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일정을 놓고 원래대로 180일 전에 하자는 이재명계 의원과 흥행을 위해 연기하자는 이낙연·정세균계 의원들이 22일 당 안팎에서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첫 순서인 2대2 찬반토론부터 계파 대리전이 펼쳐졌다. 이낙연 전 대표 측 홍기원 의원과 정세균 전 총리와 가까운 김종민 의원은 흥행 성공을 위해 대선 후보 선출 시기를 11월로 늦추는 방안을 당무위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재명계 김병욱·김남국 의원이 토론자로 나서 예정대로 9월에 대선 후보를 선출한 뒤 ‘원 팀’으로 화합할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송영길 대표는 “오늘 양쪽 의견 충분히 듣고 중간에 계신 분들도 양쪽 의견 들으며 지난번 부동산 토론에서 질서 있게 합의한 것처럼, 민주적 잠재력 보여준 것처럼 오늘도 토론을 통해 의견이 수렴돼 당이 질서 있게 대선 후보 경선 준비할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일 당무위를 소집해 중앙선관위 인준을 마치고 후보 등록과 함께 본격적인 절차를 준비해야 한다”며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지도부가 판단하겠다. 질서있는 토론, 서로 집단적 지성이 발휘되는 의총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주변에서는 송 대표가 결국 원래대로 경선을 진행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어차피 각각의 주장이 나름의 근거와 이유가 있는 상황에서 송 대표가 원칙을 일부러 바꿔 비난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날 의원총회는 현 민주당 지도부가 경선일정을 원래대로 추진하기 위한 일종의 ‘명분쌓기’라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의원총회와 별도로 장외에서도 경선연기론을 놓고 후보·의원간 신경전이 이어졌다.

대권주자인 이광재 의원은 한 토론회에서 “가장 좋은 것은 이 지사가 통 큰 양보를 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후보 때도, 노무현 후보 때도 앞서 나가는 사람이 양보하면 국민들이 더 큰 지지를 보내주더라”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갈등 국면에서 통 크게 받아들이면 대범하다는 평가를 받아 개인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을 모를 만큼 제가 하수는 아니다”라면서도 “우리 당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고 결국 ‘소탐대실’의 결과가 되기 때문에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친문계’인 홍영표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어떤 1위 후보가 흔쾌히 받아들이면 쉽게 끝나는 문제”라며 이재명 지사의 ‘통큰 결단’을 압박했다.

반면 또 다른 ‘친문계’인 정청래 의원은 TBS 라디오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당헌·당규 일정표에 따라 사퇴를 하지 않았냐. 시험으로 치면 1교시를 일단 치른 것”이라며 “2교시는 한 달 있다 치르자, 두 달 있다 치르자고 하는데 규칙이 고쳐지지 않으면 그냥 가는 수밖에 없다”고 이 지사 측을 두둔했다./김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