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바다는 광활한 동해바다와 아기자기한 남해바다의 매력을 함께 갖추고 있다. 서해는 망망대해를 이루다가도 드문드문 섬들이 솟아 드넓은 바다의 등대역할을 해준다. 서해바다와 접하고 있는 서천해변은 긴 모래밭과 너른 갯벌을 품고 있다. 모래해변 사이에는 갯바위지대가 있어 변화가 무쌍하다.

철새나그네길 3코스가 시작되는 서천군 서면해변 해오름관광농원에 도착했다.

해변에는 울창한 송림이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이룬다. 해변 솔숲에는 야영하는 텐트가 많다. 송림을 벗어나자 길쭉한 백사장과 넓은 갯벌이 펼쳐진다. 육지 쪽으로는 타원형 백사장이고, 바다 쪽에는 갯벌이 넓게 자리를 잡았다.

썰물시간을 지난 터라 해변에는 바닷물이 차오르고 있다. 서면해변 남쪽에 위치한 띠섬은 바닷물이 완전히 빠지면 육지와 연결되지만 지금은 물이 차서 섬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다. 띠섬 뒤편으로 군산 연도가 망망대해에 떠있다. 남쪽으로 갈수록 모래 결이 가늘고 곱다. 우리는 모래해변에 발자국을 남기면서 걷고 또 걷는다. 하얀 물결을 이루며 밀려오는 바닷물이 그리움을 실어다준다. 파도소리는 감미로운 자연음악이 된다.

띠섬목에서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으나 사람이 다니지 않아 묵어버렸다. 바닷물이 완전히 차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해변 갯바위를 따라 걷기로 했다. 모래해변은 모래해변대로, 갯바위는 갯바위대로 바다와 찰떡궁합을 이룬다. 육지와 바다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갯바위들은 헤아릴 수 없는 세월동안 바다와 사랑에 빠져 지금과 같은 아기자기한 모양이 됐다.

갯바위를 지나자 작은 모래해변이 나온다. 모래해변 위에는 서울시서천연수원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시서천연수원에 올라가서 보면 띠섬이 파도에 흔들리면서 재롱을 부리고 있는 것 같다. 육지와 띠섬과의 거리는 300m에 불과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띠섬은 하루 두 번 썰물 때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 육지와 연결된다. 물이 빠질 때면 사람들은 열려진 바다에서 조개를 캔다. 서울시연수원 앞 해변을 걷다보니 남쪽으로 개야도와 군산 일부가 자기존재를 알려온다. 모래해변을 지나 다시 갯바위지대를 걷는다. 갯바위는 갖가지 모양을 하고 있다. 조각전시장을 보는 것 같다.

갯바위에 앉아 있으니 파도가 밀려와 말을 걸어온다. 파도가 전해주는 목소리는 감미롭다가도 어떨 때는 성난 파도가 되어 성깔을 드러낸다. 바다가 드러내주는 감정의 기복은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대자연의 질서일 뿐이다.

쌍도. 두 개의 작은 섬은 물이 빠지면 하나의 섬이 됐다가 물이 차면 두 개의 섬이 된다. 70m 정도 떨어져 있는 두 섬은 둘이면서 하나인 부부를 닮았다. 선도리 쪽에서 보면 왼쪽 섬은 거북모양이고, 오른쪽 섬은 고래모양이다.

갯바위를 넘어 한 굽이 돌아가니 쌍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두 개의 작은 섬은 물이 빠지면 하나의 섬이 되었다가 물이 차면 두 개의 섬이 된다. 70m 정도 떨어져 있는 두 섬은 둘이면서 하나인 부부를 닮았다. 선도리 쪽에서 보면 왼쪽 섬은 거북모양이고, 오른쪽 섬은 고래모양이다.

쌍도 안쪽으로는 기다란 해변을 이룬 선도리갯벌체험장이 펼쳐지고, 월명산(298m) 산줄기가 서천군 비인면을 감싸면서 서해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갯바위를 넘고 넘어 월하성갯벌체험마을에 도착했다. 물이 완전히 빠지면 쌍도 근처까지 광활한 갯벌이 모습을 드러낸다.

남쪽으로는 비인해변이 길게 이어진다. 비인해변에도 바닷물이 밀려들어오고 있지만 넓은 갯벌이 완전히 잠기지는 않았다. 갯벌은 모래가 섞인 모래갯벌이라 장화를 신지 않고도 걸을 수 있다. 갯벌에서 먹이를 찾던 물떼새들이 가끔씩 낮게 비행을 하다가 내려앉곤 한다. 바닷물이 차오르면서 쌍도는 두 개의 섬으로 되돌아갔다.

