수의 박사학위 연구 주제가 ‘전지구 기후 예측 시스템 개발’이었던 만큼 NASA에서 쏘아올린 위성 자료를 활용한 관련 시스템 개발을 전문적으로 하는 팀에서 연구 실적을 내기도 했다.

한국에서 꼭 후학 양성을 하고 싶었던 함 교수는 전남대 해양학과 교원 모집에 지원했고 현재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태풍, 폭염, 폭우 등 이상 기후 발생 빈도나 강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식생의 변화는 무엇인지, 해빙의 용융 속도는 지금에 비해 얼마나 빨라질 것인지 등 기후 변화와 관련된 종합적인 변화를 연구하고 결과를 제대로 정부·관련 부처·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지구환경과학 분야 전문가들이 해야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후 변화가 발생하는 원인이 지구에서 우주로 나가야 하는 에너지가 대기에 가둬져 있다 다시 지구로 반사되는 과정인 만큼 기본적인 ‘대기학’ 현상이다. 하지만 광주·전남권 대학에서는 ‘해양학’ 분야에서 이를 더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서울 출신으로 광주에 연고를 두고 있지 않은 함 교수지만 전문 인력 배출에도 불구, 지역 내에 대기학 관련 과가 없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광주·전남지역 어디에도 대기학과가 없는데 기상청에 광주·전남지역 출신이 많이 없는 이유 중 하나로 판단됩니다. 특히 전남은 어떤 권역보다도 농업 비중이 높아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데도 대기 과학 전문가는 타 지역에서 영입해 오는 게 현실입니다. 지역의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장기 관점에서 대기 현상을 연구할 수 있는 전문 학과가 개설될 수 있길 희망합니다.”

끝으로 함 교수는 제자와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우선 지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지금까지의 기후는 대기·해양 물리 변수 간 상호 작용 만을 고려했지만 앞으로는 식생 변화·탄소 순환·미세먼지와 결합돼 연구의 파급력이 커지고 인공지능 딥러닝 기법이 도입되는 등 젊은 과학자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입니다. 도전 정신과 탐구 정신이 있는 젊은 연구자라면 반드시 큰 성취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현재 함 교수는 연구년(안식년)을 맞아 지난 3월부터 내년 2월까지 기후 연구 대가들이 모여 있는 미국 하와이 대학(University of Hawaii)에서 ‘태풍과 기후 변화 시그널에 대한 딥러닝 기법을 이용한 예측’ 관련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태풍 강도 예측은 진로 예측에 비해 어렵다고 알려진 분야인 만큼 이번 연구를 통해 기법이 개발되면 향후 국내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함 교수는 2020년 차세대 한국과학기술한림원(Y-KAST) 신입 회원으로 선출됐다.

/오승지 기자
오승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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