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불감증 ‘공문행정’의 민낯
- 재생 준비중
2021. 06. 20(일) 19:38 가+가-
박상원 상무이사·사회복지학박사
-어처구니없는 원시적 참사-
지난 6월9일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현장에서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후진적인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첨단 과학기술을 자랑하며 선진국에 진입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밝은 대낮에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정차 중이던 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아버지와 함께 요양원에 있는 어머니를 만나러 가던 딸, 맏아들 생일상을 차려놓고 자신의 일터인 국밥집으로 가던 어머니 등 열심히 살아가던 무고한 소시민들이 창졸간에 희생됐다. 말문이 막힌다. 안전사고가 날 때마다 근본적인 대책이라며 내놓았던 재발방지책은 어디로 갔는가. 안전 불감증을 사라지게 하겠다며 강조하고 다짐하며 교육했던 안전의식은 어떻게 된 것인가. 개탄스럽고 참담한 심정이다.
그동안 철거건물 붕괴사고는 여러 사례가 있다.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4월4일 광주 동구 계림동 목조 한옥주택 리모델링 현장에서 내부 벽을 철거하던 중 지붕이 붕괴돼 일하던 노동자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원인은 건축법령을 어긴 임의 공사와 안전조치, 현장 관리 미흡이었다.
지난 4월30일에는 서울 성북구 장위동 10구역 주상복합건물 철거 과정에서도 건물이 붕괴돼 1명이 사망했다. 이에 앞서 2019년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 철거현장에서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도로를 덮쳐 승용차에 타고 있던 1명이 숨지고 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당시에도 원인은 철거업체가 공사 기일 단축과 비용 등을 이유로 지지대를 적게 설치하는 등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했다.
- 현장 점검 부재가 부른 인재-
이들 붕괴사고의 원인은 안전 불감증이 부른 인재로 드러났다. 이번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현장 붕괴 참사도 재개발, 재건축 난립 속에서 도를 넘는 안전 불감증에 따른 인재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광주시는 두 달 전 계림동 붕괴사고 이후 5개 구청에 ‘건설현장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이 전부다. 합동점검 등 실제 현장을 점검하는 후속 조치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많은 아쉬움이 크다. 재개발 재건축 건설현장은 허가권자인 구청 소관이라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철저하게 관리·감독하라’는 시청의 공문에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동구청의 후속 조치다. 재개발, 재건축 현장이 많은 동구의 상황을 고려할 때 전담팀을 꾸리고 수시로 점검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안전 불감증이 만연한 안이한 늑장 대처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동구청은 계림동 사고 이후 공사현장의 안전점검 등을 총괄하는 ‘건축안전팀’을 신설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동구청의 건설현장 안전점검의 긴급성을 무시한 현장 행정의 부재가 사고를 막지 못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일반적으로 건축물 해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공법은 ‘압쇄공법(Crusher Method)’으로 성토압쇄공법과 탑다운 공법이 있다. 성토압쇄공법은 건물의 하층부를 먼저 부순 후 그 잔해를 쌓아 그 성토 위에 굴착기가 올라가 고층부를 철거하는 방식으로 철거속도는 빠르지만 붕괴 위험이 크다. 탑다운 공법은 옥상으로 올라가 한층 씩 철거하며 내려오는 방식으로 붕괴위험이 거의 없다.
학동 붕괴사고는 압쇄공법을 채택했고 그 과정에서 해체 잔해와 성토 등으로 구조물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경우를 대비해 철제 로프를 걸어 도로 쪽으로 붕괴를 막고 안쪽으로 붕괴를 유도하는 핵심적인 안전조치를 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 예고된 사고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
특히 상식의 선을 넘는 안전 불감증이 팽배해 있었다는 점도 참사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건물 붕괴 등을 대비한 안전장치가 거의 없었다. 차들이 많이 다니는 큰 도로 옆에서 철거작업을 하면서도 도로를 통제하지 않았다. 사고 당일 작업자들이 건물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 급히 작업 현장을 빠져나왔으면서 차량 통제를 하려는 어떤 노력도 시도하지 않았다.
또 철거업체는 공사장 옆에 많은 사람이 왕래할 수밖에 없는 버스정류장이 있었음에도 그대로 철거작업을 강행했다. 이와 관련 지역주민들이 두 달 전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제보를 해 민원이 동구청으로 이첩됐으나, 동구청은 안전조치 명령 공문만 발송했을 뿐 현장 점검 등 안전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공무원이 조금만 소홀히 하지 않고 귀를 기울여 현장을 갔더라면 참사는 막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현장을 무시한 한심한 행정이라고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편의주의 행정의 뼈아픈 교훈-
물론 건설업계의 뿌리 깊은 다단계 하도급이 사고의 구조적 요인이지만 안전은 행정의 최우선 가치로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공무원의 핵심 업무이다. 이번 학동 붕괴사고도 건물철거 허가 관청의 철저한 사전 관리·감독과 현장 점검이 이뤄졌다면 사고를 예방하고 주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행정조치가 이미 가동되었을 것이다.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책의 하나는 상시적인 안전점검 시스템과 사전 점검 의무화 등의 법제화다.