바닷물이 갈라져 300m 떨어진 쌍도까지 넓게 펼쳐졌던 갯벌은 이제 거의 잠겨가고, 쌍도로 띠처럼 이어지던 모래언덕은 점점 가늘어지고 있다. 모래언덕 위에 줄줄이 놓인 돌무더기들이 바다 속으로 완전히 잠기면 만조가 된다. 해변에 앉아 쌍도 바닷길이 점점 바닷물에 잠기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한 순간도 같지 않은 바닷물 차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의 ‘무상’(無常)함을 생각한다.

비인해변에는 갯벌에서 잡은 조개를 이용한 조개구이와 해물칼국수가 유명하다. 우리도 해변에 있는 한 식당에 들어가 해물칼국수를 시켰는데, 내용물이 조개 반 칼국수 반이다. 조개에서 우려져 나온 국물이 개운해 칼국수의 맛은 별미 중 별미다. 해변을 바라보며 먹는 분위기까지 곁들여지니 금상첨화다.

파도에 씻기고 씻긴 모습이 할머니를 닮아서일까? 사람들은 오랜 옛날부터 이 섬을 할미섬이라 불렀다.

선도3리 마을회관 옆 골목을 지나 잠시 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데크로 만들어놓은 할미섬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할미섬이 가까운 바다에서 포즈를 취해준다. 파도에 씻기고 씻긴 모습이 할머니를 닮아서일까? 사람들은 오랜 옛날부터 이 섬을 할미섬이라 불렀다. 할미섬은 해발 5m에 불과한 바위로 이뤄진 아주 작은 섬이다. 오전에 지날 때만 해도 바닷물이 빠져 할미섬은 육지와 연결돼 있었는데, 지금은 완전히 섬으로 돌아가 있다.

할미섬 근처에는 2개의 독살이 있다.

독살(석방렴)은 돌담을 ‘V자’형으로 쌓아 밀물 때 들어온 고기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전통적인 고기잡이 방법이다. 할미섬은 낙조가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할미섬 뒤로 넘어가는 불덩어리 같은 낙조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해변으로 내려가 장포해변을 따라 걷는다. 백사장을 이룬 장포해변을 따라 걷는데 파도가 모래위에 하얀 물거품을 남기며 그림을 그렸다 지워버리곤 한다. 이런 바다에서 한가롭게 거니는 사람들의 표정이 여유롭다. 바다 위를 날고 있는 새들은 군무를 즐기며 자유를 만끽한다.

장포항 건너편 모래밭은 한반도 지형을 닮았다.

장포항에서 다사항으로 이어지는 해변에는 모래언덕이 형성되어 있다. 사구(沙丘)에는 소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이곳 사구는 파도에 의해 자꾸 무너져 내리니까 해변에 비스듬하게 돌 축대를 쌓고 있다. 바닷물에 고개만 내밀고 있는 검은 갯바위에 갈매기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는 모습이 평화롭다. 내 마음도 덩달아 평화로워진다.

다사항에 도착했다. 북쪽 멀리 비인반도에서부터 띠섬, 쌍도, 할미섬은 물론 오늘 우리가 걸었던 해변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다사항에서 남쪽 송석항 안쪽으로 형성된 만(灣)은 광활한 갯벌지대지만 지금은 바닷물이 가득 차서 잔잔한 호수처럼 보인다. 만을 가득 채운 바닷물은 육지의 높지 않은 산봉우리들과 사이좋게 공존한다. 산에 기대고 바다를 마당삼은 마을이 행복해 보인다.

다사항에서 남쪽 송석항 안쪽으로 형성된 만(灣)은 광활한 갯벌지대지만 지금은 바닷물이 가득 차서 잔잔한 호수처럼 보인다.

※여행쪽지
▶서천 철새나그네길 3코스는 서천해변을 따라 걷는 길로 밀물 때면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띠섬과 쌍도, 할미섬의 신비로움을 맛볼 수 있다.
▶코스 : 해오름관광농원→띠섬목→서울시서천연수원→월하성갯벌체험마을→선도리갯벌체험마을→할미섬전망대→장포항→다사항
※거리, 소요시간 : 14㎞, 4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해오름관광농원(충남 서천군 서면 서인로 576)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