사고 전 국민권익위 공익제보 이첩을 받은 동구청 공무원이 현장을 점검했다면 어떠했을까? 두고두고 아쉬움이 큰 부분이다. 형식적인 공문을 보내는 것으로 해야 할 업무를 다했다는 식의 공문 만능주의, 편의주의 행정은 주민의 안전을 결코 담보하지 못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학동 붕괴사고는 던져주고 있다.
지난 6월9일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현장에서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후진적인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첨단 과학기술을 자랑하며 선진국에 진입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밝은 대낮에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정차 중이던 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아버지와 함께 요양원에 있는 어머니를 만나러 가던 딸, 맏아들 생일상을 차려놓고 자신의 일터인 국밥집으로 가던 어머니 등 열심히 살아가던 무고한 소시민들이 창졸간에 희생됐다. 말문이 막힌다. 안전사고가 날 때마다 근본적인 대책이라며 내놓았던 재발방지책은 어디로 갔는가. 안전 불감증을 사라지게 하겠다며 강조하고 다짐하며 교육했던 안전의식은 어떻게 된 것인가. 개탄스럽고 참담한 심정이다.
지난 4월30일에는 서울 성북구 장위동 10구역 주상복합건물 철거 과정에서도 건물이 붕괴돼 1명이 사망했다. 이에 앞서 2019년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물 철거현장에서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도로를 덮쳐 승용차에 타고 있던 1명이 숨지고 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당시에도 원인은 철거업체가 공사 기일 단축과 비용 등을 이유로 지지대를 적게 설치하는 등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했다.
- 현장 점검 부재가 부른 인재-
이들 붕괴사고의 원인은 안전 불감증이 부른 인재로 드러났다. 이번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현장 붕괴 참사도 재개발, 재건축 난립 속에서 도를 넘는 안전 불감증에 따른 인재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광주시는 두 달 전 계림동 붕괴사고 이후 5개 구청에 ‘건설현장을 철저하게 관리·감독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이 전부다. 합동점검 등 실제 현장을 점검하는 후속 조치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 많은 아쉬움이 크다. 재개발 재건축 건설현장은 허가권자인 구청 소관이라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철저하게 관리·감독하라’는 시청의 공문에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동구청의 후속 조치다. 재개발, 재건축 현장이 많은 동구의 상황을 고려할 때 전담팀을 꾸리고 수시로 점검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안전 불감증이 만연한 안이한 늑장 대처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동구청은 계림동 사고 이후 공사현장의 안전점검 등을 총괄하는 ‘건축안전팀’을 신설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동구청의 건설현장 안전점검의 긴급성을 무시한 현장 행정의 부재가 사고를 막지 못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일반적으로 건축물 해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공법은 ‘압쇄공법(Crusher Method)’으로 성토압쇄공법과 탑다운 공법이 있다. 성토압쇄공법은 건물의 하층부를 먼저 부순 후 그 잔해를 쌓아 그 성토 위에 굴착기가 올라가 고층부를 철거하는 방식으로 철거속도는 빠르지만 붕괴 위험이 크다. 탑다운 공법은 옥상으로 올라가 한층 씩 철거하며 내려오는 방식으로 붕괴위험이 거의 없다.
학동 붕괴사고는 압쇄공법을 채택했고 그 과정에서 해체 잔해와 성토 등으로 구조물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경우를 대비해 철제 로프를 걸어 도로 쪽으로 붕괴를 막고 안쪽으로 붕괴를 유도하는 핵심적인 안전조치를 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 예고된 사고 가능성을 안고 있었다.
특히 상식의 선을 넘는 안전 불감증이 팽배해 있었다는 점도 참사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건물 붕괴 등을 대비한 안전장치가 거의 없었다. 차들이 많이 다니는 큰 도로 옆에서 철거작업을 하면서도 도로를 통제하지 않았다. 사고 당일 작업자들이 건물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 급히 작업 현장을 빠져나왔으면서 차량 통제를 하려는 어떤 노력도 시도하지 않았다.
또 철거업체는 공사장 옆에 많은 사람이 왕래할 수밖에 없는 버스정류장이 있었음에도 그대로 철거작업을 강행했다. 이와 관련 지역주민들이 두 달 전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제보를 해 민원이 동구청으로 이첩됐으나, 동구청은 안전조치 명령 공문만 발송했을 뿐 현장 점검 등 안전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공무원이 조금만 소홀히 하지 않고 귀를 기울여 현장을 갔더라면 참사는 막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현장을 무시한 한심한 행정이라고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편의주의 행정의 뼈아픈 교훈-
물론 건설업계의 뿌리 깊은 다단계 하도급이 사고의 구조적 요인이지만 안전은 행정의 최우선 가치로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공무원의 핵심 업무이다. 이번 학동 붕괴사고도 건물철거 허가 관청의 철저한 사전 관리·감독과 현장 점검이 이뤄졌다면 사고를 예방하고 주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행정조치가 이미 가동되었을 것이다.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책의 하나는 상시적인 안전점검 시스템과 사전 점검 의무화 등의 법제화다.
사고 전 국민권익위 공익제보 이첩을 받은 동구청 공무원이 현장을 점검했다면 어떠했을까? 두고두고 아쉬움이 큰 부분이다. 형식적인 공문을 보내는 것으로 해야 할 업무를 다했다는 식의 공문 만능주의, 편의주의 행정은 주민의 안전을 결코 담보하지 못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학동 붕괴사고는 던져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